"......" "왜 갑자기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요?" "......" 요시다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는 가슴이 답답했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의 한계를 생각했고, 그것이 얼마나 무력하고 위선된 것인가도 생각했다. 그러한 본질적인 감정은 실제 상황으로 돌아왔다.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없을까?" 프자덴은 그 누구도 나가지 못하고 들어오지도 못한다고 하던데요." "어떻게 하면 되겠나?" "선생님이 어떤 권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이 아이를 병원에 데려다 주세요." "그렇게 해 주겠네." "그리고 선생님, 우리는 얼마 동안이나 프자덴에 갇혀 있어야 하나요?" "그건 내가 결정하는 문제가 아니야. 위생 당국에서 전염병 전염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할 때겠지." "오래 걸리나요?" "아마 그럴 거야." "우리는 뭘 먹나요?" "오랫동안 봉쇄되면 배급을 줄 거야. "전 두려워요." "원한다면 프자덴을 나가게 해주지. 함께 가면 그건 가능할 거야." "그렇게 해 주시겠어요? 선생님은 대단한 분이시네요? 정말 뭐하시는 분이세요?" "아가씨, 난 대단한 사람이 아니야. 다만 당신 민족을 억압하는 나라의 장교일 뿐이야." "역시 그랬군요. 어디의 무슨 장교이세요?" "더 이상 묻지도 말고 알려고 하지 말아 주었으면 좋겠네." "네, 그러죠 선생님. 선생님이 장교면 계급이 있겠지만 전 끝까지 선생님이라고 부르겠어요." "좋을 대로. 이 아이에게 옷을 더 "네, 기다리세요." 요시다는 거실로 나가서 담배를 피워 물었다. 그리고 한쪽으로 가서 수도를 틀었다. 물은 나오지 않고 있었다. 프자덴 주택으로 통하는 그 상수도가 어떻게 된 것일까 이해되지 않았다. 요시다는 한옆에 앉아 그 날 밤에 계단에 쪼그리고 앉아 바라보던 만주의 소녀를 생각했다. 어둠 속에서 두려워하면서도 결코 시선을 떼지 않고 바라보던 소녀. 두렵지만 시선을 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일까. 소녀의 슬픈 모습이 강하게 느껴지던 그날 밤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눈망울은 자신의 가슴에 박히며 아프게 저려왔다. 소녀에게 옷을 모두 갈아 입히고 여자는 자신의 옷을 갈아 입었다. 그녀는 장농에서 무엇인가를 핸드백에다 화장품을 넣고는 일어섰다. 요시다는 만주인 소녀의 몸을 안았다. 옷을 껴 입히고 홑이불을 감았는데도 그 소녀의 몸은 뜨겁게 느껴졌다. 소녀의 목에서는 거칠게 호흡소리가 전해왔다. 심장의 박동은 느낄 수 있지만, 그 호흡 소리로 그 소녀가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중에 풀리면 다시 돌아올 수 있나요?" "그렇겠지." "군인이 와서 건물이나 집을 부수고 있다고 해요." "그곳은 전염병이 심하게 퍼진 곳이야." "이 아파트에도 심하게 퍼졌어요. 이틀 전과 바로 전 날만 해도 군인 트럭이 와서 죽은 시체를 여러 번 실어 갔어요." 전염병이 많이 돌았던 아파트이기 때문에 군인이 와서 부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고 있었다. 요시다는 더 이상 어떻게 변명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요시다가 혼수상태인 소녀를 안고 나오는 것을 보자 모리가와가 뛰어와서 받으려고 했다. "괜찮아, 비키게." "살아 있습니까?" 소녀의 창백한 얼굴을 보며 모리가와 중위가 물었다. 그제서야 그는 뒤에 따라오는 댄서 손진영을 보고 히죽 웃음을 보냈다. "무사했군, 아가씨는." "안녕하세요, 장교님." "내가 장교라는 걸 어떻게 알았지? "느낌이죠, 뭐." 그들은 다리를 건너갔다. 소녀를 헌병차에 싣고 그들은 차에 올랐다. 차는 중국인 시장을 지나 프자덴 거리를 달렸다. 계속 소독약을 뿌리는 방역반 군인들의 모습과 보병들, 공병대의 작업하는 광경을 손진영은 두려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헌병차는 곧 바리케이트를 치고 있는 외곽지대로 접어 들었다. 헌병차였으나 검문소에서 막았다. 요시다는 다시 신분증을 보이고 막아선 헌병에게 말했다. "저 소녀는 장티푸스 환자다. 병원으로 옮기는 중이다." "장교님, 이 아가씨는 누굽니까?" "조사할 일이 있어 데려간다. 이의 있나?" 보초 헌병은 중사였다. 중사는 경례를 했다. 헌병차는 검문소를 지나 거리를 달렸다. "하얼빈 대학 병원으로 가자." 요시다의 말에 운전병이 "하이" 하고 대답하면서 속력을 올렸다. 헌병차는 한적한 거리로 빠져 나왔다가 송화강이 보이는 언덕을 넘었다. 그리고 북쪽으로 뻗친 길을 따라가자 다시 번화가가 나왔다. 대학병원 안으로 헌병차가 들어갔다. 그곳에는 군용 트럭이 여러 대 정차해 있었고, 민간인이 아닌 방역반의 위생병들이 보였다. 헌병차가 멈추었다. "소녀를 조심스럽게 내려라." 요시다가 차에서 내리며 모리가와에게 지시했다. 모리가와가 소녀를 안아 밖에 서 "이 애 죽었는데요." "......" 요시다가 소녀의 입에 손을 대 보았다. 만주인 소녀는 더 이상 호흡을 하지 않았다. 손을 가슴에 얹어 심장의 박동을 살폈으나 가슴도 조용했다. 그녀는 땀도 흘리지 않았고, 그렇게 뜨겁던 몸은 식어 있었다. 소녀의 얼굴을 들여다보던 손진영이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모리가와는 소녀를 땅에 내려 놓았다. 요시다가 그 소녀의 얼굴을 홑이불로 덮었다. 그리고 허리를 펴고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위생병을 불러 처리하도록 지시했다. 울고 있는 손진영의 어깨를 가볍게 다독거리며 요시다가 말했다. "유감이네, 눈물을 거두게. 어디로 갈 "갈 데는 없어요. 다만 그 무서운 프자덴을 탈출하고 싶을 뿐이에요." "갈 데가 없다고? 나는 더 이상 아가씨를 도울 수 있는 능력이 없네. 어떡하면 좋지?" "이젠 됐어요, 고마웠어요." "만주인 소녀 일 참으로 안됐네." "그 애를 화장시킬 것인가요?" "아마 그럴 거야." "그 애 유해를 가질 수 있나요?" "그건 모르겠어, 병원에 직접 알아보게." "안녕히 가세요. 언제 또 만날 수 있나요, 선생님?" "글쎄, 프자덴의 봉쇄가 풀리면 카투사 댄스 홀에 가지. 가면 아가씨를 만날 수 있겠지?" 홀도 싫고요. 선생님을 더 이상 못 만나더라도 오랫동안 가슴에서 지워지지 않을 거예요." "......" 여자의 눈에 또 다시 눈물이 맺혔다. 눈물이 많은 중국인 아가씨였다. 요시다는 빙긋 웃어 보이고 헌병차에 올라탔다. 차가 병원을 나가 사라질 때까지 그녀는 그 자리에 서서 바라보았다. 4.마루타 제 4 장 프자덴의 <오봉탈춤> 상황을 끝내고 731부대로 돌아간 것은 작전 사흘이 지나던 금요일 오후였다. 프자덴은 계속 봉쇄되고 상황은 끝나지 않았지만, 요시다와 모리가와는 731부대에 밀린 일이 있기 때문에 들어가야 했다. 더구나 프자덴 거리에서 작전 직전에 누드 노점상 청년을 체포하여 731부대로 보냈다. 부대에 도착하여 방첩반 사무실로 들어갔다. 점심 식사 시간이어서 대부분의 군속이 나가고 자리는 비어 있었다. 사무실에는 다야마 누마몬(田山沼門) 여자 군속이 있었다. 치유라세이(中山劉生) 중위님이 그 청년을 심문했지만 단서는 잡지 못했습니다." 누드 사진을 팔던 청년에 대해서 묻자 누마몬 군속은 말했다. 그녀는 진행된 내용을 모르고 있었다. 나카야마 중위가 전담한다고 했다. 나카야마 중위는 관동군 간첩학교 연음학원(緣陰學院) 졸업생으로 한때 장춘(長春)에서 특무기관원으로 있었던 장교였다. "그 만주인 청년은 어디에 있나?" 요시다 대위는 나카야마 중위가 들어오자 물었다. "마루타 특설감옥에 넣었습니다." "특설감옥에 넣어? 누가 마루타로 처리하라고 했지?" "......"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혐의는 있나? 그 누드 사진은 마루타의 것이 맞지?" "예, 그렇습니다. 맞습니다만 그 사진의 출처는 모르고 있습니다. 누드 사진을 공급해 주는 방(邦)이라는 중국인이 있다고 하는데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더구나 프자덴의 거리가 폐쇄되면서 모두 숨는 바람에 추적이 불가능했고, 잡혔던 요주의 인물들 틈에는 없었습니다." "그 사진의 유출 경위는 알아 보았나?" "네, 그 누드 사진은 러시아인 여자 마루타 526번인데 생체 해부로 이미 소각되었고, 그 사진을 찍은 것은 사진반의 가와다 요시오(川田由夫) 고원(雇員)입니다. 가와다는 사진반의 고참 뿌렸답니다." "삼십 장씩이나 뽑았다고?" "그러나 사건 발생 전까지 헌병대 사무실에서 두 장밖에 나오지 않았고, 그 후 제가 가와다를 추궁해서 추적해 보니 고등관(高等官)과 판임관(判任官)들에게 주었는데 대부분 독신자 관사에 있는 장교들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회수한 것이 모두 14장이었습니다. 모두 합해서 16장을 회수했으니까 14장이 회수 불가능이지요. 아마 그 14장 중에 한두 장이 외부로 유출되었다가 다시 복사되어 사용된 것 같습니다. 만주인 노점상이 프자덴에서 팔고 있던 문제의 그 사진은 가와다가 찍은 사진을 다시 복사하여 확대시킨 것으로 판명되었습니다." 피우며 물었다. "고등관들 중에는 대답을 못하고 망설이며 웃었다. 요시다가 그를 쳐다보자 그는 어깨를 추석이며 말했다. "오오다 대좌님." "뭐? 총무부장님도 가지고 있었어? 며칠 전에 누드 사진 거둬 들이라고 하면서 줄 때는 그런 사진 안 주었는데?" "빠뜨리고 못 주었다고 하더군요." "빠뜨린 거 좋아하고 있군. 또 누군가?" "요시무라(吉村) 기사(의사)님, 다카하시(高橋 )소좌님, 우치우미(內海) 기사님이 가지고 계셨습니다." "젊고 늙고 관계없이 좋아했군." "특히 다나카 가츠코(田中會子) 대위님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후미오(田中文夫) 곤충연구 담당반장이며 군의관 소좌의 아내였다. 요시다가 언젠가 신사(神社) 뒤 옥수수밭에서 깊은밤 야외 정사를 목격했던 인물이었다. 그녀는 32세의 간호장교였다. "그 만주인 노점상을 만나 보자. 아직 있겠지?" "예." 나카야마 중위와 요시다 대위는 아래층으로 내려가 중앙 통로 복도를 지나 특설감옥 입구로 갔다. 그곳으로 가려면 특별반 사무실을 지나야 했다. 특별반 경비 책임자인 다나카(田中) 판임관이 요시다와 나카야마를 보더니 히죽 웃으며 말했다. "또 뭘 보시러 오셨습니까? 기사(의사)님도 아니시면서 마루타에 오신 걸 보니 또 112번을 만나시려는군요?" 다나카 나가미즈(田中永水) 판임관은 요시다 뿐만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면 수다를 떨었다. 그러나 그는 그 본부를 벗어나면 입을 열지 않았다. 마루타 이야기 뿐만이 아니라 다른 얘기도 잘하지 않는 말없는 사람이었다. 밖에서 침묵해야 된다는 강박관념의 스트레스를 안에서 풀고 있는 셈이었다. 112번이 누구요? 요시다가 다나카에게 물었다. 나카야마가 대답했다. "우리가 만나려는 만주인 노점상입니다." 그들은 아래층 7동으로 들어갔다. 잔디를 지나서 다시 특설감옥 문으로 들어섰다. 복도에서 무장을 한 특별반 경비요원이 지키고 서 있었다. 3호실 독방에 만주인 노점상이 갇혀 있었다. 남자 마루타들은 대부분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철문에 있는 조그만 창구로 안을 들여다보자 만주인 청년은 수갑찬 손을 추켜 들며 뭐라고 마구 떠들었다. "신문을 충분히 했나?" "예." "고문은 했나?" "네, 더 이상 나올 것도 없습니다. 방(邦)이라는 중간 상인을 잡지 못하는 한 유출 경위를 추적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자네 중국말 알지?" "네." "내가 심문할 테니 불러내보게." 경비요원에게 문을 열라고 했다. 철문이 열리자 안에 있던 112번은 문 앞으로 나와 요시다와 나카야마 앞에 넙죽 무릎을 끓고 앉았다. 그리고 빌면서 말했다. 요시다가 뭐라고 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살려달라고 합니다. 자기는 춘화(春畵)를 판지 두어 달밖에 되지 않으니 용서해 달라는 것입니다." "여기서는 다른 마루타에게 들리니 처치실로 데려가자." 요시다가 앞서서 복도 끝으로 걸어갔다. 나카야마는 만주인 청년을 부축하여 일으키고 복도 끝으로 끌고 갔다. 그 뒤에 특별반 요원이 따라갔다. 처치실 바닥에 앉히고 요시다가 청년에게 물었다. "방(邦)이라는 사내에 대해서 얼마나 나카야마 중위가 중국말로 통역해서 물었다. 만주인 청년은 열심히 지껄이며 손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계속 같은 말입니다. 키가 크고 얼굴이 길쭉하며, 눈이 작고 코가 자주 빨갛게 보이고, 쌍스런 말을 잘하지만 어디 사는지는 모른답니다. 노점에다 펼쳐 놓고 처음에는 책을 팔고 있었는데, 누드 사진을 팔아보겠느냐고 해서 시작했고, 그 장소에 나가 노점상을 차리면 와서 사진을 공급해주곤 했답니다. 그것밖에 모른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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