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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웅]마루타 1-30

작성자고향설470|작성시간26.06.21|조회수34 목록 댓글 2


 다리가 불쑥 올라가고 팔이 들썩거리며
움직였다. 긴장하고 지켜보던 조수 한 명이
그 광경을 보고 우스웠던지 웃음소리를
냈다.
  "부분 절개"하고 의사가 지시하자 기수는
자극을 한 골의 부분 부분을 메스로
오려내기 시작했다.
호흡을 않고 있었다. 심장도 거의 멈춘
상태였다. 뇌의 수술이 끝나고 재빨리 자궁
쪽에 메스를 대어 이번에는 생식기 구조와
기능에 대한 세밀한 관람을 시작했다.
하복부 수술은 옆에 있던 다른 기수가
맡았고 관찰하는 기사도 다른 사람이었다.
  생식기를 절개하고 세밀하게 관찰하는
동안 가와다 요시오 사진반원은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자궁을 잘라서 들어내고,
생식구조 일대를 완전히 오려내어 포르말린
액에 넣고 나자 다음에는 배와 가슴을 열어
젖혔다. 황색을 띤 지방질 속에서 위와 장,
간장, 폐 등이 나타났다. 좌우로 열어 놓고
손으로 만져 보기도 하고 동맥과 신경을
절단하기도 하면서 구조를 잘라 내었다.
대충 사진을 찍은 가와다 요시오가 밖으로
  요시다는 더 이상 지켜보기 힘들어
가와다의 뒤를 따라 나갔다. 승홍수에 몸을
담그는 정도는 하지 않았으나 욕실에 가서
샤워를 하고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 입었다.
  "안녕하십니까? 요시다 대위님이 오늘은
웬일로 해부실에 오셨습니까?"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 입으며 얼굴이
마주치자 가와다 요시오가 인사를 했다.
요시다는 옷을 입으며 말했다.
  "오늘 가와다 씨가 당직인 모양이지요?"
  가와다(川田)는 요시다 대위보다
하급자였으나 나이가 십여살 위였기 때문에
요시다는 그에게 존대말을 썼다. 가와다
요시오는 빙긋 웃으며 대꾸했다.
  "토요일은 더 바쁩니다."
  "항상 저렇습니까?"
아니죠. 오늘 오후에 특별 실험 다섯
가지가 있습니다. 그건 모두 영사기로
촬영해야 됩니다.
  "가와다 씨가 직접 합니까?"
  "다른 반원하고 같이 합니다. 혼자는
촬영 못해요. 보조가 있어야지요."
  "무슨 촬영이라고 했지요?"
  "특별 실험입니다. 마루타 실험에서 저
수술은 아무것도 아니지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하는 그 특별 실험은 아주
색다릅니다."
  "특별 실험이 오후에 시작된다면 아직
시간이 있군요. 가와다 씨, 나하고 이야기
좀 할까요?"
  "그러지요. 무슨 일입니까, 대위님?"
  가와다 요시오는 마루타 누드 사진에
별로 대수롭게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밖의 식당에 가서 차를 한 잔
마시겠습니까?"
  "네, 그러지요. 대위님이 설마 기찬
사진을 달라는 뜻은 아닐테고."
  그들은 복도를 지나 본부 밖으로 향했다.
복도를 걷다가 요시다 대위는 가와다
요시오에게 물었다.
  "해부하는데 같이 있으면서 사진을
찍다가 감염되는 경우는 없습니까?"
  "왜 없겠습니까. 2년 동안에 세 명의
사진 기사가 감염되어 죽었습니다.
마스크를 썼다가 더위 때문에 잠깐 벗은
것이 해부하는 순간 피가 튀어 사진반원의
입으로 들어간 것이지요. 해부 받던
마루타가 페스트 감염자였기 때문에
조심해야지요. 화병수당 50%를 주고 있지만
돈을 많이 벌면 뭘합니까? 난 마루타 해부
사진을 숱하게 찍으면서 가끔 이런 생각을
하지요. 내가 죽으면 부대에 들어설 때
서약했던 것처럼, 자신이 죽으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유체(遺體) 해부에
동의합니다 -- 하는 경우가 적용되어
해부대에 올라가겠구나, 하고 말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 마루타의 해부 사진을
찍으면서 그것이 나의 해부 사진일지도
모른다는 착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지난번에 나하고 아주 친한
다카하시(高橋)반 -- 페스트연구반 -- 이
기수 한 명이 동물 벼룩을 이용해 페스트
생균의 미스트(mist) 실험을 하다가
시험관이 폭발해서 자신이 페스트 균을
친구의 몸을 해부했는데 그 사진을 내가
찍었습니다. 나는 그 친구의 몸을 열고
간과 폐 등의 사진을 찍으며 눈물을
억제하느라고 애썼습니다. 그래서 이런
생각도 들더군요. 친구의 죽음은 눈물이
나는데, 마루타의 죽음은 왜 재미가
있을까. 나의 죽음은 어떤 흥미가 있을까,
그런데 뒤이어 그 친구를 간호하던
간호원도 페스트에 걸려 죽는 이중 사고가
생겼고, 나는 또 간호원의 해부 사진도
찍게 되었습니다. 내가 죽었을 때 나
자신의 해부 사진을 찍을 수 있다면 나는
사진 기자로서 한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들은 본부 밖으로 나갔다. 대강당 앞에
있는 군용 버스에 대원의 가족들이 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그 앞을 지나 식당
않아서인지 식당 안은 텅 비어 있었고,
작업복을 입은 여자가 걸레로 바닥을 닦고
있었다. 걸레는 물이 축축하게 묻어
있었도, 바닥은 건조했다. 청결한 부대를
자랑하는 부대장의 눈에 불결한 식당
바닥이 발각되면 징계 조처를 당하기
때문에 종업원들은 자주 닦아 내었다.
그들은 창가에 가서 앉았다. 커피를
주문하고 잠시 침묵하다가 요시다 대위가
입을 열었다.
  "마루타의 엉덩이 사진 때문에 만나자고
했던 것입니다."
  그러자 사진반원 가와다 요시오는 히죽
웃었다. 요시다 대위는 굳은 얼굴로 말을
이었다.
  "물론, 혼자만의 일이 아니겠지만 그
  "저에게요?"
  "그렇습니다."
  "......."
  가와다 요시다는 침묵하고 무엇인가를
잠시 생각하더니 물었다.
  "나를 경계할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어떻게 할 것입니까?"
  "가와다 씨는 당분간 고원(雇員)에서
용인(傭人)으로 직급이 내려가고, 사진
일이 아닌 타 부서에서 근무하셔야
합니다."
  "......."
  가와다 요시오는 잠자코 있었다. 얼굴에
별다른 동요의 빛이 없었다. 요시다 대위가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할 때부터 그 사태를
  "그 사진들을 고등관들이며 지휘관들도
모두 좋아해 놓고 이제 와서 사진이 퍼지자
수습책으로 나를 징계하는군요?"
  "......."
  "좋습니다. 어떤 벌이라도 받아야지요."
  두 잔의 커피가 와서 탁자 위에
올려졌다. 요시다 대위가 그에게 커피를
권했다.
  "마루타 해부며 실험 사진을 찍는 일도
지긋지긋 했습니다. 다른 부서로 옮겨
준다면 더없이 좋지요. 그러나 직급은
그대로 둘 수 없겠습니까?
  "그건 내 소관이 아닙니다. 보통 징계를
하면 그렇게 되잖습니까?"
  고원(雇員)과 용인(傭人)과의 연봉
차이는 배에 가까웠다. 계급도 차이가
엔이었지만, 용인에게는 4백 엔 정도에
그쳤다.
  "요시다 대위님, 사진은 나의 천직이기는
합니다만 다른 부서로 옮기는 것을 달갑게
받아 들이겠습니다. 그러나 계급을 내리는
것은 재고해 주십시오. 상부에 그 점을
건의해 주시겠습니까?"
  "그렇게 해보도록 하지요."
  "그리고 한가지 더 있습니다. 오늘
오후에 하는 특별 실험 촬영은 할 수
있겠지요?"
  "다음 월요일부터 징계 처분이 발효될
것입니다. 오늘은 관계 없습니다."
  "오늘 촬영이 마지막이 되겠군."
  가와다 요시오는 커피를 마시지도 않고
멍하니 앉아 창밖을 보고 있었다. 마지막
대위에게는 무척 공허하게 울렸다. 그
공허함 속에 요시다는 문득, 그와 자기
자신은 이 현실에 대한 범죄자라기보다
피해자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생각은 어쩌면 자기 도피일지
모르지만, 요시다는 그 마지막이라는
어휘가 자기에게도 해당되고 있다고 느끼고
있었다.

  본부 건물에서 12호동 지하 한 쪽에 특별
실험실 일부가 있었고, 진공 실험과 가스
실험실은 2층 요시무라(吉村) 반 옆 복도에
있었다. 복도 옆에 붙어 있는 방으로
들어가면, 관계자외 출입금지라고 붉은
안으로 들어가면 진공상자라고 쓰여 있는
특수한 방이 있었다. 가스 실험도 그곳에서
이루어졌다. 모두 유리벽으로 되어 있어
밖에서 안을 관찰할 수 있었다. 그래서
촬영은 유리벽 밖에서 했다. 가스실에 함께
들어가 촬영할 필요는 없었다.
  토요일 하오에 있는 특별 실험은 언제나
우치우미(內海) 반에서 시작했다. 혈청
연구팀인데, 그들이 하려는 실험은
착혈실험(搾血實驗)과
대체수혈실험(代替輸血實驗)이었다.
공기정맥주사실험(空氣靜脈注射實驗)은
그동안 여러 번 되풀이되어 실험의 결론을
얻었기 때문에 더 이상 하지 않았다.
  사진반의 가와다 요시오(川田由夫)
고원(雇員)은 다른 후배 두 사람을 데리고
사진기와 영사기를 들고 촬영 준비를
하려는 것이었다. 기와다 요시오에게
있어서는 토요일 하오의 특별실험 촬영이
그로서는 마지막 작업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새로운 느낌이었다.
사진반이 실험장에 도착했을 때 말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착혈(搾血) 대상을
말로 하였다. 착혈의 대상으로는 여러 가지
동물을 쓰고 있었다. 동물 가운데는 쥐나
토끼같은 것을 비롯해 파리나 모기같은
곤충에 이르기까지 사용하는 것이었다.
특히 마루타를 빠뜨리지 않았다.
실험장에는 혈청반 반장 우치우미
이에모지(內海家茂) 기사(의사)도 나와
있었다. 그는 희끗희끗한 머리를 쓸어
올리며 대형 원심분리기 앞에 서 있었다.
동물을 매달아 놓고 동맥에 바늘을 꽂아
호수로 뿜어 내는 방법이 있고 대형
원심분리를 이용해 회전시키면서 짜내는
방법이 있었다. 그들을 여러 가지 방법을
써서 이미 해보았지만 이번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방법은 피할 듯했다. 대형
원심분리기 조작을 조수들이 하고 있었다.
  "오늘은 말의 착혈만 합니까, 기사님?"
  가와다 요시오가 우치우미(內海)에게
물었다. 그는 안경 다리를 만지며 씨익
웃더니 대답했다.
  "걱정 말게. 빨리 끝내고 나도 장춘에 가
볼 일이 있네."
  "지루해서 묻는 것은 아닙니다."
  "애들아, 빨리빨리 서둘러 해."
  반장은 시계를 보며 재촉했다. 말은
하지 못하고 마장(馬場)에서 은퇴하는 말이
실험으로 배정된 듯했다. 그러나 아직
힘차게 달릴 수 있는 튼튼한 네 다리가
있었고, 귀도 늘어지지 않고 꼿꼿하게 서
있었다. 말은 고개를 들어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밝은 불빛이 기분 나쁜지
머리를 휘두르기도 했다.
  말의 입에 재갈이 물려졌다. 그리고,
고삐를 당겨 대형 원심분리기 위로 끌고
갔다. 대형 원심분리기는 고속으로
회전하는 둥근 회전 엔진이 부착되어 있고,
각종 측정도구며, 피를 뽑아내는 펌프
장치가 위쪽으로 매달려 있었다. 말은
원심분리기 위에 올라가 다리와 몸통이
철제 고리에 끼워졌다. 그 철제 고리에
끼워져 조이면 말은 움직이지 못하게 되어
의심스런 눈초리로 두리번거렸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부착이 완료되자 반장이
작동을 하라고 손짓했다. 그리고 그는
원심분리기 앞쪽에 있는 각종 측정계기
앞에 섰다. 반장 옆에 조수가 필기도구를
들고 섰다. 기계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말이 놀라서 머리를 휘둘렀으나 그것은
잠깐이었다. 빠르게 돌자 말은 혼수상태로
가만히 있었다. 회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계기판의 수치가 올라가지 시작했다.
반장은 회전 속도와 계기판의 수치를
번갈아 보다가 구술하기 시작했다.
  "팽창 압력 45, 저항 치수 2.6"
  반장의 구술을 받아 조수가 용지에 적어
넣었다. 가와다 요시오는 원심분리기
작동이 끝나고 멈추면 사용한 동무의
바라보았다.
  "착혈하라."
  반장이 지시하자 다른 기수가
원심분리기에 있는 버튼을 조작했다. 말의
몸이 회전하면서 떠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몇 분이 지나자 대형 원심분리기는
멈추었다.
  말은 피와 수분이 빠져 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박제된 뼈에 가죽을 씌워
헐렁한 모습이었다. 말이 치워지자 다른
방에 대기시켜 놓았던 마루타가
끌려나왔다.
  남자 마루타는 정확히 나이를 알 수는
없었으나 삼십 전후의 건장한 체격이었다.
잘 먹여서 얼굴은 부옇고, 발가벗은 몸통은
살집이 좋았다. 특별 실험실 안으로
기색이었다.
  "원심분리기에 매라. 대체 수혈을
시도하고, 원심분리기로 혈액을
분리시킨다."
  반장이 말했다. 마루타는 일본 말을 알아
듣고 펄쩍 뛰면서 들어왔던 문으로
달아나려고 했다. 손에는 수갑이 채워져
있었기 때문에 몸을 뒤뚱거리며 뛰어갔다.
그러나 문 앞에 있는 반원에게 잡혀 다시
끌려왔다. 그 청년은 몸을 틀며 저항했다.
  "싫다, 목욕을 시킨 후 석방시킨다고
하더니 날 어떡하겠다는 것이야?"
  마루타가 고함을 쳤다. 그의 고함소리가
지하실의 특별 실험실 안을 울렸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의 말에 신경쓰지 않았다.
  "뭐하나? 빨리 해라."
달려들어 원심분리기에 올라가지 않으려는
그의 몸을 들어올렸다. 그의 발가벗은 몸이
원심분리기 안으로 들어갔다. 옆으로
뉘어질 때 그가 심한 반항을 해서 지켜보고
서 있던 다른 반원들이 합세했다. 예닐곱
명이 그의 몸을 눌러 수갑을 풀고 팔을
끌어내려 고리쇠에 채웠다. 두 다리도
채웠고, 머리도 고정시켰다. 그는
차렷자세로 반듯하게 누워있는 꼴이
되었다. 말과는 약간 다른 형태로
고정되었다. 고정되면서 몹시 당황한 그는
고함을 질러 댔다.
  "이놈의 새끼들. 날 놓아준다고 해 놓고
사기를 쳤구나. 이놈의 새끼들. 지옥에
떨어질 놈, 날 어떡하겠다는 것이냐.
개새끼, 개보다 못한 새끼들."
반장이 손짓하며 신호를 했다. 그러나 반원
한 명이 마스크 같은 조그만 물건을 가지고
가서 마루타의 입에 넣었다. 재갈이 물리자
그는 더 이상 소리를 지르지 못했다.
그것은 말(馬)을 실험할 때와 별로 큰
차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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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올포유 | 작성시간 26.06.21 new 즐감 하고 갑니다
  • 작성자규돌짱 | 작성시간 12:24 new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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