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듯하게 누워있는 마루타의 몸통에 투명한 유리통이 씌워지면서 목과 팔, 다리 등에 주사 바늘이 꽂혔다. 주사 바늘은 고무줄에 압착되어 빠지지 않게 조여졌고, 주사와 이어진 고무 호수는 원통 밖으로 이어져 다른 계기 속으로 들어가 있었다. 마루타를 설치하는 일이 완료되자 이번에는 특별 실험실에 킥킥거리는 소리가 들리면서 원숭이 한 마리가 들어왔다. 원숭이는 몸집이 작았다. 원숭이의 목에 끈을 매어 이리저리 휘저으며 지하실 안의 모습을 신기한듯 둘러보았다. 원숭이를 쇠로 된 의자에 앉혔다. 의자에 앉힌 후 원숭이의 다리며 팔을 고리에 걸어 고정시켰다. 몸에도 가죽으로 된 벨트가 감겨 고정되고, 머리도 둥근 가죽으로 매여 등받이에 매어졌다. 머리가 고정되면서 원숭이는 몸을 꿈틀거리며 발악을 했다. 처음에는 호기심에 가득 찬 눈으로 둘러보기만 하던 원숭이가 계속 당황하며 보챘다. 그러나, 의자에 고정되어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입을 크게 벌려 소릴 질렀다. 계속 소리를 내자 반원이 원숭이용 재갈을 물렸다. 원숭이가 입을 벌리지 못하게 조이는 기구였다. 원숭이의 혈관을 찾아 주사 바늘이 꽂혀졌다. 계속 반항하던 기구를 보며 잠자코 있었다. 원심분리기에 있는 마루타의 몸이 한 바퀴 돌면서 원숭이를 마주보는 자세가 되었다. 청년은 입이 재갈이 물려 말을 못하고 눈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그의 눈이 원숭이를 보더니 야릇한 호기심으로 반짝 빛났다. 원숭이와 마루타 청년의 시선이 마주쳤다. 혈액이 교환되기 전에 시선이 교환되고 있었다. 반장이 시작하라고 손짓했다. 가와다 요시오는 이때부터 촬영을 시작했다. 마루타와 원숭이의 표정과 몸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기록 영화로 담아 두어야 했다. 기계조작에 의해서 마루타의 혈액이 원숭이의 혈액 속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당황한 청년이 그의 시선을 쉴새없이 굴리고 있었다. 그가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눈동자뿐이었다. 영문을 모르는 원숭이는 몸을 꿈틀꿈틀 하면서 계속 벗어나려는 몸짓을 반복했다. 사람의 피가 얼마 만큼 빠지면 생명에 위험에 초래하는가 -- 하는 실험을 지난날 수없이 많이 했었다. 사람의 건강 상태와 체중에 따라 양은 다르나 대부분 3분의 1이 빠져 나가면 죽었다. 그 수치는 원심분리기 계기판에서 표시되어 있었다. 이를테면 원심분리기에 올라 있는 마루타의 체중과 추측되는 피의 양이 기록되고, 그 양의 3분의 1이 어느 정도인지 표시되어 있었다. 그래서 피는 3분이 1에 육박하도록 빼내는 것이었고 마루타가 죽기 직전에 다른 원숭이의 피를 마루타에 넣지는 않았다. 그것은 지난날 여러 번 되풀이한 실험에서 다른 동물의 피가 사람의 혈관에 들어가면 죽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동물의 피로는 사람의 피를 대신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지는 오래 전이었다. 이제는 반대 방향에서 실험하는 것이었다. 동물은 사람의 피를 받아들이는 것일까. 사람과 가장 가까운 원숭이를 시작으로 해서 그와 같은 실험은 계속되고 있었다. 사람의 피가 천천히 원숭이의 체내에 들어가 원숭이 피와 섞이자 원숭이에게서 이상 반응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5분 정도 경과하자 원숭이의 몸이 지나치게 떨리기 시작했다. 기침을 심하게 하면서 발작증세가 나타났다. 사람의 피도 나타났으나 그 원인과 측정치를 알아내기 위해 되풀이되는 반복 실험이었다. 동물과 사람의 대체수혈 실험은 여러 가지 데이터를 만족스럽게 해주지 못했다. 불필요한 것이기도 했지만, 마치 경기종목에 있기 때문에 싫어도 해야 하는 운동경기와 같은 것이었다. 피가 많이 빠져나가자 청년은 힘을 잃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도 반항적으로 근육이 꿈틀거리며 매여 있는 장치에서 벗어나려고 본능적인 몸부림을 쳤으나, 이제는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눈을 감았다. 잠자는 것처럼 조용했는데, 그의 표정이 마치 황홀한 무엇을 경험하는 것처럼 웃음이 번졌다. 얼굴은 매우 기분 좋은 표정이었다. 그 과정은 마루타의 피를 임박한 피가 빠져 나가면서 사람은 혼수상태가 되는데, 그때 황홀한 감각을 경험하는 경우가 있었다.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대부분 그러한 경험을 하는 것이다. 원숭이가 몸을 바르르 떨더니 죽었다. 원숭이의 심장에 이상이 생겨 쇼크사를 한 것이었다. 사람의 피와 섞인 원숭이의 피를 모두 빼내게 하면서 마루타와 분리되었다. 마루타 청년은 아직 생명은 부지(扶持)하고 있었다. 계기판에 나온 혈압의 수치는 아래로 뚝 떨어져 있지만 아직 맥박은 뛰고 있었으며 호흡을 했다. 반장의 지시를 받아 다른 실험으로 원심분리기가 돌아갔다. 고속으로 돌아가면서 몸 속에 있는 피를 비롯한 모든 것이다. 사람을 대형 원심분리기에 넣어 돌리면 혀가 튀어 나오고 창자가 뱃가죽을 뚫고 터져 나오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을 보완하는 원통을 부착하고는 부작용은 없었다. 일차로 혈액을 짜내고, 다음은 체내의 모든 불순물의 체액을 짜내는 것이었다.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십여 분이 지나자 완료가 되었다는 빨간불이 들어왔다. 원심분리기가 멈추자 반원들은 그 상태를 보려고 가까이 다가오면서 즐거운 분위기가 실험실 안에 메웠다. 마루타의 몸에서 뽑아낸 체액 가운데 새로운 표본은 없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기사와 기수, 그리고 다수의 조수들은 계기판의 주위에 둘러섰다. 가죽을 씌운 미이라 같은 형상으로 바뀌어 고정되어 있었다. 사람을 형성하는 물질의 대부분이 체액으로 되어 있다는 사실을 증명이나 하듯이 마루타의 몸은 가죽처럼 쭈그러들었다. 얼굴은 단번에 늙어 노인이 된 것 같이 쭈글쭈글 했고, 처음에 눕혀질 때 팽팽하고 탄력있던 근육이 쭈글쭈글 해졌다. 모두 피부와 근육이 물기를 잃고 쭈구러들었으나 청년의 생식기관은 처음과 달라진 것이 없이 그대로였다. 기수 한 명이 그것을 발견하고 말했다. "여기 저 물건은 달라." 그러자 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혈청반에는 최근에 전선의 야전 병원에 사용할 혈액 공급이 부족해 건강한 마루타의 피를 뽑아 보내는 일을 한 일이 짜내듯이 모두 뽑아 다량의 혈액을 보낸 일이 있었다. 그렇게 되자 혈액을 공급하는 세부적인 과정을 모르는 전선의 야전병원에서 더 보내달라는 독촉이 왔다. 그러나 부대장이 거절하였다. 세균전의 준비가 더 바빴던 것이다. 그 후에도 혈청반에서 인체에 행했던 실험은 이제 결론을 얻은 것도 많았다. 이를테면 사람의 폐에다가 연기를 대량으로 넣을 때 어떤 반응을 얻는가. 그 연기가 석탄 가스일 경우면 어떻고, 담배연기면 어떠한가. 마약(대마초) 연기를 다량으로 마신 마루타는 어떤 반응을 일으키는가. 각종 마약을 먹이고 반응을 보는 것과 달리 연기 실험에 해당했다. 특히 독가스 반응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실험했다. 숨을 거두는가, 특히 미란성(* 爛性) 물질이 들어갔을 때 육체가 어떻게 썩어서 문드러지는가를 실험했다. 실험이 되풀이 되면서 좋은 성과를 내기도 했다. 모든 실험이 모두 성과를 올리는 것은 아니었다. 어느 실험은 책임자의 아이디어라고 하지만 쓸데없이 마루타를 소모하는 결과만을 내고,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도 있어, 의사들끼리 모여 품평회를 할 때 비난 받기도 하였다. 그들의 비난 핵심은 아까운 마루타를 불필요한 실험에 소비했다는 점이었다. 엑스(X)선을 인체에 장시간 쏘이면서 했던 실험은 사람마다 그 반응과 치명도가 달라서 마루타 소비가 많았다. 더구나 간의 손상을 입었지만 단번에 표시나지 않기 한 마리의 늙은 말과 작은 원숭이 한 마리, 그리고 건강한 청년 마루타 한 명을 죽이고 혈청반의 실험은 끝났다. 작업이 거의 끝날 무렵이 되자 반원들은 토요일 하오의 기분에 들뜨며 가족들과 부대를 나가 시내로 가서 회식할 생각들을 하였다. 하얼빈 길림가에 있는 맘보극장에 일본의 애정영화가 들어왔다고 여자하고 보러 가기로 약속했는데 시간을 지킬지 모르겠다며 들떠있는 청년 반원도 있었다. "그런데 조심해, 하얼빈 시는 지금 장티푸스 전염병이 돌고 있어. 가서 음식 먹을 때 끓인 것이 아니고는 절대 먹지 말라구." 기사 한 명이 젊은 반원들에게 충고했다. "음식은 하얼빈 식당에 먹지 말고 싸가지고 가서 먹지요, 뭐." 그렇게 대답하자 모두 수긍하면서, 나도 그렇게 해야겠다고 떠들었다. 우치우미(內海) 반장은 뒤처리를 맡기고 이미 실험실을 떠났다. 가와다 요시오(川田由夫)를 비롯한 두 명의 사진반원들은 촬영기를 챙기고 다음 특별 실험이 있는 12호동 2층으로 향했다. 2층에서 진공 실험과 가스 실험이 있었다. "선배님, 몸이 불편하세요?" 복도를 함께 걸어가던 사진반원 청년이 가와다에게 물었다. 전에 없이 가와다의 표정이 시무룩했다. 그전 같으면 실험실에서 곧잘 농담을 지껄여 사람들을 웃겼는데, 오늘따라 입을 다물고 한 마디 말이 없었던 것이다. "편찮으시면 일찍 들어가 쉬시지요. 남은 촬영은 우리가 하지요." "괜찮아, 별거 아니야." 마지막 촬영. 가와다의 머릿속에 그 생각이 도사리고 있자 우울해졌다. 기분이 나지 않았고, 수없이 되풀이되었던 일이었지만 전과 같이 즐겁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싫은 느낌도 들지 않았다. 다만, 앞으로 이와 같은 진기한 장면을 렌즈에 담는 일을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풀이 죽는 것이었다. 그 일이 지겹기도 했으나 두 해 동안 정들었던 작업이었다. 그들이 2층 특별실험실에 들어서자 그곳에서는 이미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예정 시간보다 조금 당겨서 빨리 끝내고 토요일 하오의 나들이를 생각했는지 모를 뜻밖에도 요시다 대위가 와서 보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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