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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웅]마루타 1-32

작성자고향설470|작성시간26.06.23|조회수36 목록 댓글 2

 "사람은 손가락 끝에 동정맥 특수혈관이
발달해 있어 이것이 한랭 자극을 받으면
확장하게 되지. 그래서 피부 온도를
상승시키는 것이오. 나는 이 반응을 많은
사람들을 측정해서 반응의 특징을
찾아냈소. 그렇게 측정된
항동상지수(抗凍傷指數)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알았소. 이를테면 민족에
몽고인이나 러시아인은 일본인보다 그
평균치 지수가 높더군."
  요시무라는 자신의 연구 실력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그는 더 이야기하고
싶은 듯 했으나 그들이 헤어져야 하는
독신자 관사 앞이어서 입을 다물었다.
요시다와 가와다 요시오는 요시무라에게
경례를 하고 헤어졌다. 요시무라는
고등관(高等官) 관사 쪽으로 걸어가며 다시
돌아보더니 말했다.
  "요시다 대위, 다음에 시간이 나면 검도
대련을 해봅시다."
  "예, 감사합니다."
  "의욕에 가득찬 젊은 의사입니다."하고
복도 계단을 오르며 가와다 요시오가
말했다.
  "동상 실험은 어떻게 하지요?"
  "끔찍합니다. 허긴, 마루타 손이나 발을
얼게 해서 쿡 찔러 봅니다. 아무 감각이
없으면 언 것이지요. 그걸 뜨거운 물에
넣으면 어떻게 되는지 아세요? 더구나 펄펄
끓는 물이나 온도가 높은 물에 넣으면 퍽
-- 하고 터지면서 살점이 모두 흩어지고
뼈만 앙상하게 남지요. 아마 그 지수가
민족에 따라 다르다는 것은 그것도 여러
민족 마루타를 썼기 때문에 알 수 있죠.
몽고인 마루타와 러시아인 마루타는 곧잘
동상연구 대상이 되곤 했지요."
  "일본인 마루타는 없는데 어떻게 했지요?
설마 일본인 마루타를 데려다가 하진
않겠지요?"
  "조선인을 많이 참고로 하더군요. 비슷한
실험에 썼어요. 마루타는 아니지만. 다만
살이 터져 뼈만 남도록 하는 실험은
안했지요. 그리고 실지 동상에 걸린
소년대원을 치료하면서 실험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겨울에 있었던 일입니다."
  그들은 요시다의 거실로 들어갔다.
요시다는 가와다 요시오를 소파에 앉도록
권하고 주방으로 가서 술과 안주를 챙겼다.
그는 상을 차리면서 말했다.
  "가와다 씨, 하던 얘기 계속 해보세요."
  "들을 만한 얘기는 아닙니다. 그리고
요시무라 반장님을 욕하는 것 같아서
미안하긴 합니다만, 소년대원 애들이
골탕을 먹였지요. 한 번은 무척 추운
겨울이었죠. 영하 삼십 도 이상 오르내리는
추위인데 소년대원 십여 명에게 기합을
했습니다. 냇가는 무슨 작전을 하느라고
얼음의 일부가 깨어지고 눈이 덮여
있었어요. 애들이 그걸 모르고 지나다가
냇가에 빠졌지요. 아이들의 발은 곧 얼기
시작했어요. 즉시 동상연구반 처치실로
가서 치료를 해서 다리를 끊어내지는
않았지만 요시무라 반장님이 계획적으로 한
일 같아요. 그때 얘기 들으니까 치료하면서
여러 가지를 측정하고 실험하더랍니다."
  "전부 실험이면 가리는 게 없군요."
  요시다 대위는 꼬냑 병과 잔, 그리고
오징어 안주를 쟁반에 받쳐들고 와서 내려
놓았다.
===
  "진귀한 술입니다."
  "감사합니다."
  요시다는 두 잔에 술을 따르고
  "조국의 승리를 위해."
  "위하여--!"
  그들은 술을 마셨다. 한 잔을 마시고
나서 요시다 대위는 가와다 요시오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가와다 씨, 난 오늘 오후에 특별 실험을
보면서 사진반원들의 힘겨운 일을
실감했습니다. 그러한 실험을 따라다니며
항상 사진으로 남겨야 한다는 것은 정말
힘겨운 일 같았습니다."
  "......."
  "그래서 나 개인의 의견입니다만, 가와다
씨를 징계하는 일을 취소하고, 징계초안을
제출하라고 총무부장이 명령했습니다만,
이견을 첨부해 탄핵하겠습니다. 잘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징계를 면하시도록
들겠습니다. 하나는 사진전문 기술자가
부족해서 현재 인원도 혹사를 하고 있는데,
가와다 씨 같은 노련한 전문 기술자가
면직되면 자원고갈의 현상이고, 이번 징계
사유가 추상적이며 모호할 뿐더러 그
책임은 간부들에게도 있는바, 스트레스가
쌓인 일시적인 것으로 하겠습니다."
  가와다 요시오가 손을 뻗쳐 요시다의
손을 잡았다. 그는 목이 메인 어조로
말했다.
  "고맙습니다. 요시다 대위님."
  두 사람의 술잔이 오고갔다. 꼬냑은
독했기 때문에 그들은 단번에 취했다.
요시다의 얼굴에 붉은 기운이 돌고 취기가
오를 때 문에서 초인종이 울렸다. 문이
열리고 모리가와(森川) 중위가 들어섰다.
말했다.
  "요시다 대위님, 마침 숙소에 계셨군요."
  "날 찾고 있었나, 모리가와? 흥분하지
말고 들어와서 한 잔하게."
  "장교실과 연구실에 이상한 얘기가
돌아서 지금 뛰어온 것입니다."
  "무슨 얘기야?"
  모리가와는 거실에 서서 보고하듯이
말했다.
  "2층 8동의 마루타 특설감옥에서 최근에
잡혀온 어느 마루타가 장교나 의사들을
보면 여보세요 혹시 요시다라는 장교를
아세요? 여기 있으면 만나게 해주세요 라고
한답니다."
  "뭐가 어째? 마루타가 나를 찾는다고?"
  요시다는 놀란 얼굴이었다. 마루타로
있을 까닭이 없었기 때문에 그는 당황했다.
  "그래서 그 말을 들은 반장이나 기사들이
웃으면서 요시다는 발이 꽤 넓군,
한답니다."
  "대관절 무슨 소리야?"
  요시다는 버럭 고함을 질렀다. 술이 깨는
듯 했으나 다음 순간 더욱 취기가 올랐다.
  "곡절을 모르겠습니다. 저는 특설감옥에
들어갈 수 없어 확인을 못했습니다만
이상한 일이니 대위님이 만나보시지요."
  "나를 알더라도 거긴 한 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는 곳이야. 그런데 대관절
누굴까.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을 안다면
그것은 보안에 허점이 드러난 것이잖아."
  "그러니 알아 보셔야지요."
  "2층 8동이면 --."하고 가와다 요시오가
  "여자 마루타 감옥입니다."
  "여자? 날 아는 여자는 없는데? 어쨌든
확인해 보아야겠군. 별일도 다
일어나는군."
  요시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술에
취해서 몸이 휘청거렸다.

  "이틀 사이에 백여 명의 마루타가 특별
이송되어 왔습니다. 그래서 수용하는데
차질이 많았지요. 열 명 정도 들어가는
잡거실에 열다섯 명을 넣기도 하고 지금
실험중인 방에도 서너 명씩 넣어서
전염병이 옮기기도 했습니다. 전염병이
옮겨도 안다이(安達) 실험장에서 소모될
연구팀 반장들이 불평이 대단합니다.
프자덴 폐쇄 덕분에 들어온 안다이 실험용
마루타들이지요."
  특별반 마루타 경비 책임자
다나카(田中永水) 판임관(判任官)이
요시다의 옆에서 걸으며 묻지 않는 말을
늘어 놓았다. 그의 수다는 2층 8동 마루타
특설감옥에 이를 때까지 계속되었다.
  "백여 명의 마루타가 들어온 것을 요시다
대위님이 모르실 수 밖에 없지요. 그것도
방첩이지요. 아시는 바 처럼 임무가
분산되어 자기 일 말고는 옆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지요. 마루타를 관리하는
우리 특별반도 네 조직으로 나누어
있습니다. 마루타를 확보하는 총무부 직속
보충반이 있고, 저처럼 들어온 마루타를
경비반에 포합됩이다. 그리고 마루타에게
먹이를 주는 취사반이 있고 연구팀과
수시로 연락하면서 마루타를 관리하는 위생
관리반이 있습니다. 마루타 운송반은
대위님도 아시다시피 헌병대에서 하지요.
그것도 이시이 나가데 헌병대위가
전달합니다."
  "그 여자도 이시이나 가데가 데려왔소."
  "모든 마루타는 이시이 대위가
데려옵니다. 물론 하얼빈의 조직하고
연계되겠지요. 요시다(吉田)라는 성을 가진
장교가 우리 부대에 두 명 있습니다만 한
명은 요시다 중위로서 하이랄 지부에 나가
근무하죠. 다른 한 사람은 요시다 소위로
소년대 교관으로 있습니다. 여자 마루타가
요시다라는 장교를 아느냐고 만나는
생각해 보았지요. 여기 하얼빈 지역 관동군
장교들 가운데 요시다 성을 가진 장교는
많이 있겠지요. 문제는 정확한 이름인데
내가 이름이 뭐냐고 물으니까 그건
모른답니다. 계급도 모르고, 다만
요시다라는 성을 가진 장교라고 하면서
혹시 여기 있으면 만나게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와 같은 일은 마루타를 수용하면서 처음
있는 일입니다."
  복도로 들어서자 경비를 서고 있던
특별반원이 다나카(田中)와 요시다(吉田)
대위에게 경례를 올렸다. 다나카는 한
쪽으로 가서 철문 창구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요시다라는 장교를 찾았던 여자 이리
  열두 명의 여자들이 모두 번호가 달린
누런 죄수복을 입고 앉거나 서 있었다.
그녀들은 처음에 왔을 때 떠들고 아우성을
치기도 했으나 이제는 체념을 하고
잠잠했다. 조사를 하고 내보낸다고 달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틀 간 떠들고 나자
맥이 빠진 것이다. 다나카가 부르자 여자들
가운데 키가 작고 얼굴이 둥근 177번
마루타가 일어나서 문 앞으로 나섰다.
  "옳지, 너였구나, 177번. 네가
요시다라는 장교를 찾았느냐?"
  "네."
  "그 장교와 어떤 사이냐?"
  "그냥 아는 사이에요. 혹시나 하고 물어
본 것이에요."
  "혹시나 하고 물은 것이 역시나 하고
  다나카가 여자하고 말 장난을 하자
요시다는 그의 몸을 옆으로 밀며 창구
안쪽에 있는 여자 177번 마루타를
들여다보았다. 모르는 여자이기를 바라면서
들여다보았던 요시다 대위는 깜짝 놀라는
것이었다.
  "손진영(孫眞英)? 카투사 댄스 홀의
손진영이 아니냐?"
  요시다는 비명을 지를 만큼 놀라며
반문했다. 댄서라고 하지만 그지없이
착하고 감정이 풍부하다고 느꼈던 중국
여자였다. 요시다는 마루타 특설감옥에
그녀가 들어있다는 사실이 자신의 가슴을
할퀴어 놓는 것 같은 배신감을 느꼈다.
누구에겐지 알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으나
감정을 억제하며 여자를 바라보았다.
일이네요. 그런 예감이 들었어요."
  여자의 눈에서 단번에 눈물이 맺혔다.
  "얘, 저 장교를 보고 선생님이란다.
사랑하는 사이인가 보다."
  등 뒤에서 여자들이 키득거리며
지껄였다. 그녀들은 조사를 받고 풀려
난다는 것을 믿고 있는 듯이 모두 명랑한
표정이었다. 옆에서 요시다 대위의 표정을
살피던 다나카는 어깨를 추석하면서 뒤에
있는 특별 경비반원을 쳐다보았다.
  "아가씨가 왜 여기 와 있지?"
  요시다가 오히려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선생님의 신분이 뭐예요? 관동군
장교이면서 항상 사복을 하고 다니더니
죄없는 날 가두는 일인가요?"
뺨으로 떨어졌다. 뒤에 있는 여자들은 재미
있다는 듯 웃었다.
  "난 아니야, 모르는 일이야. 대관절 누가
그랬나?"
  "선생님과 병원에서 헤어진 직후
헌병들이 나를 연행하더니 무조건
가두었어요. 날 보고 스파이라고 해요.
내가 스파이인가요?"
  "......"
  그건 알 수 없다. 요시다는 그 질문에
대꾸하지 않았다. 여자의 시선이 강하게
쏟아지자 요시다는 시선을 돌렸다.
  "난 스파이가 아니예요. 남경(南京)
출신의 중국 여자에 불과해요. 고아가 되어
댄서로 풀린 프자덴 거리의 여자에
불과해요. 제가 스파이 인가요?"
이곳으로 데려왔지?"
  "여기가 어디예요?"
  "그건 말할 수 없어."
  "역시 선생임은 당신의 조국만이
제일이군요. 한 여자가 어떤 곤경을 당하던
별로 대수롭게 여기지 않겠죠."
  "미안해."
  "절 풀려 나가게 해주세요. 선생님은
봉쇄된 프자덴에서도 절 구해 주셨잖아요?
그만한 권력이 있잖아요?"
  "난 그런 권력 없어. 아가씨 미안해. 난
모르고 있었던 일이야. 여긴, 여긴 말이야.
일단 여기 들어오면 나갈 수 없어. 아무도
못 내보내. 정말 미안해."
  "방금 뭐라고 하셨죠?"
  방 안에 있던 10여 명의 여자들이
얼굴을 가진 손진영의 표정도 굳어졌다.
요시다는 취중이어서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사실대로 말한 것이다.
뒤에 서 있던 특별반원 다나카 판임관도
낭패한 표정을 지었다.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우리가 다시는
나갈 수 없다고요?"
  "내가 그랬던가? 아니야, 그렇지
않겠지."
  "선생님, 지금 술 냄새가 많이 풍기네요.
취중에 하신 말씀이니 그건 진실일 거예요.
우리가 못 나가면 여기서 죽나요? 왜
죽나요? 무엇을 잘못했기에 죽이나요?
여기가 어딘지 감방을 세 번씩이나 옮기고,
차를 타고 이런 옷을 입히고, 대관절
우리를 어떻게 하려고 그러세요? 당신은
  "......"
  여자는 슬픈 눈으로 요시다 대위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슬픈 눈이 차갑게
변해가는 것을 느꼈다. 요시다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기 괴로워 돌아서서 걸어갔다.
등 뒤에서 여자가 불렀다.
  "선생님, 저 한 번만 더 봐요. 이제는
다시 찾지 않을께요."
  요시다가 문 앞에 가서 여자를
바라보았다.
  "요시다라는 장교를 찾으면 선생님의
명예를 손상시킨다는 것을 몰랐어요."
  "아니, 그런 뜻이 아니고....."
  "여기 잡혀온 여자 중에 일본 여자는 단
한 사람도 없어요. 중국인과
조선인뿐이에요. 우리들이 전부 스파이
  "그건 나도 모르겠어."
  "선생님조차 우릴 스파이로 보는군요?"
  "난 모르는 일이야."
  "일본 놈, 동양의 악귀."하고 예상하지
못한 욕설이 여자의 입에서 터지면서 강한
어조로 엮어내렸다.
  "우리를 전선의 위안부로 끌고 갈
것인가요? 당신도 역시 일본 놈에 불과해.
왜놈일 뿐이야, 퉤퉤--."
  여자의 입에서 침이 튀어나와 요시다의
얼굴에 묻었다. 요시다는 천천히 손수건을
꺼내 침을 닦아내며 여자를 바라보았다.
 요시다의 얼굴에 침을 뱉은 그녀의 두
눈에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설명이 되지
않는 여자의 얼굴이었다. 뒤에 서 있던
특별반 다나카가 화난 목소리로 말하며
  "고약한 마루타로구나. 장교의 얼굴에
침을 뱉다니, 용서할 수 없다. 끌어내어 패
죽이겠다."
  그대로 두면 끌어내어 육각 쇠방망이로
구타할 상황이었다. 요시다가 다나카의
팔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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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규돌짱 | 작성시간 26.06.23 new 고맙습니다
  • 작성자올포유 | 작성시간 26.06.23 new 즐감 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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