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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신공 제 40 장 3

작성자고향설470|작성시간26.06.06|조회수40 목록 댓글 1


수면신공40-3
산속에서 허름한 거지차림의 사람들이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곰같은 덩치의 청년과 잘생긴 청년, 그리고 어린애 둘이었다. 그들은 이천운일행들이었다. 험한 산속을 이동했기 때문에 그림의 겉모습은 거지와 다를 바가 없었다.
"이제 정말 멧돼지는 지겹다. 제발 다른 것 좀 먹자."
왕군악은 황대호의 어깨에 올라타 투덜거리듯 말했다. 둘의 체격은 엄청난 차이가 나, 언뜻 보면 부자지간 같았다.
"어린애처럼 왜 음식타령이냐? 그냥 먹어라."
황대호는 대수롭지 않게 타이르듯 말했다. 그러나 내심 그도 다른 음식을 먹고 싶었다. 왕군악의 겉모습이 어려 보이고, 그가 예절을 싫어했으므로 다들 말을 놓고 있었다.
"그래도 다른 것 좀 먹고 싶다. 아~~! 사탕도 먹고싶다~!"
왕군악은 어린애처럼 칭얼거리며 황대호를 보챘다. 그가 어린애처럼 행동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으므로 다들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처음에는 늙어서 주책이라고 생각했으나, 지금은 그냥 그러려니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헉~! 이럴 수가......"
앞장서서 걷던 송영수가 놀란 비명을 토해냈다.
"악! 이게 뭐야?"
뒤이어 이천운도 놀라 비명을 질렀다.
"무슨 일인데?"
왕군악은 황대호의 어깨를 박차고 허공으로 신형을 솟구쳤다. 그러나 그도 놀라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뒤따라온 황대호도 말을 잇지 못했다.
"이건 혹시 말로만 듣던 바다라는 건가? 이게 왜 여기에 있
는 거지?"
송영수가 털썩 무릎을 꿇으며 힘없이 중얼거렸다. 그들이 있는 곳은 가파른 절벽의 꼭대기였다. 그리고 그들의 눈앞으로 끝이 보이지 않는 긴 수평선이 보였다.
"뭐야? 유목민들이 쓰던 확실한 방법이라며? 왜 갑자기 바다가 나타난 거냐?"
이천운이 송영수의 어깨를 흔들며 따지듯 물었다. 그의 얼굴은 황당함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나도 몰라요. 왜 여기에 바다가 보이는 건지......"
송영수는 아무 반항도 하지 않고 허탈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이렇게 넋 놓고 있을 게 아니라, 우선 아래로 내려가 여기가 어딘지 알아보자."
왕군악이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리고 일행들을 일으키며 말했다. 그들은 몸을 일으켜 아래쪽으로 천천히 이동했다.
"여긴 바다는 아닌 것 같아요."
송영수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들의 주변으로 고깃배와 몇몇의 낚시꾼들이 보였다. 한가롭고 평화스런 모습이었다.
"왜?"
이천운이 고개를 돌려 의아한 눈으로 물었다. 왕군악은 다시 황대호의 어깨위로 올라가 신기한 듯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황대호도 신기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피고 있
었다.
"우선 여기의 배들은 바다에서 쓰이는 배가 아니에요. 이건 강에서 쓰이는 거예요. 게다가 바다의 바람은 염분이 섞여 짜다고 하는데, 여기의 바람은 상쾌하기만 하잖아요. 혹시......?"
"혹시?"
"그런 게 있어요. 저기 낚시꾼들에게 물어보죠."
송영수는 말을 얼버무리며 근처의 낚시꾼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때 그들의 귀로 두 노인의 말소리가 들렸다.
"저기 저 놈 봐라. 그놈 젊었을 때랑 똑같지 않냐?"
"어디......?"
"저기 저 거지같은 잘생긴 놈 말이다. 덩치큰 놈 말고......"
"그러고 보니 완전 복사판이군. 어쩜 저렇게 비슷할 수가......
저놈도 상당히 뺀질거릴 것 같군."
"그리고 여자도 상당히 많이 꼬일 것 같아."
마치 일부로 들어보라는 듯한 큰 목소리였기 때문에, 이천운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목소리의 주인들을 바라봤다. 목소리의 주인들은 근처에 쪼그리고 앉아 낚시대를 바라보고 있던, 얼굴에 주름이 많은 평범한 차림의 쌍둥이 노인이었다. 칠십대 중반에 가까운 노인들로 옆집 할아버지와 같은 평범한 노인들이었다. 다만 한가지 특이한 점은 쌍둥이라도 약간씩의 차이점은 있으나, 둘은 전혀 다른 점이 없다는 것이었다.
"어이~! 거지들아~! 그렇게 바라만 보지 말고 와봐라~!"
두 노인중 좌측의 노인이 이천운을 향해 손가락을 까닥이며 말했다.
"저 말입니까?"
이천운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물었다.
"그래. 여기에 너희말고 거지가 또 어디에 있냐?"
우측의 노인이 말했다. 노인들은 목소리마저도 똑같았다. 그의 말에 이천운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하곤,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설마......?"
왕군악이 노인들을 바라보며 혹시나 하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왜 그러냐? 아는 사람들이야?"
심상치 않은 표정에, 황대호가 고개를 돌려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왕군악은 노인들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부터 표정이 심각하게 굳어져 있었다. 그러나 다들 노인들에게 신경을 쓰느라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다. 황대호의 어깨위에 있었기 때문에, 그만이 어렴풋이 알아챈 것이었다.
"아무 것도 아니다. 내가 잠시 착각을 했나봐."
왕군악은 급히 표정을 바꾸며 대충 얼버무렸다.
"훗! 싱겁기는......"
황대호는 왕군악에게 가볍게 핀잔을 준 뒤, 다시 노인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우리가 왜 거지입니까?"
이천운이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따지듯 물었다. 그의 말에 좌측의 노인이 씨익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너희 돈 있냐? 보아하니 한 푼도 없는 것 같은데......"
"아뇨."
"갈 곳은 있냐? 한가한 표정을 보니 갈 곳도 없는 것 같은
데......"
"아뇨."
"그러면 옷은 깨끗하냐?"
"아뇨."
"그러면 너희랑 거지랑 다른 점이 뭐냐?"
"아...... 예~!"
이천운은 내심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뒷머리를 긁적이고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거지라고는 하지 말아주세요."
"그러면 뭐라고 부르냐?"
우측의 노인이 뭔가 기대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바람의 낭객이라 불러주세요."
"엥? 웬 바람??"
"그게 거지보다는 훨씬 멋져 보이잖아요. 헤헤헤."
이천운은 자신이 말하고도 멋쩍어 뒷머리를 긁적이며 어색
하면서도 약간 비굴한 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너희 밥은 먹었냐? 아직 식사도 못한 것 같은데......"
우측의 노인은 어이없는 대답에 미소를 띠며 화제를 돌렸다.
"아뇨. 그렇지 않아도 물고기라도 잡아서 먹으려 했습니다."
이천운이 물가를 바라보며 답했다. 해가 중천에 떠 식사시간
이 훨씬 지나 있었다. 배고픔에 본래 목적이 변질된 그였다.
"그렇다면 내가 대접해주지. 마침 셋이 먹기엔 많을 정도의 물고기를 잡았거든."
우측의 노인은 옆에 있던 어망을 들어보이며 말했다. 작은 어망속에는 십여 마리의 커다란 물고기들이 있었다.
"어라? 이거 민물고기 아닌가? 바다에도 이런 물고기가 사나?"
황대호가 깜짝 놀라 중얼거렸다.
"뭐? 바다라니?"
좌측의 노인이 놀라 되물었다. 그제야 송영수가 자신들이 길
을 잃었음을 설명했다. 그의 말이 끝나자 두 노인은 큰 소리로 웃어댔다. 한참 웃은 뒤, 우측의 노인이 입을 열었다.
"여긴 바다가 아니라 장강이다. 넓다고 전부 바다냐?! 처음 와서 헷갈린 모양이구나. 하하하하~!"
노인의 말에 이천운들을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한편에는 다행이라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아까 셋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나머지 한 명은 어디 있죠?"
이천운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주변에는 두 노인만 있었다.
"네 뒤에 있지 않느냐."
좌측의 노인이 이천운의 어깨너머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그의 말에 이천운들은 일제히 뒤를 바라봤다. 뒤쪽에는 어느새 냉막해보이는 삼십대초반의 사내가 서 있었다.
'무공이 대단한 것 같군.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다니......'
이천운은 내심 놀라며 사내를 경계했다. 그러나 사내는 아무 말도 없이 자기 몫의 물고기 세 마리만 챙기고, 노인들에게 고개 숙여 답한 뒤 다시 어디론가 사라졌다. 귀신같은 은신술에 이천운들은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렇게 놀라지 말게나. 저애의 이름은 이상원(李常願)이라네. 자질이 조금 떨어져도 열심히 노력하는 노력파지. 우리가 이십 년을 가리켰는데 저 정도는 기본 아닌가? 하하하하."
우측의 노인은 대견스러운 듯 이상원에 대해 소개했다.
'대체 얼마나 무공이 강하기에 제자의 실력이 저 정도란 말인가?"
"그런데 노야께서는 이름이 뭐죠?"
송영수는 감탄하며 노인들에게 물었다.
"내 이름은 장대남(張大男)이라네."
두 노인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외쳤다.
"엥?"
두 노인의 괴상한 행동에 이천운들은 영문을 몰라 둘을 교대로 바라봤다.
"또 우기는 거냐? 내가 형인 장대남. 이 놈이 동생인 장소남 이다!"
우측의 노인이 얼굴을 붉히며 큰 소리로 외쳤다.
"무슨 헛소리냐? 내가 형이지! 내가 장대남이고, 이 놈이 장소남 이다!"
"어~허~! 한 번 맞아봐야 알겠느냐? 내가 형님이잖아!"
"무슨 사자가 풀 뜯어먹는 소리냐?! 내가 형님이잖아!"
두 노인은 이천운들을 의식하지 않고 큰 소리로 다투기 시작했다. 둘의 재밌는 말싸움을 이천운들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지켜봤다.
"스승님...... 체면을 지키셔야죠. 애들이 보고 있습니다."
어디선가 냉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다 못한 이상원이 만류하는 소리였다.
"험...... 험......"
"이건 못 본 걸로 해주게나."
노인들은 갑자기 헛기침을 하며 몸을 바로 했다. 그러나 이미 이천운들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훗~!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이천운이 애써 웃음을 참으며 물었다.
"그러니까 우린 너무도 똑같아서 어머님께서도 누가 형인지 헷갈리셨다네...... 그래서 지금 칠십년째 누가 형인지 이렇게 싸우고 있는 거지."
좌측의 노인은 쑥스러운 표정으로 설명했다.
"그러면 뭐라고 불러 두 분을 구분하죠?"
"난 대(大)라고 부르게나. 그리고 이 놈은 남(男)이라고 불러. 어차피 누가 형인지 구별하는 건 포기한 지 오래니까...... 그래서 상의 끝에 대남이란 이름을 나눠 가진 거라네."
이번에는 우측의 노인이 설명했다. 노인의 설명에 이천운들은 다시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불을 피워 물고기를 구워먹으며 한담을 나누었다.
"그런데 아까 말을 들어보니 제 아버님에 대해 아시는 것 같
더군요. 제 아버님을 아십니까?"
이천운이 입가에 생선비늘을 묻히고 얼굴을 들어 물었다.
"아주 잘 알고있지."
대노(大老)가 과거를 회상하듯 먼 하늘을 올려다보며 답했다.
"어떤 사이십니까? 그리고 지금 저희 아버님의 행방을 아시는지요?"
"어떤 관계인지는 밝힐 수 없군. 시간이 지나면 모든 걸 자연히 알게 될 거야. 나중에 황석곡(黃石谷)의 두 늙은이에 대해 아느냐고 물어보면 가르쳐줄 걸세."
이번에는 남노(男老)가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런데 제자분의 무공이 저 정도면 무공도 강하시고, 연륜도 풍부하신 것 같은데 여기서 뭘 하시는 거죠?"
평소와는 달리 이제까지 조용히 두 노인의 눈치를 살피던 왕군악이 조심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허허...... 제자의 무공이 강하다고 꼭 스승의 무공까지 고강한 건 아니라네."
대노가 미간을 찌푸리고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네?"
"우린 무공을 상실했다네. 그래도 머리는 무공을 기억하고 있어 제자를 기른 거지."
이번에도 남노가 허탈한 미소를 지으며 설명했다. 그는 왕군악을 바라보며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왜 무공을 상실하신 거죠? 그러면 지금은 뭘 하고 계신 겁니까?"
송영수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젊었을 적의 혈기 때문에 이렇게 됐다네."
"그리고 지금은 할 일 없이 제자놈 하나 데리고 강호를 유람하고 있는 거지."
대노의 말에 이어 남노가 설명을 마쳤다. 그들은 계속해서 대노가 먼저 말을 꺼내고 남노가 말을 끝마치고 있었다.
그들은 한시진 가량 식사를 하고 가벼운 한담을 나누었다. 주로 말을 하는 건 이천운과 송영수였고, 황대호와 왕군악은 묵묵히 그들의 대화를 듣기만 했다. 한참 대화를 나누던 대노가 해를 바라보곤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남노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슨 일이십니까?"
이천운이 의아한 표정으로 대노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이제 우린 가봐야 할 것 같군."
"잠시 그놈의 아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즐거웠네."
이번에도 대노가 말을 먼저 꺼내고 남노가 마무리를 졌다.
"그러면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송영수가 아쉬운 표정으로 물었다. 왕군악은 고개를 숙이고 뭔가를 깊이 생각하고 있었다.
"갈곳이 정해진 건 아니지만, 그래도 가야할 것 같구나."
"나중에 인연이 닿으면 다시 볼 수 있겠지."
대노와 남노는 차례대로 아쉬운 표정으로 작별인사를 했다. 그 말에 이천운들도 아쉽지만 자리에서 일어나 작별인사를 나눠야했다. 두 노인은 간단히 인사를 한 뒤, 몸을 돌려 그들에게서 멀어져 갔다.
"잠깐~! 혹시 당신이 그입니까?"
갑자기 왕군악이 대노를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아마 네가 생각하는 게 맞을 걸세. 그래도 이건 비밀이니 함부로 발설하지 말게나. 훗날 다시 만나게 될테니......"
대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손을 흔들며 큰 소리로 답했다.
"대체 저 노인의 정체가 뭐냐? 너랑 아는 사람이냐?"
황대호가 어깨 위의 왕군악을 바라보며 물었다.
"못 들었냐? 비밀로 하라는 말...... 물어볼 게 많았는데 아쉽군."
왕군악은 뭔가 아쉬우면서도 야릇한 표정으로 두 노인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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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올포유 | 작성시간 26.06.06 즐감 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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