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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신공 제 41 장 3

작성자고향설470|작성시간26.06.08|조회수40 목록 댓글 1


수면신공41-3
이천운들은 노인의 집인, 작은 초막에 모여 의논을 하고 있었다. 마을 주민들은 집밖에 모여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 노인은 마을의 촌장격으로 구본석(龜本釋)이라 했다. 노인은 한창 흥분된 얼굴로 침을 튀기며 수해방의 횡포를 말했다.
"그런데 마을이 이 지경이 되도록 관에선 뭘 한 거죠? 어쩌면 관에서 해결해 줄 수도 있지 않나요?"
송영수가 문득 의아한 어조로 물었다.
"휴~! 말도 말게나. 우리도 관에 신고를 해봤었네. 그런데 놈들과 관이 한통속이니 무슨 조치를 취하겠는가?"
"네? 그게 무슨 뜻이죠?"
"놈들은 관아에 뇌물을 먹여 우리의 진정을 무마시켰네. 오히려 좋은 단체를 모함한다고 곤장을 맞고 쫓겨났지."
구본석은 그 일을 생각하자 다시 혈압이 오르는 기분이었다.
"하긴...... 예로부터 원래 위정자(爲政者=정치가)들은 밥 먹고 뭐 싸는 일 외에는 제대로 하는 일이 없으니......"
이천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노인의 말에 동의했다.
"아마 위정자들은 오래 만수무강할 거예요. 어쩌면 세상에서 제일 오래 살지도......"
송영수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왜?"
"그런 나쁜 놈들이 왜 오래 사냐?"
중인들은 의아한 눈으로 송영수를 바라봤다. 그런 그들의 반응에 그는 어깨를 으쓱하곤 말을 이었다.
"원래 욕먹으면 오래 산다고 하잖아요. 놈들보다 욕을 많이 먹는 사람이 있겠어요?!"
"하하하하. 네 말이 맞구나. 그리고 놈들이 제일 잘하는 것 세 가
지...... 욕. 싸움. 삿대질. 하하하."
"놈들은 오래 살아서 좋겠구나~! 그런 식으로 정치하는 걸 보면 정치도
별 거 아닌가봐?! 나도 정치나 해볼까?"
이천운들은 배를 잡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좀 더 관아의 욕을 한 뒤, 세부적인 계획에 대해 논의했다.
 "준비는 됐겠지?"
이천운은 황대호와 송영수를 바라보며 나직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들은 구본석의 집에서 필요한 물품을 챙기고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왕군악은 낮에 모종의 작업을 마친 뒤, 피곤해 구본석의 집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우린 걱정 마라. 네가 가장 쉬우면서도 중요한 역할이니까 잘해라. 우리가 성공해도 네가 실패하면 전부 꽝이야."
황대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이천운에게 말했다.
"이게 어제 군악 할아버지가 그려온 지도예요. 참고하세요."
송영수가 품에서 세 장의 지도를 꺼내며 말했다. 그는 일행들에게 한 장
씩 지도를 나눠줬다.
"음...... 역시 어려 보여도 군악이의 무공이 제일 뛰어나군."
이천운은 지도를 내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도에는 수해방의 내부구조가 세밀하게 그려져 있었다. 그들 중 가장 무공이 뛰어난 왕군악이 수해방에 잠입해 만든 지도였다. 아무리 무공이 뛰어난 왕군악였지만, 오래 동안 조심스럽게 행동했기 때문에 피곤해 했다. 그래서 그를 빼고 나머지 셋이 작전을 시작한 것이었다. 그들은 다시 한번 장비를 살핀 뒤, 천천히 문을 나섰다.
수해방은 수적들의 집단답게 장강의 바로 옆에 위치해 있었다. 붉은 색으로 칠해진 커다란 정문위로 "水害房" 이라 쓰여진 현판이 보였다. 대리석으로 치장이 된 커다란 건물은 웅장한 느낌을 주었다.
"이걸 만드는데 얼마나 많은 주민들을 동원했을까? 정말 잘 만들었군."
황대호는 나무뒤에서 건물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삼층높이의 본각은 근처에서 독보적으로 눈에 띄는 건물이었다. 그리고 주변의 작은 전각들도 화려함을 뽐내고 있었다.
"음......"
그는 나직이 신음을 흘린 뒤, 물가로 신형을 움직였다. 강가에는 여러 척의 배들과 그것을 지키는 보초들이 눈에 띄었다. 그는 나룻터에 정박해있는 배의 그림자에 숨어 보초들을 살폈다. 밤이 깊었기 때문에, 보초들은 연신 하품을 해대고 있었다.
"이천운이란 놈 때문에 방주님께서 화가 많이 나셨어."
보초들 중 좌측에 있는 구렛나루의 사내가 말했다. 주변이 어두웠기 때문에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목소리가 느끼한 게 악당이라는 표시가 났다.
"그러게 말이야. 어디서 굴러먹던 옥면호랑이 튀어나와서...... 그런데 그놈은 무림의 공적 아닌가?"
우측에 있던 평범한 인상의 사내가 말했다. 둘은 수해방의 복장인 바다의 파도가 수놓아진 푸른 무복을 입고 있었다.
"그런데도 잡초처럼 오래 버티는 걸 보면 괜히 옥면호랑은 아닌 것 같아."
"얼마전엔 마교가 완벽한 포위망을 펼쳤는데도 빠져나갔다더군. 역시 후세에 길이 남을 무적의 잔머리야."
"우리도 조심해야겠어. 놈이 또 어떤 계략을 쓸지 모르니까......"
둘은 이천운에 대한 얘기를 하며 졸음을 쫓았다.
'천운이놈 평판은 여전히 나쁘군. 쯧...... 쯧......'
황대호는 내심 이런 생각을 하며 근처에서 작은 돌을 두 개 주웠다. 그런 뒤 중지에 하나씩 올리고 보초들을 겨눴다.
"아~! 어서 날이 밝았으...... 컥~!"
하늘을 올려다보며 뭔가 말하려던 좌측의 사내는 갑자기 가슴을 잡으며 비명을 질렀다.
"무슨...... 컥~!"
깜짝 놀라 좌측의 사내를 살피려던 우측의 사내도 가슴을 잡으며 비명을 질렀다. 황대호가 돌을 퉁긴 것이었다. 탄지신공(彈指神功)같은 무공은 전혀 모르고 단순히 내공의 힘만 이용해 퉁긴 것이었으나, 둘은 두 사내의 가슴을 뚫어 구멍을 냈다.
'내 내공이 이렇게 센 건가? 난 그냥 기절만 시키려고 약하게 쏜 건
데......'
황대호는 스스로의 내공에 놀라며 시체들의 옷을 찢어 무거운 돌을 매달았다. 그는 둘을 옆구리에 하나씩 낀 뒤, 강가로 가 물속에 시체를 버렸
다. "풍덩"하는 소리와 함께 물이 튀겼으나 근처엔 예의 보초들외엔 아무도 없었으므로 들킬 염려는 없었다.
'아~! 밤엔 추워서 물에 들어가기 싫은데...... 젠장할~!'
그는 가볍게 투덜거리며 옷을 벗었다. 그리고 미리 준비한 작은 나무판자를 손에 들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그의 육중한 몸이 들어가자 시체가 들어갈 때 보다 훨씬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그는 잠수를 해 배의 밑창으로 향했다.
'여기쯤이 적당하겠군.'
그는 밑창을 가볍게 어루만지며 생각했다. 그가 주먹으로 가볍게(?) 치자 밑창엔 그의 주먹 크기 만한 구멍이 생겼다. 그는 재빨리 준비한 나무판자를 구멍에 갖다댔다. 판자는 약하게 묶여 당장은 배가 침몰하는 걸 막았다.
'영수의 계산이 정확하다면 내일밤쯤에 침몰하겠지. 그런데 녀석은 잘 해내고 있으려나......?'
그는 판자를 확인한 뒤, 송영수를 떠올리며 생각했다. 그리고 다른 배에도 같은 작업을 하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여기가 맞는 건가? 구린 게 많은 놈들이라 그런지 비상구도 곳곳에 널렸군."
송영수는 품에서 지도를 꺼내 지형을 살폈다. 안력을 돋궈 지도를 살핀 그는 곧 제대로 왔음을 확인하고 다시 지도를 접었다.
'이거 하나면 충분하겠지.'
그는 이런 생각을 하며 영수신탄을 분리해 탄약을 하나 꺼냈다. 그는 고개를 들어 정면을 살폈으나 그의 앞에는 벽만 있을 뿐 특별히 이상한 점은 보이지 않았다.
'훗! 잘 숨겨놨군. 이런다고 내가 못 찾을 것 같으냐? 이거야말로 천운이 형앞에서 바람끼 자랑하는 격이지.'
그는 비상구를 설계한 자를 속으로 비웃으며 손을 더듬어 벽을 살폈다. 곧 그의 손에 작인 이음새가 느껴졌다. 그는 회심의 미소를 지은 뒤, 품에서 작은 실과 풀을 꺼냈다. 그는 실을 벽에 붙인 뒤, 탄약에 한쪽 끝을 연결했다. 일각정도 작업을 하자 문을 열면 영수신탄이 폭발하는 함정이 완성됐다.
'이건 너무 쉽군. 천운이 형은 잘 하고 있으려나......?'
그는 이천운을 떠올리며 생각했다.
'천운이 형의 잔머리야 거의 천재적인 수준이니까 별일 없겠지. 날씨도 쌀쌀한데 어서 작업을 마치고 돌아가야겠다.'
수해방은 강변에 위치했기 때문에 바람이 차가웠다. 그는 몸을 부르르떨며 생각한 뒤, 다음 비상구를 향해 몸을 날렸다.
"어라? 왜 이리 귀가 간지럽지? 누가 내 얘기라도 하고 있는 건가?"
수해방으로 향하는 풀숲에 숨어 주변을 살피던 이천운은 갑자기 귀가 간지러워졌다. 그는 손가락으로 귀를 후비며 중얼거렸다. 흑의를 입고있었기 때문에, 그의 몸은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아~! 추운데 어서 나타났으면 좋겠다.'
그는 두 팔로 몸을 감싸며 속으로 생각했다. 일각정도 기다리자 멀리서 수레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긴장하고 내력을 끌어올리며 눈을 빛냈다. 곧 그의 눈에 당나귀를 앞세워 수레를 끌고 있는 두 명의 늙은이가 보였다.
"아~! 이천운이란 놈 때문에 이게 무슨 고생인가? 이런 밤까지 일을 해야 하다니......"
우측에 있는 예순 가량의 노인이 몸을 떨며 투덜거렸다.
"그러게 말이야. 갑자기 놈이 나타나는 바람에 수해방놈들의 공출이 더 심해지지 않았는가? 우리가 먹을 것도 부족한데, 놈들을 위해서 식량을
배달해야 하다니......"
좌측의 노인도 몸을 떨며 동의를 표했다.
"싫어도 할 수 없지 않는가? 억울하면 힘을 길러야지."
"아참, 자네 그 소식들었나?"
좌측의 노인이 갑자기 생각난 듯 머리를 치며 말했다.
"무슨 소식?"
"얼마 전에 위에 있는 만어촌(滿魚村)에서 강호무사들을 고용해 수해방에 대항한 일."
"그래? 그래서 어떻게 됐나?"
"어떻게 되긴...... 그들이 고용한 백여명의 무사들은 전멸하고 만어촌도 거의 폐허로 변했다더군. 누가 봤는데 이제 그 마을은 사람이 살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하네."
좌측의 노인은 다시 한번 수해방인들의 횡포를 떠올리며 미간을 찌푸렸
다.
"그렇게......"
뭔가 말하려던 우측의 노인은 갑자기 몸을 멈추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동시에 좌측의 노인도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둘은 갑자기 졸음이 물밀 듯이 밀려오는 것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죄송합니다. 제가 꼭 여러분들을 구해드리죠."
노인들은 이미 잠이 들었지만, 이천운은 예를 갖추며 공손히 말했다. 순간 달빛을 받은 그의 모습은 정의로움에 빛나는 것 같았다. 그는 노인들의 품에서 수(水)자가 적힌 작은 동패를 꺼냈다. 그런 뒤, 노인들의 혈도를 짚어 근처의 풀숲에 숨겼다. 그는 적은 내력을 끌어올려 수면지를 발사했기 때문에, 노인들은 내일 밤만 지나면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음...... 나쁜 놈들 주제에 좋은 것만 먹는군."
그는 수레의 뒤쪽에 실린 짐을 확인하며 중얼거렸다. 그곳에는 살찐 물고기들이 가득했다.
그는 품에서 작은 약병을 꺼내 물고기 사이사이에 백색 가루약을 뿌렸다. 그것은 송영수가 만든 일종의 산독공이었다. 그러나 급히 만드느라 약효가 약했기 때문에, 내공이 강한 고수들에겐 소용이 없었다. 어쨌든 가루약은 천천히 녹으며 물고기들에 흡수됐다. 반각정도 시간이 지나자 가루약은 흔적도 없이 완전히 흡수됐다.
"역시 영수가 만들어서 그런지 확실하군."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한번 송영수의 실력에 감탄했다. 그리고 다시 짐을 정리한 뒤, 수레를 이끌고 천천히 수해방쪽으로 향했다.
일각정도 이동하자 그의 눈에 수해방의 정문이 나타났다.
'이제부터가 진짜 고비다.'
그는 내심 긴장하며 문으로 손을 가져갔다. 그가 문을 두드리려는 순간 강변에서 무슨 커다란 물건이 빠지는 듯한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대호인가? 꼭 곰이 빠지는 소리 같군. 하하하.'
그는 황대호가 물속에 들어가는 장면을 떠올리며 웃었다. 잠시 웃자 긴장이 없어지며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는 다시 호흡을 가다듬은 뒤 문을 두들겼다.
"우~웅~! 이 밤늦게 누구냐?"
문에서 눈을 비비며 건장한 체격의 삼십대 사내가 나타났다. 이천운이 잠을 깨워서인지 사내는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저런 건방진 놈이...... 한칼이면 끝날 놈이......'
"밤늦게 죄송합니다. 식량을 가져왔습니다요. 헤헤헤."
내심 아니꼬운 생각이 들었으나, 이천운은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 손바닥을 비비며 비굴한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동패를 꺼내 사내에게 건냈다.
"아~! 왜 이리 늦게 왔냐?"
사내는 동패를 확인한 뒤, 이천운에게 돌려주며 투덜거렸다.
"워낙 급히 준비하느라 조금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는 혹시라도 사내가 알아볼까봐 고개를 푹 숙인 뒤, 수레를 끌고 안으로 들어갔다. 사내는 이천운의 뒷모습을 슬쩍 바라본 뒤, 문가에 있는 의자에 앉아 다시 눈을 감았다.
정문을 들어서자 아무 장식도 없이 넓은 마당이 나타났다. 이천운은 왕군악이 만든 지도를 떠올리며 주방으로 향했다. 다행이 주방이 있는 별관은 단순한 구조였기 때문에, 길을 잃을 염려는 없었다. 오장정도 이동하자 불이 환하게 켜진 주방이 보였다.
"왜 이리 늦었어요?! 잠도 못 자고 지금까지 기다렸잖아요!"
그가 주방에 들어섬과 동시에 안쪽에서 날카로운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하녀로 보이는 이십대 후반의 여자가 허리에 손을 올리고 표독스러운 눈으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하녀의 얼굴엔 주근깨가 가득한 게 결코 호락호락한 성격은 아닌 듯 했다.
"죄송합니다. 헤헤헤."
이천운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상대를 안심시키기 위해 바보스런 웃음을 지었다.
"흠. 좋아요. 이번만은 용서해주죠. 어서 일이나 해요."
하녀는 이천운을 시켜 식량을 한곳으로 운반하게 했다. 이천운은 다시 애써 화를 누그러뜨리며 그녀의 말을 따랐다. 잠시 그의 얼굴을 살피던 하녀가 물었다.
"그런데 당신은 처음 보는 얼굴이군요. 화노인은 어쩌고 당신이 온 거
죠?"
"아...... 할아버님께서 갑자기 허리를 다치셔서 제가 대신 온 겁니다. 헤헤헤."
이천운은 내심 조마조마하며 웃음으로 말을 얼버무렸다.
"흠. 이상하군. 화노인에게 손자가 있었나? 금시초문인데......"
하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아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녀의 말을 들
은 이천운의 얼굴은 갑자기 창백하게 굳어졌다.
'젠장할~! 그 노인네는 그 나이 먹도록 손자도 하나 만들지 않고 뭘 한거냐?'
이천운은 속으로 노인을 원망하며 고개를 돌려 하녀들 돌아봤다. 그의
입가엔 부드러운 미소가 걸려있었고, 그의 눈빛은 뭔가를 갈구하는 듯한 따뜻한 눈빛이었다.
"어머~!"
갑작스런 이천운의 행동에 하녀는 얼굴을 붉히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정말 아름답구료. 밤하늘의 별빛도 그대의 눈보다 아름답지 못하고, 아무리 탐스러운 앵두라 해도 그대의 입술처럼 유려함을 뽐낼 수 없을 거요."
그는 하녀를 향해 천천히 다가가며 부드럽게 말했다. 자신이 말하고도 속에서 뭔가 넘어올 것 같았으나, 그는 애써 참으며 표정을 관리했다.
"어머~! 이를 어째...... 어~머~!"
하녀는 "어머"를 연발하며 어쩔 줄 몰라했다.
'부인~! 미안하오. 이건 절대 내가 좋아서 하는 행동이 아니라오. 내가 설마 이런 폭녀(爆女)를 좋아하겠소?! 이건 다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하고 세상에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내 한 몸 희생하는 것이오. 절대 개인적인 감정은 들어있지 않소. 부~인~!'
그는 진미령을 떠올리며 이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천천히 하녀의 몸을 안았다. 하녀는 아무 반항도 하지 않고 그의 품에 안겨 조용히 눈을 감았다. 어느새 물고기는 한쪽으로 치워진지 오래였다.
'킁~! 킁~! 이게 무슨 냄새지? 이 여자는 머리도 안 감나? 아무리 작전
때문에 하는 행동이라지만 이건 너무 하는군.'
그는 하녀의 머리에 코를 갖다대는 순간 오래 묵은 측간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대의 머리결이 너무나 부드럽구료. 그대의 냄새는 너무도 향기로워 마치 세상의 것이 아닌 것 같소."
이천운은 미간을 찌푸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그의 말과 표정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그는 고통을 참으며 곧 능숙한 솜씨로 하녀에게 작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미 진미령에 대한 다짐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오직 본능이 이끄는 데로 작업을 들어가고 있었다.
한시진이 지나 이천운은 당당한 걸음으로 주방을 나와 문을 나섰다. 그의 얼굴엔 뭔가를 해냈다는 성취감이 역력히 나타나 있었다. 그러나 그가 돌아갔음에도 하녀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옷을 헝클어뜨린 채 주방에 쪼그려 앉아있었다.
"아~! 너무도 멋진 낭군님이셔. 평생 잊을 수 없을 거야."
하녀는 넋이 나간 듯한 황홀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녀의 옆에는 물고기 한 마리가 떨어져 퍼덕이고 있었다. 그 물고기는 마치 하녀를 비웃는 듯한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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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올포유 | 작성시간 26.06.08 즐감 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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