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신공42-2 "이놈들아~~~! 감히 이곳이 어딘 줄 알고 함부로 행패냐? 좋게 말할 때 물러나지 못할까?!" 그들의 앞쪽에서 굵직한 청년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디긴 어디냐...... 수적떼 소굴이지. 너야말로 좋게 말할 때 목을 길게 내밀고 조아리지 못할까?!" 이천운도 질 수 없다는 듯 내공을 끌어올려 굵은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러자 그들의 정면에 있던 나무뒤에서 이십대 후반으로 보이는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덥수룩한 수염에 왼뺨에 상처가 길게 있어 험상궂은 인상이었다. "하하하하~! 적진에 들어와서도 상당히 건방진 놈들이구나." 사내는 이천운들을 바라보며 여유 있는 태도로 말했다. "너야말로 상당히 건방진 놈이로구나. 헛소리하지 말고 어서 덤벼라. 네놈이 내공을 끌어올리지 못하는 건 알고 있으니까......" 다시 이천운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그는 사내가 내공을 끌어올리지 못할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소 방심하고 있었다. "네 녀석의 짓이었구나. 어쩐지...... 갑자기 내공을 끌어올리지 못하더라니......" 사내는 노한 기색으로 주먹을 움켜쥐며 중얼거렸다. 그런 기세에 이천운은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서며 묵검을 들었다. "용기가 있다면 덤벼라!" 갑자기 사내는 큰 소리로 외치며 이천운들을 향해 작은 갈고리 모양의 암기를 날렸다. 괴상한 모양에, 끝부분이 검은 게 독이 묻혀 있는 것 같았다. 곧 이천운들을 향해 수백개의 암기가 날아왔따. "흥! 누구 앞에서 재롱이냐?!" 이천운들이 무기를 들어 몸을 보호하려는 순간, 왕군악이 앞으로 나서며 호기롭게 외쳤다. 그가 팔을 크게 휘두르자 암기들은 그의 소매에 부딪혔다. 그가 다시 팔을 아래로 향하자, 암기들은 힘을 잃고 바닥에 떨어졌다. "어디 죽어봐라!" 암기가 멈추자 이천운이 앞으로 나서며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사내는 이미 경공을 전개해 어디론가 달아나고 있었다. "뭐 하냐? 어서 쫓아라!" 황대호가 흥이 난 얼굴로 외치며 사내를 따라 경공을 전개했다. 나머지 일행들도 경공을 전개해 사내의 뒤를 추격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가 도발에 걸려든 것 같군. 그런데 어떻게 말릴 수도 없으니......' 송영수는 내심 께름직한 생각이 들어 주변을 살피며 이천운들을 만류하 려 했다. 그러나 신이 난 표정으로 웃으며 추격하는 이천운과 황대호를 바라보곤 단념해야 했다. "아싸~! 달려라~ 달려~!" 둘은 히죽히죽 웃으며 열심히 발을 놀리고 있었다. 그들의 표정을 보니 완벽하게 도발에 걸려들어 어떤 말을 해도 듣지 않을 것 같았다. "어떻게 된 거냐? 놈은 왜 내공을 사용할 수 있는 거야?" 이천운이 달리며 곁에 있던 송영수를 향해 물었다. "급히 만드느라 어느 정도 이상의 내공을 지닌 고수에게는 소용이 없어요. 아마 몇몇은 내공을 잃지 않았을 거예요. 조심하세요." 송영수는 일행들에게 주의를 줬으나, 아무도 관심을 갖고 듣지 않았다. '에~휴~! 이런 한심하고 단순한 일행들 같으니...... 역시......' 그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이렇게 된 바에야 나도 분위기에 동참해야겠군. 아싸~! 신난다!" 송영수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분위기에 적응했다. 곧 그의 얼굴도 이천운처럼 신난 표정으로 바뀌었다. 십여장 정도 추격하자 갑자기 사내가 우측으로 방향을 바꿔 사라졌다. "거기 서라~!" 그들은 모두 흥분해 사내를 따라가며 외쳤다. 그들이 우측으로 들어서자 넓은 회랑이 나타났다. 아무 장식도 없고 한쪽에 무기만 있는 것으로 보아 연무대인 것 같았다. 그러나 사내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어디 있느냐?! 숨어있지 말고 어서 나와라!" 이천운이 묵검으로 사방을 가리키며 외쳤다. "나가면 후회할텐데...... 정말 나가도 되냐?" 어디선가 사내의 음성이 들렸다. "당연하지! 어서 나타나라." "정말로? 진짜 후회한다니까......" "그냥 나오라니까~! 네가 지금 우리 걱정할 때냐?" "좋다. 나중에 후회하지 말도록......" 사내의 호탕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수백 명이 지르는 듯한 엄청난 함성소리가 들렸다. 함성에 놀란 이천운들은 긴장하며 서로 등을 맞댔다. 함성과 함께 사백여명의 수해방의 무복을 걸친 사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이천운들을 포위하곤 계속 함성을 질렀다. "여기 나왔다. 아무리 내공을 사용하지 못해도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이젠 어쩔 거냐?" 포위망을 헤치고 사내가 나타나며 비꼬는 음성으로 말했다. 그리고 그 의 곁에는 범상치 않은 기운의 세 명의 노인이 있었다. "다시 들어가면 안되냐?" 주위를 둘러보며 이천운이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처음의 기세는 사라진지 오래였다. 아무리 내공을 사용하지 못한다 해도 수해방인들의 인원이 너무 많았다. "그건 안되지." "그냥 없던 일로 하고 들어가라." "싫다!" "한번만 돌아가주세요. 죄송합니다." 이천운의 말투와 목소리는 점점 비굴하게 변했다. "이놈이...... 여기가 동네 놀이터인 줄 아는 거냐?" 사내는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이천운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는 오른손을 들어 수해방인들을 향해 신호했다. "이런 멍청한 놈들...... 크크크크." "이렇게 쉽게 걸려들다니...... 너무 쉬우니까 괜히 우리가 미안하군." "그동안 우리한테 덤볐던 놈들 중에 너희처럼 황당한 놈들은 처음이다. 클클클클." 수해방인들은 이천운들을 비웃으며 천천히 포위망을 좁혔다. 이천운은 경솔했던 스스로를 자책하며 서서히 검에 내공을 주입했다. "회전청영참마(回傳靑影斬魔)!" 이천운은 몸을 회전시키며 청영참마의 초식을 펼쳤다. 그의 옆으로 둥근 검강의 띠가 주변에 있던 수해방인들의 허리를 갈랐다. "젠장할! 어쩌죠? 너무 숫자가 많아요!" 송영수가 낭패한 모습으로 외쳤다. 그도 암기를 이용해 벌써 수십 명의 적들을 없앴지만, 수해방인들의 공세는 오히려 강해졌다. 사내와 세명의 노인들은 멀찌감치 떨어져 수해방인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아무리 내공이 없다고 해도 내공은 남아있기 때문에, 이천운일행들의 몸에는 점점 상처가 생겼다. 그나마 가장 무공이 강한 왕군악만이 멀쩡한 모습으로 수해방인들을 헤집고 다녔다. "이제 포기하시지." 사내가 내공을 이용해 큰 소리로 외쳤다. "포기하면 우릴 살려주는 거냐?" 이천운이 한가닥 희망을 갖고 물었다. "당연히 죽이지." "그럴 거면 나도 당연히 항복 못한다. 왜 물어본 거냐?" "대신 고통 없이 곱게 죽여주마." 사내는 놀리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점점 호흡이 흐트러지는 이 천운들을 바라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제 틀린 건가? 내 인생 최고의 실수는 천운형을 안 것 같군.' 송영수는 영수신궁의 화살이 얼마 없음을 안 뒤, 절망적인 모습으로 생각했다. "와~아~!" "모두 복수하자!" 그때 거대한 함성이 들리며 수백 명의 사람들이 들어섰다. "누구지?" 이천운은 혹시 다른 적들이 출현했나 하는 생각에 고개를 돌렸다. 그의 불안한 표정은 곧 득의의 표정으로 바뀌었다. 새로 나타난 사람들은 구본석을 비롯한 인근의 주민들이었다. "은공들에게만 맡겨놓으면 안심이 되지 않는다. 차라리 우리가 처리하자!" "와~! 그 동안 받았던 걸 돌려주자!" 그들은 손마다 농기구와 몽둥이를 들고 수해방인들을 공격했다. 무공을 몰라도 숫자가 육백여명이 넘었기 때문에, 수해방은 점점 수세에 몰렸다. "이런...... 우릴 믿지 못해서 이렇게 나타났다니...... 어이가 없군." 이천운이 수해방인의 허리를 베며 쓴웃음과 함께 말했다. "그래도 다행이잖아요. 하마터면 진짜 죽을 뻔했다고요. 이런 어이없는 유인책에 걸리다니......" 송영수가 영수신궁을 날리며 말했다. 수해방인들과 주민들이 섞여 있었기 때문에, 영수신탄은 사용할 수 없었다. "저런 벌레같은 놈들에게 당하다니......" 갑작스런 변화에 사내는 주먹을 부르르 떨며 중얼거렸다. "우리에게 덤벼든 대가를 치르게 해주겠다!" 사내가 주민들에게 덤벼들며 큰 소리로 외쳤다. 동시에 곁에 있던 세 명의 노인들도 주민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다른 수해방인을 공격하던 이천운은 사내를 바라보곤, 수해방인을 대충 밀친 뒤 사내를 향해 경공을 전개했다. "흥! 네놈의 상대는 나다! 감히 날 도발하다니...... 머리가 엄청 좋군." 사내가 도를 들어 구본석의 정수리를 내려치려는 순간, 이천운이 사내의 공격을 막아내며 말했다. "누가 도발했다는 거냐? 자기가 혼자 알아서 걸려들어 놓고선......" 사내는 도의 방향을 바꿔 이천운의 허리를 베어갔다. "욱!" 이천운은 나직한 비명과 함께 검을 들어 우측 허리를 보호했다. 그러자 사내의 도는 다시 위로 솟구치며 이천운의 목을 공격했다. 이천운이 목을 보호하면 사내의 도는 다시 방향을 바꿔 다른 곳을 공격했다. 이런 식으로 이십여초를 주고받을 동안 둘의 무기는 한번도 마주치지 않았다. 때문에 언뜻 보기엔 둘이 어울려 검무를 추는 것 같았다. "이런 식으론 끝이 없을 것 같구나." 사내가 이천운의 어깨를 공격하며 말했다. "그러면 어쩌자는 거냐?" 이천운은 어깨를 보호하며 되물었다. "대표를 보내 승부를 내는 것이 어떠냐? 어차피 지금의 상황을 봤을 땐, 어느 쪽이 이겨도 피해가 클 것이다." "흠......" 사내의 제안에 이천운은 잠시 신음을 흘리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물론 그 동안에도 둘의 무기는 계속 움직였다. "좋다!" 잠시 주변을 둘러본 이천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 이미 백여명의 주민들과 팔십여명의 수해방인들이 죽어 있었다. 그리고 세 명의 노인들도 각각 왕군악과 황대호, 송영수등과 어울려 싸우고 있었다. 송영수만 밀리고 있을 뿐, 나머진 대등하거나 약간 앞서는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화끈해서 좋군." 사내는 이천운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뒤, 수해방인들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모두 멈추고 뒤로 물러서라!" 그의 말에 수해방인들은 싸움을 멈추고 사내의 뒤쪽에 정열했다. 이천운도 큰 소리로 외쳐 주민들을 불러모았다. "자신 있습니까?" 구본석이 불안한 표정으로 이천운에게 물었다. 그는 여전히 이천운의 실력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걱정 마세요. 군악이와 대호가 확실하게 해줄테니...... 영수만 잘 해준다면 우리의 완승으로 끝날 수 있을 거예요." 이천운은 미소 띤 얼굴로 구본석을 안심시켰다. 그러나 구본석은 여전히 불신감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이천운은 그런 구본석의 표정을 무시하며 일행들을 불러모았다. 그리곤 손가락으로 사내를 가리키며 말했다. "내가 저 놈을 맡으마." "그러면 난 저놈을 맡지. 이 중에서 가장 무공이 뛰어난 것 같더군." 왕군악이 세 명의 노인중 사내와 비슷하게 생긴 노인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는 잠시 덥수룩한 수염의 노인과 겨뤄보고는 호승심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면 난 저 음침하게 생긴 노인네를 맡지." 황대호가 염소수염을 기른 노인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도 잠시 염소수염의 노인과 겨뤄보곤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그러면 영수가 저 홍의 노인을 맡으면 돼겠군." 이천운은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송영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데 송영수는 쓴웃음만 지을 뿐 대꾸하지 않았다. "왜 그러냐?" 의아함을 느낀 이천운이 송영수를 바라보며 물었다. "저기요......" "왜?" "화살이 떨어졌는데요. 여기선 영수신탄도 함부로 쓸 수 없으니, 공격 할 방법이 전혀 없어요." 송영수는 일행들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러면 이 일을 어쩌지? 누군가가 저 노인을 맡아야 될텐데......" 황대호가 습관적으로 턱을 쓰다듬으려 난처한 기색으로 말했다. 왕군악이 아무리 고수이고 이천운과 황대호의 실력이 늘었다해도 넷을 처리하는 건 힘들어 보였다. |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