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신공43-2 "애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에헤헤헤~!" 상인은 손바닥을 비비며 간교한 웃음을 흘렸다. 손에 주판을 들고 염소수염을 기른 전형적인 상인의 모습이었다. "뭘요. 이렇게 비싸게 사주시다니...... 제가 더 감사합니다. 에헤헤헤~!" 이천운도 상인에게 지지 않는 간교한 웃음을 흘리며 대답했다. 상인의 뒤로 커다란 배가 보였다. 그리고 배 위에는 노예로 보이는 듯한 초라한 몰골의 사람들이 가득했다. 노예들은 수해방인들이었다. "덕분에 힘 좋은 놈들을 잔뜩 사가는군요. 귀족들이 좋아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종종 거래하십시다." 상인은 노예가 된 수해방인들을 바라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건장한 노예들을 구했다는 생각에 이천운에게 준 거금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송영수가 미약으로 그들의 내공을 재거했기 때문에, 그들은 말을 잘 듣는 건장한 노예들로 변해 있었다. 수해방인들은 원망 섞인 눈초리로 이천운을 노려봤으나, 내공을 상실하고 묶여 있어 아무 반항도 할 수 없었다. "저도 덕분에 거금을 얻었군요. 나중에 또 돈이 필요하면 연락 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우린 너무 죽이 잘 맞는 것 같군요." 이천운도 손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은자에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둘은 처음 봤음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처럼 죽이 잘 맞았다. 그런 이천운의 뒤로 황대호들과 마을주민들은 어이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수고하십시오." "안녕히 가시고 사업이 번창하시길 빌겠습니다." 둘은 손을 꼭 잡으며 아쉬운 표정으로 작별의 인사를 나누었다. 상인은 배위에 올라 멀어지면서도 이천운을 향해 아쉬움의 손짓을 계속했다. "휴~! 한 건 했군." 이천운은 돈주머니를 품에 넣고 몸을 돌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노예가 너무 많아 다 팔 수 있을지 걱정했었기 때문에, 큰짐을 벗어놓은 것 같았다. "참 기가 막히는구나. 자칭 대협이라는 영웅놈이 노예상인과 저렇게 잘 어울린다니......" 왕군악이 먼 산을 올려다보고 혀를 차며 말했다. "저도 오늘따라 형이 이렇게 야비해 보이는 건 처음이에요. 돈을 좋아하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라니...... 어떻게 전부 노예로 팔아먹을 수 있지?" "네가 그러고도 진정 사나이냐?!" 송영수와 황대호도 혀를 차며 이천운을 비난했다. "어허~! 야비하다니...... 저들도 노동을 가치를 배워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고, 우리도 돈을 벌 수 있고, 귀족들은 노예를 구할 수 있으니 일석삼조가 아니더냐? 다 좋은 게 좋은 거다." 이천운은 태연한 표정으로 일행들의 비난에 반박했다. "이렇게 찜찜한 은공들은 처음이지만, 어쨌든 저희 마을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구본석이 야릇한 표정으로 허리를 굽혀 이천운에게 감사를 표했다. "아닙니다. 수해방놈들이 모아 둔 보물이 상당하니, 그 돈으로 마을을 재건하시기 바랍니다." 이천운은 정의의 협객처럼 진중한 표정으로 구본석에게 말했다. 수해방이 모아놓은 보물은 상당해서 마을을 재건하고도 남는 액수였다. 그의 방금전과 전혀 다른 행동에 장내의 사람들은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쉽게 달라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몸을 떨었다. "은공께서는 앞으로 어디로 가실 겁니까?" 구본석이 분위기를 전환시키기 위해 물었다. "글쎄요. 원래 바람은 정해진 곳이 없이 떠도는 겁니다. 우하하하하~!" 이천운은 양손을 허리에 올리며 호탕하게 웃었다. "엥? 웬 바람? 갑자기 바람이 무슨 관계죠?" 구본석은 이천운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냥 그렇게 알아두십시오. 갈곳이 없어 헤맨다는 표현보다는 멋지지 않습니까? 하하하하!" 이천운은 자신이 말하고도 무안했기 때문에 더욱 큰 소리로 웃었다. 그의 말에 구본석의 표정은 처참하게 굳어졌다. '아~우~! 짜증나...... 은공만 아니었어도......' 구본석은 내심 이런 생각을 하며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그런데 제게 마을의 경관을 살릴 좋은 묘안이 하나 있습니다." 이천운이 갑자기 표정을 바꾸며 진지하게 말했다. "네? 그게 무슨 뜻이죠?" "수해방의 횡포로 마을이 많이 망가졌지 않습니까? 그래서 경치가 좋은 관광단지로 마을을 바꿀 획기적인 방법이 있다는 뜻입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합니까?" 이천운의 제안이 워낙 뜻밖이었기 때문에 구본석은 눈을 크게 뜨며 기대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 그뿐만 아니라 주변의 모든 사람들도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이 돈으로 마을에 큰 동상을 하나 세우십시오." 이천운은 품에서 돈주머니를 꺼낸 뒤, 그중 반을 집어 구본석에게 건내며 말했다. "네?" "마을 중앙에 멋진 동상을 하나 세우라는 뜻입니다. 그러면 경관이 좋아 질테니 관광객도 늘고...... 따라서 여러분의 마을은 곧 관광단지가 될 것입니다." "네? 무슨 동상 말입니까?" 구본석은 설마 하는 불안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는 자신의 짐작이 틀리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멋진 미남의 동상이지요. 원하신다면 제 모습을 새긴 동상을 세우셔도 됩니다. 뭐 꼭 강요하는 것은 아니지만요." 이천운은 구본석의 두 손을 꼬옥 잡으며 은밀한 목소리로 말했다. "에?" "어르신만 원하신다면 특별히 제 서명도 해드리지요. 하하하하. 당연히 강요하는 건 아닙니다." 이천운은 겉으로는 강요하지 않았지만, 그의 눈엔 간절한 기색이 역력했다. '차라리 마을에 자기 동상을 세우라고 명령하는 것보다 더 무섭군.' 송영수는 내심 이런 생각을 하며 다시 한번 이천운의 명예욕에 놀랐다. 곁을 둘러보니 황대호를 비롯한 일행들도 마찬가지의 표정이었다. "여기 더 있을 건가요?" 송영수가 황대호의 옆구리를 찌르며 물었다. "당연히 아니지. 아무래도 이쯤에서 물러서는 게 좋겠죠?" 황대호도 왕군악의 옆구리를 찌르며 말했다. "그래. 잘못하다간 좋은 일 하고도 욕먹겠다. 어서 가자!" 셋은 그렇게 의견을 교환한 뒤, 대노와 남노를 바라봤다. 두 노인들도 셋과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했다. 그들은 혹시라도 이천운이 알아 챌까봐 은밀하게 몸을 이동했다. "그러니까 세상에서 나처럼 멋진 사람은 없지요. 제 동상을 세우시면......" 한참 자화자찬을 하던 이천운은 구본석이 자꾸 곁눈질하는 것을 보았다. 의아한 생각에 고개를 돌린 그의 눈에 살금살금 발걸음을 옮기는 일행들이 보였다. "앗! 치사하게 또 자기들끼리 도망치려하다니...... 오늘은 이만 가야할 것 같군요. 얘들아, 같이 가자!" 이천운은 급히 인사를 한 뒤, 일행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의 말이 들리자 일행들은 속력을 내 빠른 속도로 장내를 벗어났다. 그도 급히 경공을 전개해 일행들을 추격했다. "휴~! 결국 갔군. 저런 은공들이라면 차라리 도움을 거절하고 싶구나." 구본석은 멀어져 가는 이천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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