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신공44-1 "역시 큰 도시는 먹을 게 많구나." 황대호는 손에 가득한 과자를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겨우 먹는 거에 놀라는 거냐? 쯧...... 쯧...... 이러니까 네가 아직 어리다는 거야." 이천운은 혀끝을 차며 황대호를 놀렸다. "그러면 뭐가 좋은 거냐?" "당연히 여자지! 큰 도시엔 역시 여자들이 많잖아. 옛날 같으면 벌써 작업들어갔을텐데...... 아쉽구나." 이천운은 지나는 여자들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짜식. 마누라한테 잡혀 살다니...... 저놈도 나름대로 불쌍한 놈이군.' 진미령을 떠올리자 황대호는 이천운이 불쌍하게 느껴졌다. 그들은 시내구경을 마치고 돌아가는 중이었다. 아직 날이 밝아 더 구경하고 싶었으나, 이천운이 잘 시간이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어라?! 저 놈이 왜 여기에 있는 거지?" 막 한적한 모퉁이를 돌던 이천운이 갑자기 놀라 몸을 숨기며 중얼거렸다. 황대호는 이천운의 행동에 놀라 얼떨결에 따라 모퉁이에 몸을 숨겼다. "뭐가 말이냐?" 고개만 빼꼼이 내놓고 황대호가 의아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저기 저 대머리 말이야." "덩치 좋은 대머리 말이냐? 그러고 보니 어디서 본 듯 하군." "본 듯이 아니라 봤다. 저놈은 마교 육장로중 팽대웅이란 놈 이잖아. 아마 너랑 힘이 비슷할 걸." "쳇! 누가 나와 힘이 비슷하단 말이냐? 저런 늙은이 하나쯤 은 상대가 안된다." 황대호는 자존심이 상한 듯 얼굴을 찌푸리며 투덜거렸다. 팽대웅은 부하로 보이는 세 명과 커다란 통을 들고 있었다. 자세히는 볼 수 없었지만, 냄새로 보아 술인 듯 했다. 멀리까지 퍼지는 향기로 보아 독주인 것 같았다. "그런데 왜 저놈이 여기서 얼쩡거리는 거지? 마교에 있어야 정상일텐데......" 이천운은 급히 화제를 돌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뭘 어렵게 고민 하냐? 궁금하면 따라가 보면 될 걸 가지고......" "좋아. 아직 시간이 있으니 따라가 보자. 웬지 이상한 냄새가 느껴지는군." 이천운은 코를 킁킁거리며 미간을 좁혔다. "앗! 너도 이상한 냄새가 나는 걸 느꼈냐?" 황대호가 얼굴을 붉히며 물었다. 갑작스런 황대호의 반응에 이천운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놈에게서 이상한 음모의 냄새가 느껴지는군. 웬지 무슨 흉계가 있는 듯한......" 이천운은 턱을 쓰다듬으며 눈을 가늘게 떴다. "미안하다. 그건 음모의 냄새가 아니라 내 땀냄새야. 며칠간 귀찮아서 세수를 안했더니...... 아마 발냄새도 섞여서 지독할 거야." 황대호는 자신이 말하고도 부끄러운지 고개를 숙였다. 그제야 이천운은 황대호가 얼굴을 붉힌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에이 더러운 놈아! 너도 날 닮아서 점점 게을러지는 거냐? 그건 나 하나로 족해! 너까지 게을러지면 우린 제목을 "거지들의 모험"으로 바꿔야 되!" 이천운은 코를 막으며 황대호의 뒤통수를 가볍게 쳤다. 그러나 황대호는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듯 뒷머리를 긁적이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오히려 자신의 손이 아파옴을 느끼며 이천운은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다. 그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멀찌감치 거리를 두고 팽대웅을 미행했다. 팽대웅들은 먼저 술을 한잔 걸쳤는지 아무 주의도 기울이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 게다가 대도시라 사람도 많고 길이 복잡했기 때문에 미행하기 수월했다. 팽대웅은 성외곽을 벗어나 좁은 산길로 향했다. 이천운은 일행들에게서 너무 멀리 떨어져 불안했지만, 강한 호기심때무에 계속 그를 미행했다. 일각정도 이동하자 눈앞에 폐허가 된 커다란 장원이 보였다. 잡초가 무성하고 담벼락 곳곳이 허물어 진 것으로 보아 주인이 없는 것 같았다. "여기가 어디지? 마교의 비밀분타라도 되는 건가?" 이천운은 흥분을 느끼며 중얼거렸다. 입구에는 두 명의 마교인이 경비를 서고 있었으나, 팽대웅이 술을 보여주며 뭐라 말하자 좋아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이어서 고기굽는 냄새가 풍기고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술판이 시작된 것 같았다. "어떻게 할거냐? 너무 멀리 떨어진 것 같은데 그만 돌아가자." 황대호가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는 이천운의 취침시간이 가까워져 내심 불안했다. "아직 취침시간까진 여유가 있으니 좀 더 살펴보자." "그래도......" "걱정 마. 놈들은 벌써 술판을 벌였으니 들킬 염려는 없을 거 야. 안쪽으로 들어가서 살펴보자. 혹시 아냐? 진귀한 보물이 라도 숨겨놨을지." 이천운은 보물을 생각하자 몸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이미 충분한 돈이 있었으나, 사람의 돈에 대한 욕심은 끝이 없는 법이었다. "좋아! 남자가 여기까지 와서 돌아갈 수는 없지. 한 번 가보 자!" 황대호도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했다. 둘은 주변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담쪽으로 다가갔다. 무너진 틈으로 보니 오십여명의 마교인들은 벌써 얼굴이 벌게 져 놀고 있었다. 둘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고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몸을 숨길 곳이 많았기 때문에 안쪽으로의 잠입은 수월했다. 장원은 먼지투성이였으나, 마당을 돌아 본각으로 들어가자 먼지가 보이지 않았다. '놈들이 이곳을 사용하고 있나보군. 대체 안에 뭐가 있는 거지?' 이천운은 내심 이런 생각을 하며 황대호에게 위쪽으로 눈짓을 했다. 둘은 마교인들을 살핀 후 잽싸게 지붕위로 올라갔다. 기와를 한 장 들어내자 실내가 보였다. "헉!" 안쪽을 살피던 이천운은 놀라 비명을 질렀다. 작게 외쳤기 때문에, 마교인들은 듣지 못한 듯 계속 놀고 있었다. "왜 그러냐?" 의아해하며 기와을 뜯은 황대호도 곧 놀라 비명을 질렀다. "쟤가 왜 여기에 잡혀있는 거지?" "나도 모르겠다. 어떻게 된 거지?" 둘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다. 안쪽에는 한연화가 몸을 결박당한 채 묶여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곁에는 두 명의 마교인이 앉아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역시 팽장로님이 최고시라니까...... 이렇게 술까지 사주시고 말이야." 마교인중 오른쪽에 있는 마교인이 말했다. "그러게 말이야. 이런 쉬운 임무라니...... 너도 한잔 먹고 싶냐?" 좌측의 마교인은 동의를 표하며 잔에 술을 따랐다. 그리곤 한연화의 코앞에 갖다대며 약을 올렸다. 한연화는 눈을 질끈 감고 둘을 무시했다. "먹고 싶지? 먹고 싶지?" "천하제일 미남님이라 불러주면 한잔 주마." 마교인들은 한연화를 약올리며 술잔을 기울였다. "저런 나쁜 놈들...... 먹는 거 같고 약올리는 놈들이 제일 치사 한 놈들이라 했거늘......" 둘의 횡포에 이천운은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황대호도 무서운 눈으로 마교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어떻게 하지?" 황대호가 노기를 가라앉히며 물었다. "뭘 어쩌긴...... 당연히 구해야지!" 이천운도 노기를 가라앉히며 내력을 끌어올렸다. 곧 그의 손에 두 방의 반투명한 수면지가 맺히기 시작했다. "그런데 누구를 잡기 위해 이런 작전을 하는 것일까?" 우측의 사내가 문득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리듯 물었다. "글세...... 누군지 몰라도 장로님들까지 나오는 것으로 보아 보통내기는 아닐......" 말을 하려던 좌측의 사내는 갑자기 고개를 꺾었다. "헉! 뭐지?" 놀라 동료를 살피던 우측의 사내의 얼굴은 곧 어이없는 표정 으로 바뀌었다. "말하다가 잠이 들다니..... 대체 밤마다......"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술을 마시려던 사내도 갑자기 잠이 쏟아져옴을 느꼈다. '이상하군. 내가 이렇게 술이 약했었나?' 그는 뭔가 잘못됐음을 느꼈으나, 생각과 반대로 눈이 점점 감 겼다. 잠시 시간이 흐른 뒤, 천장에서 두 명의 사내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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