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신공45-2 '성공이군! 세살먹은 어린애들도 알아챌 것 같은 저런 단순한 도발에 걸리다니......' 이천운이 노리고 있던 게 그것이었기 때문에, 그는 어이없어 하면서도 쾌재를 부르고 수면지를 준비했다. 그는 위쪽에서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에 아래의 상황이 훤히 보였다. "어서 잠이나 들어라!" 그는 맨 뒤의 마교인을 향해 수면지를 발사했다. 마교인은 척추에 있는 영대혈에 수면지를 맞고 그 자리에서 쓰러져 잠이 들었다. 맨 뒤에서 일어난 일이었기 때문에, 앞서가던 마교인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팽대웅도 한연화와 말싸움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는 그런 식으로 조심스럽게 마교인들을 향해 수면지를 날렸다. 이각정도 시간이 지나자 오십여명의 마교인들은 모두 길가에 쓰러져 잠들어 있었다. 띄엄띄엄 늘어선 마교인들은 한연화가 도망친 경로를 나타내고 있었다. "대체 언제까지 도망만 칠 거냐? 내 뒤를 따르는 많은 수하들이 보이지 않느냐? 어서 남자답게 정정당당하게 항복해라!" 계속 도망만 치자 팽대웅이 큰 소리로 외쳤다. 그는 아직도 수하들에게 생긴 변고를 알지 못했다. 한연화는 고개를 돌려 뒤를 살폈다. 상황을 확인한 그녀는 갑자기 신형을 멈추고 팽대웅을 노려봤다. "난 원래 여자다! 그리고 아직 네 상황을 모르는 것 같군!" 그녀는 팽대웅의 남자라는 말에 자존심이 상해 있었다. 그녀는 두 팔을 허리에 걸치고 비웃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너야말로 상황을 모르는 것 같구나. 내 뒤를 따르는 인원이 보이지......." 당당하게 응수하려던 팽대웅은 뒤를 돌아보곤 말을 멈춰야 했다. 뒤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자 그의 표정은 황당하게 일그러졌다. "하하하하~! 네 부하들을 찾느냐? 그 놈들은 이미 아무 것도 모르고 잠들어 있다!" 이천운이 호탕한 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나무위에서 내려왔다. "네...... 네놈이...... 악독하게도 오십여명을 한꺼번에 죽이다니....... 나도 한번에 이런 많은 인원은 죽이지 않았거늘......" 이천운의 말은 말 그래도 모두 잠들었다는 뜻이나 팽대웅은 이천운의 말을 잘못 이해하곤 분노에 몸을 떨었다. "그게...... 뭐 대수냐?" 그게 아니라고 설명하려던 이천운은 팽대웅을 도발하기 위해 말을 바꿨 다. 과연 그의 말에 팽대웅은 이성을 잃은 듯 더욱 얼굴이 뻘게졌다. "그래..... 네놈에겐 빚이 있지. 어디 오늘 끝장을 보자!" 팽대웅이 이천운을 향해 달려들며 외쳤다. "흥! 이번엔 그때처럼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다! 연화는 나서지 마. 내가 직접 승부한다!" 이천운도 묵검을 빼들며 당당하게 외쳤다. 그의 말에 앞으로 나서려던 한연화는 발을 멈추고 불안한 표정으로 이천운을 바라봤다. "어디 그 동안 얼마나 실력이 늘었는지 보자!" 팽대웅은 이천운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내지르며 외쳤다. 그의 주먹에서 권풍이 일어나며 이천운의 미간을 덮쳐갔다. "무음무영!" 이천운은 묵검을 들어 팽대웅의 주먹과 마주쳐 갔다. 그의 검에서 예상보다 날카로운 검기가 일어나자 팽대웅은 속으로 놀라며 급히 주먹을 거두었다. 팽대웅이 물러서자 이천운은 쾌재를 부르며 더욱 자신감 있게 공격했다. 그는 순식간에 십여 차례 검을 휘둘러 팽대웅을 밀어 부쳤다. '어떻게 갑자기 내공이 이렇게 높게 된 거지?' 팽대웅이 식은땀을 흘리고 있을 무렵, 이천운이 쌍영비천의 초식을 전개했다. 곧 이천운의 검은 두 개로 늘어나며 그의 좌,우를 공격해갔다. 그는 차마 손을 들어 막지 못하고 뒤로 물러섰다. 그런 그의 행동에 이천운은 기다렸다는 듯이 검로를 바꿔 가슴을 찔러갔다. "헉!" 갑작스런 변초에 팽대웅은 놀라 헛바람을 들이켰다. 막으려 했으나 너무 갑작스런 변초였기 때문에, 그는 막을 여유가 없어 가슴에 내력을 집중시켰다. 챙! 이천운의 검이 가슴을 찔렀으나, 가슴에선 요란한 소리만 들렸을 뿐 아무 변화가 없었다. 아직 그의 내공으론 팽대웅의 호신강기를 뚫을 수 없었다. "흥! 겉만 번지르르하고 속은 여전하구나!" 그제야 이천운의 진짜 내공을 짐작한 팽대웅은 여유 있게 비웃으며 이천운을 공격해 갔다. 이번에는 상황이 바뀌어 이천운이 수비하는데 급급했다. 한편, 곁에서 지켜보던 한연화는 처음에 이천운이 유리하자 안심했으나, 전세가 역전되자 금방이라도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젠장할! 검기가 안 된다면 이거나 먹어라!" 이천운은 검강을 일으키며 호기롭게 반격했다. 검강까지는 예상치 못했기 때문에 팽대웅은 급히 뒤로 물러섰다. 아무리 그의 호신강기가 강하다 하더라도 검강을 수비하는 건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그는 점점 수세에 몰렸다. '혹시 저 것도 가짜가 아닐까? 놈이라면 가짜일 가능성이 더 높은데...... 한 번 시험해 봐야겠군' 유심히 이천운의 검강을 관찰하던 팽대웅은 의심이 들었다. 그는 오른팔에 내력을 집중시킨 후 이천운의 검과 부딪혀갔다. 그리고 왼손으로 이천운의 가슴을 향해 거력착벽(巨力鑿壁)의 초식을 전개했다. '흥! 네 놈이 내 검강을 우습게 아는 구나. 어디 한번 실력을 보여주마.' 이천운은 팽대웅의 속셈을 짐작하곤 오기가 치밀었다. 그런 상황이라면 뒤로 물러서는 게 정석이었으나, 그는 오히려 검에 내력을 집중했다. 둘은 그렇게 오기를 부리며 서로에게 부딪혀갔다. "쿠악~!" "으악~!" 둘의 공격은 동시에 상대에 명중했다. 이천운의 공격으로 팽대웅의 오른팔은 원래 자리에서 떨어져 공중으로 솟구쳤다. 동시에 이천운도 선혈을 뿜으며 뒤로 삼장 가량 날아갔다. "어떻게 너 같은 허접이 진짜 검강을......" 팽대웅이 급히 어깨를 점혈하며 자신의 실수를 책망하듯 중얼거렸다. 어깨까지 완전히 날아갔기 때문에, 전과 같은 뛰어난 내공을 바탕으로 하는 권법은 쓸 수 없을 것 같았다. "날 너무 우습게 아는군. 그래도 명색이 미청년(美靑年) 천하제일협객(天下第一俠客) 이천운이신데......" 이천운도 묵검을 지팡이 삼아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쿠~헉~!" 억지로 몸을 일으키던 그는 다시 선혈을 토해냈다.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무리해서라도 검강을 사용하는 건데.......' 이천운은 속으로 자신을 책망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경공을 전개하며 여러 발의 수면지를 날렸기 때문에, 그는 처음부터 검강을 사용할 수 없었다. 마지막에 전개한 검강도 억지로 사용한 것이었다. 가뜩이나 내공이 부족한 그였기 때문에, 대결전에 내공을 소모한 건 큰 실수였다. 만약 그가 처음부터 검강을 펼쳤다면 무기를 들지 않은 팽대웅보다 유리했기 때문에, 쉽게 우세를 점할 수도 있었다. "이번에도 내가 이긴 것 같군." 팽대웅은 미소 지으며 이천운에게 다가갔다. 이천운도 검을 들어 자세를 취하려했으나, 다시 선혈을 토해내며 자세가 허물어졌다. "난 잊고 있었군요. 비겁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갑자기 한연화가 이천운의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팽대웅의 상처도 가볍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였다. "쳇! 일대일 대결이라고 해놓고 이렇게 나오다니......" 팽대웅은 바닥에 침을 뱉으며 말했다. 그의 말에 한연화의 얼굴이 붉게 변했으나, 그녀는 여전히 이천운의 앞을 가로막았다. "어차피 내가 불리한 것 같으니 알아서 처리해라!" 팽대웅은 하나밖에 남지 않은 왼팔을 늘어뜨리고 눈을 감았다. 한연화 는 이천운의 손에서 묵검을 받은 후 조심스럽게 그에게 다가갔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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