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신공45-3장 제 45-3 장 : 이천운, 불륜에 빠지다?! 팽대웅과의 일전이 있은 지도 일주일이 지났다. 놈에게 당한 내 상처는 가볍지 않았는지, 천하의 수면신공도 치료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내상은 그럭저럭 치유가 됐으나, 뼈가 부러지는 외상은 상처가 중했다. 놈들은 아직도 숲에서 우릴 찾고 있기 때문에, 우린 계속 동굴에서만 숨어 지내야 했다. 너무도 좁아 자주 부딪혔는데, 갈수록 뭔가 이상해졌다. 뭐지......? 이 느끼하면서도 끈적끈적한...... 삼류연애소설에서나 나올법한 이상야릇한 위기는?? "흠! 흠!" 어색한 침묵을 깨기 위해 이천운이 공연히 헛기침을 했다. "어머~!" 묘한 분위기에 휩싸여 아무 말도 없던 한연화도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돌렸다. 이천운은 부상으로 한연화의 무릎위에 누워 있었다. 단 둘만으로 동굴은 꽉 찬 느낌이었고, 그들의 옆에는 뼈밖에 남지 않은 마시마로가 있었다. 그들은 식량을 구하기 위해 잠시 밖으로 나갈때를 제외하곤 계속 얼굴을 맞대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점점 묘하게 변질됐다. "저...... 저기......" 한연화가 분위기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녀의 말에 이천운은 무슨 뜻이냐는 표정으로 눈을 치켜 떴다. "음...... 대호 오라버님이 떠난 지도 며칠이 지났는데 왜 아직까지 연락이 없는 걸까요?" 그녀가 대충 얼버무리듯 물었다. 그녀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 아니었으나, 그녀는 결국 다른 말을 했다. "글세...... 무슨 사고라도 났나보지. 별일은 없어야 될텐데......" 다른 말을 기대하고 있던 이천운은 다소 실망감이 섞인 어조로 말했다. 그의 말이 끝나자 장내에는 다시 침묵이 흘렀다. "저기......" 잠시 시간이 지나자 이번에는 이천운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죠?" 한연화는 뭔가 기대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나 이천운의 다음 말은 그녀의 기대를 간단히 무너뜨렸다. "너의 어머님을 인질로 잡으려는 사람은 누구일까? 대체 얼마나 대단한 인물이기에 천하의 마교가 이런 치사한 수법까지 쓰는 거지?" "음...... 글세요. 언뜻 들으니 마교육장로중에서도 상위급의 인물이 나온다고 하던데...... 무슨 함정을 설치한다고 하더군요." 한연화는 김이 빠진 듯 어깨를 늘어뜨리며 답했다. 그녀는 다시 뭔가 망 설이는 표정을 지으며 이천운에게서 시선을 거뒀다. '여기서 보니 연화는 눈이 예쁘군. 솔직히 마누라보다 훨씬 괜찮은 것 같은데...... 앗! 유부남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이러면 불륜인가?' 이천운은 아래쪽에서 한연화를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그러나 곧 진미령을 떠올리곤 고개를 저으며 자신을 책망해야했다. 그렇게 서로 마음속의 말을 하지 못한 채 서로의 눈치만 살피는 어색한 침묵이 지속됐다. 그 동안 둘은 가끔씩 입을 열었으나, 본심을 감추고 엉뚱한 말만 늘어놓았다. "어서 이 놈들이 와야 될텐데...... 언제까지 이곳에 갇혀있으면 얘기가 진행되지 않잖아." 이천운은 분위기를 깨기위해 화제를 돌려 헛소리를 늘어놓았다. "훗! 얘기라뇨...... 이게 무슨 무협소설인 줄 아세요?" 한연화는 그의 말에 실소를 지으며 표정을 환하게 바꿨다. 그녀의 표정에 이천운은 자신의 작전이 성공했다고 생각했다. 비록 여전히 헛소리가 많은 바람둥이라는 인식은 변하지 않았지만...... "웃을 때가 아니야. 여기서 대호놈이 나타나지 않으면 끝이야! 아마 지금 당장이라도 우릴 찾는 소리가 산을 울릴지 몰라." "호호호. 자꾸 이상한 말하지 마세요. 대호오라버님도 바보가 아닌데 큰 소리를 지르며 마교들이 포위한 곳으로 오겠어요?" "하하하. 그럴 리가 없겠지? 지금쯤이면 마교의 지원병력이 도착해서 포위망이 더 견고할텐데...... 내가 말했지만 실현가능성은 전혀 없군." 이천운은 멋쩍게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나 그런 둘의 예상은 차 한잔 마실시간도 지나지 않아 무참히 구겨졌다. "천운아! 연화야! 어디 있냐? 찾기 힘드니까 어서 나와라!! 안나오면 쳐들어 간다! 쿵짜작~! 쿵짝~!" 멀리서 들려오는 운율감 있는 왕군악의 우렁찬 목소리에 둘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쓴웃음만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만 좀 하세요! 이렇게 큰 소리로 외치다니...... 이러다가는 형을 찾기 전에 마교놈들에게 걸리겠어요." 송영수는 질린 표정으로 황군악을 만류했다. "마교놈들이라니...... 신교분들이라 불러줘라. 그리고 내게 생각이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아라. 오히려 신교 사람들이 들으라고 하는 말이니까......" 왕군악은 뭔가 꿍꿍이가 있는 듯한 지으며 대답했다. 그리곤 뒤쪽에 있던 대노와 남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무슨 작전인지는 모르겠지만, 솔직히 전혀 신용이 가지 않는구나. 이건 내가 생각해봐도 무모한 짓이야." 곁에 있던 지친 기색의 황대호도 고개를 저으며 반대했다. 황대호는 중독 된 몸을 이끌고 육일동안 길을 헤맨 끝에 겨우 돌아왔다. 때문에 객점에 남아 걱정만 하던 일행들은 황대호가 엿새만에 돌아와서 겨우 전말을 알 수 있었다. 송영수가 대충 해독은 했으나 무리하게 몸을 움직였기 때문에 안색이 나쁘고, 몸을 가누기도 힘들어 보였다. "날 믿어라. 대웅이를 만나면 좋은 계책이 있으니......" 왕군악은 다시 못미더운 표정의 둘을 안심시키곤, 다시 큰 소리로 예의 운율감 있는 말을 외치기 시작했다. "헉! 이 목소린......?" 팽대웅은 방금전 부터 들려오는 바보같은 목소리에 놀라 몸을 일으켰다. 그의 반응에 잠시 이천운수색작업을 중지하고 휴식을 취하던 마교인들도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그들은 어느새 백여명으로 불어나 이천운을 찾고 있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바로 옆에 있던 홍의무복의 마교인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첫째형님의 목소리가 왜 여기서 들리는 거지?" 팽대웅은 대꾸도 하지 않고 의아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 사이 문제의 외침소리는 다시 커지기 시작했다.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모두 날 따르라!" 그는 수하들을 정렬시킨 뒤, 소리나는 방향을 향해 몸을 날렸다. "젠장할, 바보같은 놈들! 적진 한복판에서 이렇게 큰 소릴 지르면 우리보고 어쩌라는 거야?! 대체 생각이 있는 놈들인지, 없는 놈들인지 원......." 이천운은 투덜거리며 연신 다리를 놀렸다. 그는 한연화의 부축을 받아 소리나는 방향을 향해 이동하고 있었다. 상처가 쑤셔 욱신거렸으나, 이것저것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부스럭! 그들이 한창 이동하고 있을 때, 옆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나무에 가려 잘 알 수는 없었으나, 덩치로 보아 건장한 사내 같았다. "대호냐? 바보같이 왜 소릴 지르고 야단이야?" 이천운은 반가운 기색으로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한연화도 걸음을 멈추고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누가 대호냐?! 이렇게 만나다니......" 사내의 모습이 드러나기 전에 목소리가 먼저 들렸다. 그의 목소리에 둘은 불안한 표정으로 무기를 꺼냈다. 그는 천운의 예상과 달리 팽대웅이었다. 그의 뒤로 백여명의 마교인들이 보였다. "이런...... 하필이면 이렇게 되다니......" 둘은 등을 맞대고 수비자세를 취했다. "우린 참으로 인연이 깊구나. 우린 혹시 천생연분이 아닐까?" 팽대웅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다소 능글맞게 말했다. "흥! 너 같은 땀냄새 나는 사내라면 천명을 공짜로 준다고 해도 싫다. 괜히 친한 척 하지 마라." 이천운은 가볍게 코웃음치며 팽대웅의 성의를 거절했다. 마교인들은 어느새 둘을 포위하고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서로 대치하는 동안 장내에는 긴박감이 흐르기 시작했다. "우하하하~! 막내아우는 잘 있었는가?! 아직 어려서(?) 그런지 잠시 못 보던 사이에 더 튼튼해진 것 같군." 순간 정적을 깨고 왕군악의 호기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곤 나무위에서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 뒤로 황대호를 비롯한 일행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군악아!" "큰형님!" 이천운과 팽대웅은 동시에 반가운 기색으로 외쳤다. "엥?" "어라?" 둘은 서로 상대의 반응에 놀라 의아한 눈으로 바라봤다. "네가 큰형님을 어떻게 아느냐?" 팽대웅이 먼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우리 일행이다. 나와는 말도 놓고 지내는 아주 가까운 사이지. 우하하하!" 이천운은 가까운을 강조하며 큰소리로 웃었다. 그의 말에 팽대웅의 얼굴 은 설마 하는 표정으로 변했다. "형님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왜 형님이 이런 버르장머리없고, 얍삽한 여우녀석과 같이 다니는 겁니까? 그것도 가까운 사이라뇨......" 팽대웅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따지듯 물었다. 당장이라도 왕군악의 멱살을 잡고 달려들 기세였다. "성격 급한 건 여전하군. 오랜만에 본 큰형께 겨우 그런 말이나 하다니...... 천운이놈을 놓아주고 그냥 조용히 물러서라. 형제끼리 싸워 손에 피를 묻히기 싫구나." 왕군악은 여유 있게 뒷짐까지 지고 태연히 말했다. 이천운은 어느새 한연화를 이끌고 왕군악의 뒤로 물러나 있었다. '어이가 없군. 겨우 이런 말로 상대를 설득하려 한 건가? 어처구니없는 계략이군. 그런데 왜 대노나 남노어르신은 아무 반대를 하지 않는 거지? 뭔가 믿는 게 있는 듯한 저 여유 있는 태도는 뭐야?' 송영수는 내심 허탈해하며 두 노인을 곁눈질했다. 둘의 표정을 보고 그나마 마음이 약간 놓였다. 그는 다시 고개를 돌려 팽대웅을 살폈다. "음......" 다른 누구도 아닌 하늘처럼 여기던 큰형의 말이었기 때문에, 팽대웅은 난처한 표정으로 신음을 흘렸다. 팽대웅의 뒤에 있던 마교인들은 왕군악의 얼굴을 알지 못했으나, 둘의 말을 듣고 왕군악의 정체를 눈치챘다. 그들은 공손한 자세로 시립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안되겠군요. 형님이라 하셔도 신교의 행사를 방해하실 수 없습니다. 형님의 무공에 비하면 재롱에 불과하지만, 피를 보더라도 제 임무를 완수해야겠습니다." 잠시 시간이 흐른 뒤, 팽대웅은 단단히 결심한 듯 단호한 표정으로 잘라 말했다. "음......" 팽대웅의 반응이 예상과 달랐기 때문에, 이천운들은 긴장하며 암암리에 내력을 끌어올렸다. 마교인들도 다시 무기를 꺼내들고 준비했다. 두 세력간의 팽팽한 긴장감을 깨며 왕군악이 앞으로 나섰다. 그는 이런 반응을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당황하지 않고 여유 있게 입을 열었다. "지금의 신교는 우리가 알던 예전의 신교와 다르다는 것을 모르나? 순수한 힘만을 추구하며 언제나 당당한 승부를 하던 신교가 아니다. 이런 싸구려 인질극까지 하는 걸 보고도 모르겠나?" "그래도 할 수 없습니다. 제가 신교에 몸담고 있는 이상, 아무리 교가 변했다 하더라도 전 끝까지 교를 지킬 겁니다." 팽대웅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당당히 말했다. 그런 그의 태도에 이천운은 적이지만 감탄의 마음이 들었다. "40여년 전이 생각나는가? 그때 우린 검은 복면을 뒤집어 쓴 젊은 무 인. 흑신(黑神-마교에서는 흑마를 흑신이라 부른다.)에게 반해 충성을 맹세했었지." 왕군악은 젊었을 때를 회상하듯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감회가 새로운 듯 그의 입가엔 절로 미소가 걸렸다. "어떻게 그때의 일을 잊을 수 있겠습니까? 지금은 비록 흑신어르신께서 행방불명되셨지만, 전 언젠가는 그분께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렇게 교에 충성을 다하고 있습니다." 팽대웅도 과거를 생각하자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그는 흑마의 강한 무공과 단호한 성격을 떠올렸다. "그 흑선어르신이 사실은 교의 내분에 휘말린 것이라 해도 교에 충성을 맹세할 것인가?" 왕군악이 팽대웅의 상념을 깨며 물었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웃음끼가 전혀 없는 진지한 표정이었다. "음...... 만약 형님의 말이 맞다면 당장이라도 교를 탈퇴해 형님과 행동하겠습니다. 하지만 그걸 어떻게 증명할 수 있죠?" "그렇게 말할 줄 알았네. 이 분이 누군지 알겠나?" 팽대웅은 미소를 지으며 남노를 가리켰다. 팽대웅은 평범한 노인네라 생각하고 별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군악의 의도를 몰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런 평범한 늙은이가 누굽니까? 흑선어르신이라도 된단 말입니까?" 팽대웅이 남노의 위아래를 쓸어보며 빈정대듯 말했다. 그러나 남노의 말은 그의 예상을 간단히 깼다. "휴~! 나에 대해 잘 알고 있구만. 이젠 비밀이랄 것도 없으니 공개해도 되겠지. 내 이름은 장대남. 일명 남노라고도 불리지. 그리고 강호의 친구들은 나를 흑마라고 부른다네." 남노는 품에서 짙은 묵빛의 작은 동패를 꺼내며 말했다. 손바닥보다 약간 작은 크기의 동패에는 "魔"라는 글자가 핏빛으로 선명하게 양각돼 있었다. 이천운이 청노에게 말로만 들은 흑마의 상징인 천마령패였다. 천마령패는 섬뜩한 느낌을 주며 남노가 흑마임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헉!" "뭐야?" 남노의 말에 이천운을 비롯한 장내의 모든 사람들은 놀라 비명을 질렀다. 특히 팽대웅의 충격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해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남노 어르신이 흑마라면 대노 어르신의 정체는 무엇입니까?" 이천운이 마음을 진정시키며 물었다. 그는 아직도 남노가 자신이 그렇게 찾아다니던 흑마라는 사실을 믿기 어려웠다. 대노와 남노는 겉모습이 완벽하게 똑같았기 때문에, 다른 장내의 사람들도 의문이 섞인 눈으로 대노를 바라봤다. 대노는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리곤 품에서 작지만 날카로운 빛을 발하는 소도(小刀)를 꺼냈다. 어린애들이나 갖고 놀 것 같은 앙증맞은 크기와 모양이었으나, 빛을 반사하는 날카로운 기세에 장내의 사람들은 움찔하며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섰다. "후~! 강호의 친구들은 날 가리켜 무림맹주. 혹은 백선이라 부른다네." 감사합니다. 드디어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던 흑마와 백선이 드러났군요. 이무결이 흑마나 백선이 생각하시던 분들께는 넘 의왼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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