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신공46-2 두 개의 그림자가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있었다. 검은 복면의 사내와 중년여인이었는데, 누군가에게 쫓기는 듯 불안한 표정으로 연신 뒤를 힐끔거렸다. 둘의 옷은 곳곳이 찢어져 있었고, 특히 복면인의 옷은 검붉은 피로 얼룩이 져 을씨년스런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들의 주변은 어느 계곡의 깊숙한 곳인 듯 주변은 절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그리고 주변엔 흔한 잡초도 하나 없는 황량한 벌판이었다. 마침 달이 너무도 밝았기 때문에 둘의 도망은 쉽지 않아 보였다. "젠장할! 천하의 내가 이렇게 도망이나 치다니...... 내 일생일대의 치욕이군." 복면인은 여인의 손을 이끌고 도망치며 연신 투덜거렸다. 말할 때마다 그의 입에서 붉은 선혈이 흘러나왔다. 그는 실제 화가나 투덜거린 다기보다는 엄습해오는 불안감을 떨쳐버리기 위해 끊임없이 중얼거리고 있었다. 여인은 많이 지쳤는지 그의 손에 거의 끌려가다시피 하면서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다. "우하하하~! 이제 그만 포기하는 게 어떠신가?" 어디선가 사내의 비꼬는 듯한 커다란 음성이 들렸다. 사내의 말에 복면인의 얼굴은 복면밖으로 드러날 만큼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여인의 표정에도 불안감이 가득 나타났다. "허...... 헉! 너무 힘들어서 더는 못 가겠어요. 당신 같은 사람이 나때문에 이 고생이라니...... 괜히 나 때문에 치욕을 당하지 말고, 당신이라도 먼저 가세요." 여인은 다리가 풀려 거의 주저앉으며 복면인에게 말했다. "그렇게 할 수 없소! 당신을 버린 건 한번으로 족하오!" 복면인은 여인을 일으키며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의 말에 감동한 듯 여인의 눈에 작은 눈물이 맺혔다. 그때 그들의 앞쪽에서 중후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단한 부부애로구료. 단신으로 오라고 진짜 혼자 오다니...... 자신감이 넘치는 거요, 아니면 멍청한 거요?" 그들의 앞에 예순가량의 노인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며 말했다. 중키에 노인답지 않은 단단한 체격이었다. 주로 창을 사용하는 듯 그의 등에는 석장 길이에 화려한 수술이 인상적인 장창이 매달려 있었다. "자신감도 아니고, 멍청함도 아니다. 단지 예전과 같은 후회를 남기지 않고 싶었을 뿐...... 내가 누군지 알고 그따위 말을 하는 거냐?" 복면인은 여인의 손을 잡으며 노한 기색으로 물었다. "누구긴 누구요. 천하사대고수중 수위를 다툰다는 전직 신교교주 흑마어르신이 아니요?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흑마의 대리인이라고 해야 되는 건가?" "네...... 네 놈이 감히...... 육장로의 둘째이면서 나를 배신하다니...... 놈의 설득에 넘어간 건가?" 사내의 능청맞은 대꾸에 복면인, 아니 흑마는 몸을 떨며 말을 잇지 못했다. 평소 냉정한 그였기 때문에 얼마나 분노가 컸는지 알 수 있었다. 흥분하지 내상이 도지는 지 잠시 멈췄던 선혈이 다시 흘러나왔다. 그의 옆에 있던 여인은 한연화의 어머니인 한지연이었다. 흑마는 그녀를 구하고 싶으면 단신으로 오라는 말을 듣고 혼자 왔다가 이런 일을 당한 것이었다. "이미 대세는 그 분께 넘어갔소. 당신이 바로 잡으려 했으나 너무 늦었소! 어서 순순히 항복하시오!" 사내는 약 올리듯 흑마에게 말했다. 흑마는 당장이라도 사내에게 달려들고 싶었으나, 몸이 지치고 옆에 한지연이 있었기 때문에 차마 그럴 수 없었다. "헛소리 그만 하고 덤비려거든 어서 덤벼라!" 복면인은 악을 쓰듯 크게 외쳤다. "어쨌든 명불허전이었소. 단신으로 옆에 혹을 달고도 신교의 자랑인 백팔요진(百八妖陣)을 돌파하디니...... 소림의 대나한진과도 겨룰 수 있는 최강의 진법이었거늘......" 사내는 새삼스럽게 흑마의 무공에 감탄하며 말했다. 그러나 흑마도 무리하게 진을 돌파했기 때문에, 몸이 온전치 못했다. 겉으로 드러난 외상은 그렇다 치더라도 내상이 심해 내공이 제대로 모아지지 않았다. "예전의 나였으면 그 따위 진법쯤이야...... 쓸데없는 말만 늘어놓지 말고 어서 마무리해라." 흑마는 가슴을 피며 당당히 말했다. 그리고 시선을 돌려 회한에 잠긴 눈으로 한지연을 바라봤다. 그년 처음에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으나, 곧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의 시선에 화답했다. "느끼하게 지금 뭐 하는 짓이냐?! 권주를 마시지 않고 굳지 벌주를 마시겠다면 어쩔 수 없지......" 사내는 내심 감탄하면서도 겉으론 싸늘한 음성으로 말했다. 그의 손짓에 갑자기 흑마의 앞뒤에서 각각 백여명의 홍의무복을 걸친 사내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존경심과 두려움이 섞인 눈빛으로 무기를 들고 서서히 흑마에게 다가갔다. 마교내에서 흑마의 명성이 워낙 대단했고 방금 흑마가 진을 돌파할 때의 실력을 봤기 때문에, 그들은 상대가 부상을 입은 걸 알면서도 머뭇머뭇 거리며 차마 공격하지 못했다. 비록 부상을 당했지만, 흑마의 기세는 가히 무학의 종사다웠다. "겁쟁이들 같으니...... 신교인들이 겁에 질렸단 말이냐?!" 흑마는 마교인들을 책망하듯 말하며 품에서 작은 단봉을 세 개 꺼냈다. 이음새를 연결하자 단봉은 이장 반 길이의 곤봉으로 변했다. 봉을 잡자 그의 기세는 더욱 날카로워져 마교인들은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섰다. "놈은 지금 부상을 입어 허세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놈을 죽이는 자에겐 큰상을 내릴 것이니 어서 달려들어 공격해라!" 보다 못한 사내는 답답한 듯 가슴을 치며 수하들에게 명령했다. 그리곤 앞장서서 천천히 흑마에게 다가갔다. 그의 말에 마교인들도 다시 흑마에게 다가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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