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하게,
그러나 과감하게 세상과 소통하기
웹툰작가 ‘하얀늑대’ 박.수.정
누구나 ‘고백하지 못한 첫사랑’과 같은 씁쓸한 삶의 비밀 한 가지쯤은 가진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쑥스럽고, 어쩐지 약점을 잡히는 기분이 들기 때문에 사람들은 비밀을 가진다. 자연스레 소통도 사라진 지금 이 시대, 그래서 이 사람이 더 즐거운지 모르겠다.
솔직하다 못해 가끔은 경악스럽기도 한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일기를 쓰는 것처럼 그려내는 웹툰 작가 박수정 씨. 그녀의 그림은 한 눈에 잘 들어오진 않는다. 쓱쓱 손 가는 그대로 그려나간 것 같은 조악한 그림체와 종이 위에 대충 쓴 것 같은 필체. 하지만 묘하게도 자꾸만 들여다보게 되고, 어느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녀의 웹툰에는 외롭고 힘들었던 성장기가 녹아있고, 가끔은 웃기고 가끔은 슬프고, 또 가끔은 ‘그럴 수 있지.’ 하는 공감되는 우리의 이야기가 녹아있기 때문이다.
야후 웹툰, 네이버 웹툰, SKY 등 많은 웹사이트에서 ‘하얀 늑대’ 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녀. 이름보다 닉네임이 더 편하고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더 확실하게 본인의 색을 드러내는 그녀의 진짜 속 이야기가 궁금했다.
평범하고 소소한 것이 가장 중요한 것
얼핏 만화가 ‘천성’인 것 같기도 한 그녀지만 처음부터 전문적으로 만화를 그리는 만화가가 되려고 한건 아니었다. 그림을 전공하긴 했지만 애니메이션이었고, 지금도 애니메이션을 포기하진 않았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처음엔 애니메이션 회사에 입사해 일을 했다.
하지만 여러 가지 문제들이 겹치며 회사를 그만 두게 되었고, 고향 집에 내려와 잠깐 머물게 되었다. 그때부터 루리웹이라는 인터넷 사이트에 한 편, 두 편씩 만화를 그려 올리기 시작했다. “제 일상 이야기나 성장기 등을 그렸어요. 그저 일기를 쓰듯 자연스럽게요. 그래서 처음엔 이렇게 좋아해주실지 몰랐어요.”
스물여섯 그녀의 이야기들은 솔직하고 과감했고, 한편으론 독자 본인들의 이야기 같았다. ‘그나마 많이 완화해서 그렸다.’ 라고 말하는 그녀의 웹툰은 화제와 논쟁을 일으키며 입소문을 탔고, 이곳 저곳에서 본격적으로 웹툰을 연재해 보지 않겠느냐는 제의가 들어왔다. “저는 그냥 솔직하게 제 이야기를 주로 그려요. 재미있는 잡담을 나누는 것처럼 소소한 이야기가 재밌는 것 같아요.”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하는 것이 별로 부담스럽지 않아서 그리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에게 재미와 위로를 주고 있는 것 같아 요즘엔 더 열심히 해야겠단 생각이 든단다. 현재 일주일에 세 번, 세 군데의 사이트에 연재되고 있는 그녀의 웹툰은 여름께에 책으로 묶어져 출판된다. 그 어떤 만화가보다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지만 정작 박수정 씨 본인은 굳이 ‘만화’ 만을 고집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일이라면 어떤 일이든 괜찮다고.
세상과 소통하기
이야기를 하는 내내, 박수정 씨는 소통이란 말을 많이 했다. 원불교에 대한 믿음도 ‘소통’으로부터 생겨난 듯 했다.
외로웠던 어린 시절, 교당에서 사람들 사이에 있으며 느꼈던 위로가 아직도 따뜻한 추억으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내가 여기 사람들에게 필요한 존재구나.’를 느끼며 즐거웠다는 그녀는 원불교 안에서든 밖에서든 ‘소통’이 주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많은 이들이 사랑해주는 만화도 좋지만 최종적인 목표는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것이란다.
‘오타쿠’가 세상을 바꾼다
사실 그녀의 인생을 이루는 중요한 축 두 가지는 바로 애니메이션과 게임이다. ‘두 개를 빼놓고는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 할 수 없다.’는 그녀에게 특히 애니메이션은 ‘청춘과 등가교환’을 했다고 말할 만큼 그녀 자체다. 애니메이션을 전공했던 대학 시절엔 하루 다섯 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었다. 피곤했지만 그림을 그리는 동안은 정말 행복했다고 한다. 지갑엔 극장판 ‘파워레인저’ 캐릭터를 곱게 챙겨 들고 다닐 만큼 그녀는 지금도 애니메이션을 꿈꾼다.
“미국의 디즈니랜드처럼 한국적인 캐릭터를 가지고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어요.” 지금은 만화를 그리고 있지만 언젠가 쿵푸팬더와 같은 좋은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고 한다.
그리고 무엇이든 하나에 골몰하는 ‘오타쿠’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그녀의 꿈이 기대된다.
<출처:월간원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