뜰이 고요하다
꽃이 피는 동안은
하루가 볕 바른 마루 같다
맨살의 하늘이
해종일
꽃 속으로 들어간다
꽃의 입시울이 젖는다
하늘이
향기 나는 알을
꽃 속에 슬어 놓는다
그리운 이 만나는 일 저처럼 이면 좋다.
- 2006년 시집 <가재미> (문학과 지성사)
*6월 초순 여름의 정원에는 장미를 비롯 백합이나 플록스, 데이지 등이 한창이고 수국이 꽃잎을 여는 중입니다. 그런데 마당을 둘러보면 어제는 보이지 않던 꽃들 몇 개는 새로이 꽃봉오리를 열고 눈길을 사로잡더군요. 이상한 건 아무리 관심을 갖고 봐도 개화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입니다.
이 작품은 전반적으로 고요하고 신비로움을 주는 분위기 속에서 꽃이 피는 과정을 노래하는 詩입니다.
먼저 이 詩는, 생명 탄생의 순간을 하늘이 지켜보는 게 아니라 직접 꽃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표현한 것이 이채롭습니다. 즉, 하늘이 꽃 속으로 들어가 향기 나는 알을 낳아놓는다고 재미있게 묘사합니다. 그렇게 하늘의 기운이 꽃 속에 스며들었기 때문에 꽃에서 은은하고 우아한 향기가 뿜어져 나오는 거라고 말이죠.
이 詩에서는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나는 것도, 이처럼 서로에게 향기를 입히고 감싸줄 수 있는 좋은 만남이기를 바라는 마음이군요. 왠지 시문 곳곳에서 은은한 꽃향기가 우리에게 풍겨 나오는 듯도 하고요. Choi.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