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정지아(84학번)

작성시간08.11.06|조회수367 목록 댓글 2
정지아 "개인의 삶이 쌓여 언젠가 역사가 될것"
 
제41회 한국일보문학상 본심 후보작가 인터뷰 <4>

소설집 '봄빛'

 

  

"거대 담론에 치우쳤던 젊은 날에 대한 반성이라고 할까요. 삶은 보잘 것 없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깨달음, 인간을 떠난 혁명은 불가능하다는 각성에서 개인의 삶에 초점을 맞추게 됐습니다."

 

빨치산 출신 부모의 체험을 풀어낸 장편소설 <빨치산의 딸>(1990)의 작가 정지아(43)씨의 두번째 소설집 <봄빛>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들은 기세등등했던 젊은 날의 결기는 사라지고 치매로 늙어가는 노인, 예순살 된 아들과 백살 된 노모, 빨치산 출신의 치매에 걸린 남편을 둔 아낙 등 늙어가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들 개개인의 삶에는 분단이라는 한국현대사의 모순적 상황의 굴레가 걸려 있다.


"작가로서의 한계일 수도 있지만 제가 느끼고, 체화돼 느껴지는 것만큼밖에 쓸 수 없어요" 라는 정씨는 "요즘 '역사 담론'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언젠가는 지금 현재 개인의 삶이 쌓여 역사가 될 것 "이라고 말한다.


소설집 <행복>(2004)에서부터 시작된 정씨의 변모는 <봄빛>에 이르러 한결 원숙해졌다는 평이다. 책에 실린 11편의 단편들은, 때로 선동적이고 도식적이기까지 했던 80년대식 리얼리즘의 한계를 넘어서 그 모든 것을 감싸안을 수 있는 인간에 대한 깊고 따뜻한 애정으로 충만하다.


그런 의미에서 정씨의 문학적 도정은 갈수록 왜소해져가고 있는 한국 리얼리즘 소설의 현재적 가치를 보여주는 셈이다.

 

같은 맥락에서 정씨는 감각적으로 흘러가고 있는 최근 소설에 대해서는 비판적이다. "'얼짱' '몸짱' 열풍 등 우리 사회는 실체없는 이미지를 너무 중시하는 것 같아요. 문학마저 그것과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려 하는 것은 문학의 소임을 포기하는 일이지요"라고 그는 쓴소리를 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정씨가 '전망'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과거 이야기만 쓸 수는 없지요. 하지만 저는 실타래가 꼬인 채로 전진할 수는 없고, 전진을 하더라도 다시 그 실타래를 풀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씨는 "마치 우리가 과거와 전혀 다른 현실에 사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착각입니다. 그런 문제에 주의를 기울이는 작가가 한 명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되물었다.


■ 작품 속 이 구절
"그들이 그의 생명을 키워냈듯 이제는 그가 그들을 품어 그들이 세월에 빚진 생명을 온전히 놓고 죽음으로 떠나는 것을 지켜보아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냉정한 생명의 법칙이었다."(48쪽)


"세상에 꿈꾸지 않는 사람은 없는 법, 꿈꿔도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고, 그래서 목숨 있는 존재는 자궁이 대물림한 운명의 수레바퀴 안에서 쓸쓸하고 외롭고 아플 수밖에 없는 것임을, 그는 신김치전 한장의 유혹에 침을 질질 흘리며 못줄을 잡아야 했던 다섯 살 이래로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마음으로, 제게 주어진 운명만큼이나 선연하게 보았던 것이다."(99쪽)


■ 프로필

1965년 전남 구례 출생. 중앙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 수료. 1990년 장편 <빨치산의 딸> 발표, 199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고욤나무' 당선. 단편 '풍경'으로 2006년 제7회 이효석문학상 수상. 소설집 <행복>, <봄빛> 등.

 

글이 안 풀리면 술을 마심. '풍경'은 위스키 반 병을 비우고 쓴 작품. '생활의 달인' '세상에 이런 일이' 같은 TV프로그램을 보면서 작품 아이디어를 종종 얻음. 요즘은 하루 100m 이상 걷지 않음.

 

[한국일보 2008.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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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시간 08.12.22 야~ 이자 많이 이뻐졌다.
  •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08.12.24 지아야, 자주 많이 걸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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