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이중환
미련 거두어도 또 미련
멀어지는 듯 했다가 가까워지고
가까워지는 듯 했다가 멀어지는
꽃길 따라 걷다보면
알 수 없이 이어가는 행로
접으려 해도 접어지나
부러지지 않는 앵두나무 같은
내가 지쳐 쓰러질 곳
넝쿨 숲이다
사연은 흐르는 강물 되어
소리 없이 흘러가는데
-나도 사랑해
그 한마디가 그리도 어려울까
활활 타올랐다가 사그라지는
새우잠 자는 불꽃
내일 또 황홀한 불꽃이 일면
아무도 붙잡지 마라
나는
그 불속으로 등신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