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素岩이 만드는 난

어사 박문수 야담

작성자소암|작성시간15.03.10|조회수4,002 목록 댓글 0

어사 박문수 야담

 

 


암행 어사 박문수(1691~1756)가

거지 꼴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민정을 살피고 탐관 오리들을 벌 주던 때였다.

하루는 날이 저물어서 주막에 들었는데,

봉놋방에 턱 들어가 보니

웬 거지가 큰 대자로 퍼지르고 누워 있었다.

사람이 들어와도 본 체 만 체,

밥상이 들어와도 그대로 누워 있었다.

“거, 댁은 저녁 밥을 드셨수?”

“아, 돈이 있어야 밥을 사 먹지.”
그래서 밥을 한 상 더 시켜다 주었다.

그 이튿날 아침에도 밥을 한 상

더 시켜다주니까

거지가 먹고나서 말을 꺼냈다.

 

“보아하니 댁도 거지고 나도거진데,

이럴게 아니라 같이 다니면서 빌어먹는 게 어떻소?”

 

박문수도 영락없는 거지꼴이니

그런 말 할만도 하다.

그래서 그 날부터 둘이 같이 다녔다.

 

에피소드 1.

세 사람 살려주고 사례로 받은 백 냥


제법 큰 동네로 들어서니 마침 소나기가 막 쏟아졌다.
그러자 거지는 박문수를 데리고

그 동네에서 제일 큰 기왓집으로 썩 들어갔다.

그러더니 다짜고짜 한다는 말이

“지금 이 댁 식구 세 사람 목숨이

위태롭게 됐으니 잔말 말고

나 시키는 대로만 하시오.
지금 당장 마당에 멍석 깔고

머리 풀고 곡을 하시오.”

 

안 그러면 세 사람이 죽는다고 하니

시키는 대로 했다.

그 때 이 집 남편은 머슴 둘을 데리고

뒷산에 나무 베러 가 있었다.

어머니가 나이 아흔이라

미리 관목이나 장만해 놓으려고 간 것이다.

나무를 베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오자

비를 피한다고 큰 바위

밑에 들어갔다.

그 때 저 아래서 ‘아이고 아이고’

곡소리가 들려왔다.
“이크, 우리 어머니가 돌아가셨나 보다.

 

얘들아, 어서 내려가자.”

 

머슴 둘을 데리고 부리나케 내려오는데

뒤에서 바위가 쿵 하고

무너져 내렸다.

간발의 차이로 위험을 모면하고 내려온 남편은

전후 사정을 듣고

거지한데 절을 열두 번도 더 했다.

“우리 세 사람 목숨을 살려 주셨으니

무엇으로 보답하면 좋겠소?
"내 재산을 다 달란대도 내놓으리다.”
“아, 정 그러면 돈 백 냥만 주구려.”

그래서 돈 백 냥을 받았다.

 

받아서는 대뜸 박문수를 주는 게 아닌가.
“이거 잘 간수해 두오.

앞으로 쓸데가 있을 테니.”

 

박문수가 가만히 보니

이 거지가 예사 사람이 아니었다.
시키는 대로 돈 백 냥을 받아서

속주머니에 잘 넣어 두었다.

 

에피소드 2.

칠 대독자 구해주고 사례로 받은 백 냥

며칠 지나서 어떤 마을에 가게 됐다.
그 동네 큰 기와집에서 온 식구가 울고 불고 난리가 났다.

거지가 박문수를 데리고 그 집으로 쑥 들어갔다.

“이 댁에 무슨 일이 있기에 이리 슬피 우시오?”
“우리 집에 7 대 독자 귀한 아들이 있는데,

이 아이가 병이 들어 다 죽어가니 어찌 안 울겠소?”

“어디 내가 한 번 봅시다.”

 

그러더니 병 든 아이가 누워 있는 곳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

곧장 사랑채로 들어가선 주인에게 말했다.

“아이 손목에 실을 매어 가지고

그 끄트머리를 가져오시오.”

미덥지 않았으나 주인은 아이 손목에다

실을 매어 가지고 왔다.

 

거지가 실 끄트머리를 한 번 만져 보더니

“뭐 별것도 아니구나.

거 바람벽에서 흙을 한줌 떼어 오시오.”

 

바람벽에 붙은 흙을 한줌 떼어다주니

동글동글하게 환약 세개를 지었다.

주인이 약을 받아 아이한테 먹이니

다 죽어가던 아이가 말짱해졌다.

 

주인이 그만 감복을 해서

절을 열두 번도 더 했다.

“ 7 대독자 귀한 아들 목숨을 살려 주셨으니

내 재산을 다 달란대도 드리리다.”

 

“아, 그런 건 필요 없고 돈 백 냥만 주구려.”

이렇게 해서 또 백 냥을 받아 가지고는

다시 박문수를 주었다.

“잘 간수해 두오. 앞으로 쓸데가 있을 거요.”

 

에피소드 3.

묘자리 봐주고 사례로 받은 백 냥

며칠 가다가 보니

큰 산 밑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웬 행세 깨나 하는 집에서

장사 지내는 것 같았다.

 

기웃기웃 구경하고 다니더니

마침 하관을 끝내고 봉분을 짓는데 가서

“에이, 거 송장도 없는 무덤에다 무슨 짓을 해 ?”

하고 마구 소리를 쳤다.

 

일하던 사람들이 들어보니 기가 막혔다.

“네 이놈, 그게 무슨 방정맞은 소리냐?

이 무덤 속에 송장이 있으면 어떡할 테냐?”

“아, 그럼 내 목을 베시오.

 

그렇지만 내 말이 맞으면 돈 백냥을 내놓으시오.”

일꾼들이 달려들어 무덤을 파헤쳐 보니,

참 귀신이 곡할 노릇으로

과연 방금 묻은 관이 사라지고 없었다.

“내가 그걸 찾아 주려고 온 사람이오.

염려 말고 북쪽으로 아홉 자 아홉 치

떨어진 곳을 파보시오.”

 

그 곳을 파 보니,아닌게 아니라

거기에 관이 턱 묻혀 있었다.

 

“여기가 명당은 천하 명당인데

도둑혈이라서 그렇소.

지금 묻혀 있는 곳에

무덤을 쓰면 복 받을 거요.”

 

이렇게 해서 무사히 장사를 지내고 나니,

상주들이 고맙다고

절을 열두 번도 더 했다.

 

“ 명당 자리를 보아 주셨으니

우리 재산을 다 달란대도 내놓겠습니다.”

 

“아, 그런 건 필요 없으니 돈 백 냥만 주구려.”

그래서 또 돈 백냥을 받았다.

받아 가지고는 또 박문수를 주었다.

 

“이것도 잘 간수해 두오. 반드시 쓸데가 있을 거요.”

 

에피소드 4. 백일 정성 끝에 마련된 삼백 냥

그리고 나서 또 가는데,

거기는 산중이라서 한참을 가도

사람 사는 마을이 없었다.

그런 산중에서 갑자기 거지가 말을 꺼냈다.

“자, 이제 우리는 여기서 그만

헤어져야 되겠소.”

 

“아, 이 산중에서 헤어지면

나는 어떡하란 말이오?”

“염려 말고 이 길로 쭉 올라가시오.

가다가 보면 사람을 만나게 될 거요.”

 

그러고는 연기같이 사라졌다.

 

꼬불꼬불한 고갯길을 한참 동안 올라가니

고갯마루에 장승 하나가 떡 버티고 서 있었다.

그 앞에서 웬 처녀가

물을 한 그릇 떠다놓고 빌고 있었다.

 

“장승님 장승님, 영험하신 장승님.

우리 아버지 백일 정성도

오늘이 마지막입니다.

 

한시 바삐 제 아버지를 살려 줍시오.

비나이다 비나이다. ”

 

박문수가 무슨 일로 이렇게

비느냐고 물어보니...

처녀가 울면서 말했다.

 

“우리 아버지가

관청에서 일하는 아전이온데,

나랏돈 삼백 냥을 잃어버렸습니다.

내일까지 돈 삼백 냥을

관청에 갖다 바치지 않으면

아버지 목을 벤다는데, 돈을 구할 길이 없어

여기서 백일 정성을 드리는 중입니다.”

 

박문수는 거지가 마련해 준 돈

삼백냥이 떠올랐다.

반드시 쓸데가 있으리라 하더니

이를 두고 한 말이로구나 생각했다.

 

돈 삼백 냥을 꺼내어

처녀한테 건네 주었다.

“자, 아무 염려 말고 이것으로

아버지 목숨을 구하시오.”

 

이렇게 해서 억울한 목숨을 구하게 됐다.

그런데 그 처녀가 빌던 장승이

비록 나무로 만든 것이지마는

가만히 살펴보니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었다.

 

아까까지 같이 다니던

그 거지 얼굴을

쏙 빼다 박은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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