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잠
깊은 잠을 자다 문득 깨어난 적 있는가.
현대인은 대개 밤늦게 잠들어 아침 일찍 일어난다.
중간에 잠이 깨기라도 하면
'제대로 못 잤다.'라고 걱정하거나
'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하며 생활 습관을 되돌아본다.
하지만 전기가 없던 시절,
사람들의 수면 방식은 지금과 달랐다.
해가 지면 잠자리에 들고 4시간쯤 자다 한 번 일어났다.
그렇게 2시간 정도 깨어있다가 다시 4시간을 더 잤다.
여기에는 이름도 있었다.
'첫 번째 잠(First sleep)'과 '두 번째 잠(Second sleep)'
역사학자 로저 에커치는 수백 년에 걸친 문헌과 일기,
의학 기록을 연구한 끝에 이 두 번의 잠이
산업화 이전의 보편적인 수면 방식이었음을 밝혀냈다.
그 흔적은 과거 문학 작품에도 남아 있다.
14세기에 쓰인 영문학 고전《캔터베리 이야기》에는
'첫 번째 잠'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17세기의《돈키호테 》에도
밤중에 깨는 장면이 자연스럽게 묘사된다.
당시에는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만큼
일상적인 일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깨어있는 동안 옛 사람들은 무엇을 했을까.
그들은 촛불 아래에서 일을 하거나 책을 읽었고,
가족과 대화를 나누며 조용한 시간을 보냈다.
하루의 흐름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자신을 돌아보기도 했다.
이러한 분할 수면이 사라진 지는
불과 100여 년밖에 되지 않았다.
19세기 후반 인공조명이 보급되며
잠드는 시간이 점점 미뤄지고
두 번의 잠은 하나로 합쳐졌다.
그렇게 잠과 잠 사이의 시간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새벽 세 시에 눈이 떠졌다고 해서
수면 습관이 망가졌다고만 할 수는 없다.
이는 어쩌면 우리의 오래된 리듬이
되살아난 순간인지도 모른다.
오늘 밤 잠에서 깬다면
이유를 찾거나 자책하기보다
그 시간에 잠시 머물러 보면 어떨까
. 김지민 기자
여름철 피부 관리
아침에 눈을 뜨면 세면대 앞에 선다.
미지근한 물로만 세수하고 수건으로 톡톡 눌러 물기를 닦는다.
그다음은 보습이다.
세안 직후 얼굴이 당기는 느낌은
피부가 보내는 구조 요청이자 피부 장벽이 무너졌다는 신호다.
이를 재생시키기 위해 보습 크림을 듬뿍 바른다.
이제 자외선 차단제 차례다.
피부 1제곱센티미터당 2밀리그램,
이렇게 말하면 감이 잘 안 오지만
얼굴 전체에 손가락 두 마디 정도의 양이다.
기미와 잡티 그리고 주름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자외선이 매일 조금씩 피부에 쌓은 손상의 합산이다.
햇빛이 강한 날에는 외출할 때
챙 넓은 모자를 쓰고 양산을 편다.
이목을 끄는 차림새지만, 전혀 부끄럽지 않다.
한여름 낮의 볕은 피부 온도를 38도 넘게 끌어올린다.
그러면 피부에 열 노화가 발생한다.
또한 피부 온도가 1도 오를 때마다
피지 분비량이 10퍼센트씩 늘어나는데,
모낭 입구가 각질에 막히면
피지가 쌓여 피부 트러블이 일어난다.
따라서 피부 온도가 올라가지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약산성 세안제를 손바닥에 덜어 문지른다.
거품이 만들어지면 얼굴 위에 올리고
손바닥으로 가볍게 마사지한다.
10초면 충분하다.
그 이상은
피부 장벽을 형성하는 지질을 녹여 버린다.
그러고 나면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 기다린다.
냉장고에서 꺼낸 마스크 팩을 얼굴에 올리는 순간,
달아올랐던 피부가 식는 것이 느껴진다.
확장된 혈관이 수축하고 피부 장벽이 회복하는 시간,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팩을 얹은 채
수박 한 조각을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거창한 것은 없다.
피부는 하루하루의 성실함을 기억하고 있다.
정진호 |
서울의대 피부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