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너머의 세상과 초도로의 눈(3)....바차시낙원
쇼시우시가 소장하고 있는 지구의 초도로 사진은 많았다. 지구의 하늘과 땅에서 보이지 않는 현상과 영혼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사진첩에 잘 정리되어 빼곡한 자료로 남아 있었다.
그 중에서 특별한 사진 한 장을 추려서 보여주었다.
지구의 하늘을 새카만 구름처럼 덮고 있는 사진이었다. 마치 숫자도 셀 수 없는 까마귀 떼가 지구 상공의 높은 하늘까지 차지하고 음침한 기운을 발산하며 뒤덮고 있는 듯한 모습의 사진이었다.
검은 구름이 덮고 있는 지구는 온천지가 붉은 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 사진의 내용을 쇼시우시가 설명해 주었다.
"지구의 원혼들이 까마귀 떼처럼 하늘을 뒤덮고 있는 모습이다. 지구의 온천지가 붉은 모습으로 보이는 것은 지구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화나고 혼란스러운 기운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어서 이런 말도 들려주었다.
"지구에서는 끊임없는 재난과 혼란스러운 현상들이 나타나 하루라도 지구의 평화가 유지되는 날이 없다. 이쪽에서 터진 사고가 아물 만하면 저쪽에서 터지고, 이쪽에서 전쟁이 멈출 만하면 저쪽에서 다시 발생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끊임없는 분쟁이 발생하고 심지어는 친한 가족이나 친구나 형제 사이에서도 생각지도 못한 분란들이 일어나 화목한 분위기를 망친다. 이러한 일들이 모두 지구의 하늘을 뒤덮고 있는 원혼들의 반란 때문이다. 지구의 태평성대가 이어지고 재난을 멈추게 하려면 원혼들의 반란을 잠재워야 할 것이다."
초도로 사진은 가상공간에 불러내어 생영상 화면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가상공간에 불러온 화면은 살아 있는 모습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손으로 만지거나 실제적인 느낌을 전달 받을 수 있었다.
초도로 가상공간에 들어가 까마귀 떼 같은 원혼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살펴 보았다.
원혼들은 지구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무언가로 열심히 공격하고 있었다. 원혼들이 공격하는 무기를 보니 작고 날카롭게 생긴 보이지 않는 불화살이었다. 원혼이 공격한 불화살을 맞은 사람들은 무슨 힘의 작용인 줄도 모르고 성격이 난폭해지며 또 다름 누군가를 향해 까닭모를 화풀이를 하고 분한 마음을 참지 못해 했다.
원혼이 공격한 불화살을 맞은 사람의 넋들은 서로서로 불신을 하고 스스로 제어하지 못하는 악한 감정에 휩싸이면서 어두운 기운이 전염병처럼 가정과 이웃과 사회로 번져 갔다. 까닭모를 원망과 화풀이는 모두 원혼들이 쏘아대는 불화살을 맞은 사람의 넋들이 일으키는 전염병이었다.
자식이 부모에게 대들고 부모가 자식을 구박하고 친구와 친구끼리 배신하거나 이유없는 명분으로 이웃끼리 말다툼을 하거나 짜증을 내는 일들이 모두 원혼들이 퍼부어대는 한풀이 불화살 작용 때문이었다.
그런데 더욱 가공할 일은 원혼들이 사용하는 한풀이 불화살은 멸주가 제공하는 무기였다. 멸주는 원혼들을 이용해서 공중권세를 장악하고 그 힘으로 살아 있는 영혼들의 화목을 방해하고 있었다.
멸주가 가장 싫어하는 현상이 영혼들의 화목이었다. 살아 있는 영혼들을 서로 갈라놓기 전에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진실을 깨달은 멸주들이 억울한 한으로 꽉 찬 원혼들을 선동시키고 있었다. 결국 원혼들은 세상에서 버림받고 죽어서조차 멸주에게 이용당하는 가련한 처지일 수밖에 없었다.
불화살로 분풀이 하는 원혼들도 제 정신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고 원혼들에게 불화살을 맞아대는 사람의 넋들도 제 정신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초도로 눈으로 바라보는 보이지 않는 세상의 일이지만 딱하고 가슴 아픈 현상이 아닐 수 없었다.
멸주들이 원호들을 선동하며 사람의 넋들을 향해 저지르는 악랄함의 실제의 장면이 확연하게 초도로 영상에 잡히기도 했다. 마치 괴물처럼 생긴 멸주의 실체들이 사람들의 넋으로 다가가 싸움을 부추기는 선명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도깨비 모습을 하고 새카만 깜둥이처럼 생겼는데 하얀 이를 드러내고 거들먹거리며 무엇이 그렇게 기분 좋은지 여기저기서 까르륵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깜둥이들의 웃음소리는 음침하고 기분 나쁘게 들려왔다.
사람들의 싸움을 부추기는 깜둥이는 작고 날렵하게 생겼으나 재주는 많아 보였다. 눈은 여우처럼 길게 찢어졌고 원숭이 같은 꼬리가 달렸으며 말솜씨가 매우 유창했다.
"영혼의 세상을 진멸시키려는 멸주의 악행을 네 눈으로 직접 목격하며 살펴보아라."
쇼시우시가 초도로 영상의 깜둥이 멸주들을 가리키며 들려준 설명이었다.
이어서 이런 설명도 들려주었다.
"멸주의 괴수들이 원혼들의 공격으로 분란을 겪고 있는 사람의 넋들을 미혹하며 끝없이 그 싸움을 부추기는 모습이 가증스럽기만 하구나. 암흑의 세력이며 음부의 씨앗들다운 악행일 것이다. 사람의 넋들로 하여금 자중지란을 일으키게 하고, 사람들 스스로 영혼을 파멸시켜 진멸지경에 처하도록 교언영색을 일삼고 있는 멸주들의 교활함을 우리는 지금 초도로 천리안으로 바라보고 있다. 원혼들이 인간세상을 향해 던지게 하는 불화살의 무기를 제공하며, 그러한 힘으로 멸주들은 우주의 공중권세를 장악하고 있으니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얼마나 한심스러운 장면이겠느냐."
쇼시우시는 지구에서 찍은 또 다른 초도로 영상을 보여주었다.
원혼들의 어두운 먹구름이 지구를 덮고 있는 우주공간 저편으로 태양처럼 떠오르고 있는 밝은 빛이었다.
"장차 지구의 미래에 나타날 천지광명 큰 빛의 정체를 바라보라!"
밝은 빛의 현상에 대해 쇼시우시가 감탄하며 들려주는 말이었다. 쇼시우시는 이런 설명도 덧붙여 들려주었다.
"지구에서는 장차 천지광명의 빛을 천주라 부를 것이며 천주의 이름으로 원혼들의 한을 달래고 멸주의 세력을 멀리 쫓을 것이다."
초도로 영상사진들을 구경시켜 주고 나서 쇼시우시는 나에게 또 다른 제안을 했다.
"이제부터 차원이 다른 세상으로 공간이동 여행을 떠나자!"
쇼시우시의 제안을 듣고 질문을 했다.
"공간이동 여행은 무슨 방법으로 떠날 수 있습니까?"
"초도로머신이 공간이동 여행을 떠나게 할 것이다. 초도로머신을 타면 아무리 차원이 다른 세상의 공간이라도 자유롭게 이동하며 여행을 즐길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공간이동 여행을 떠나고 싶습니다. 공간이동여행을 하려면 준비사항이 따로 있습니까?"
"공간이동 여행의 준비는 마음의 준비로 족하다. 초도로머신에 몸만 실으면 공간이동의 여행은 바로 시작된다."
"그럼 지금 바로 공간이동 여행을 떠나게 해주십시오."
쇼시두시는 나와 샤르비네를 작은 UFO와 비슷하게 생긴 초도로머신 캡슐에 승선시켰다. 크기는 하늘자동차 춘우셔시 정도의 규모인데 생긴 모습은 UFO와 흡사했다.
초도로머신이 캡슐에 오르고 쇼시우시가 무언가를 작동시키자 금세 주변의 현상들이 이상한 파장의 모습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조금 전에 보이던 세상의 모습은 눈앞에서 사라지고 처음 보는 세상의 모습들이 눈앞에 나타나며 기분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그럼, 이제 출발이다!"
쇼시우시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초도로머신은 투명하게 움직이기 시작하며 어디론가 공간이동 여행을 시작했다.
초도로머신을 타고 새로운 공간을 향해 날아갔지만 눈에 보이는 현상들은 생소하기만 했다. 초도로머신을 타고 이동한 공간들은 현실의 세계와 파장이 다른 이차원(異次元)의 세상들이었다.
초도로머신을 타고 차원공간을 이동하면서 쇼시우시가 이렇게 설명했다.
"지금 우리가 통과하는 공간들은 현실의 공간과 파장이 다른 물질들로 이루어진 세상이다. 그래서 현실의 눈을 뜨고 바라보아도 보이지 않고 느껴지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는다. 우주는 이처럼 차원이 다른 세상들이 서로 겹쳐 있다. 겹쳐진 세상들은 서로 파장이 다른 물질의 세계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간섭하고 방해하는 현상들이 사라진다. 초도로머신은 스스로 파장을 변화시키며 파장이 다른 세상의 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한다."
또 이런 말도 들려주었다.
"이차원의 세상들은 파장이 짧은 세상도 있고 파장이 긴 세상도 있다. 현실의 세상은 긴 파장과 짧은 파장의 중간쯤 되는 세상이다. 사람의 시력은 한계가 있어 현실의 파장보다 짧아지거나 길어지면 식별이 불가하다. 식별이 불가한 현상들은 손으로 만져도 감촉이 없고 소리를 들어도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이차원의 세상들이 현실의 세상과 겹쳐 있지만 느끼지 못한다. 우주는 이처럼 다양한 차원의 세상들과 겹쳐 있지만 느끼지 못한다. 우주는 이처럼 다양한 차원의 세상들로 겹쳐 있다. 초도로머신을 타고 차원이 다른 세상의 공간으로 이동하면 새로운 모습의 현실들이 나타난다. 긴 파장의 공간에서는 생명의 변화가 다양하고 짧은 파장의 공간에서는 신비로운 빛의 현상들이 증폭된다. 이처럼 파장이 다른 초자연적인 세상을 사람들이 일괄적으로 보이지 않는 세상이라고 부른다. 우주는 보이는 세상의 힘으로 운행하지 않고 보이지 않는 세상의 힘으로 운행한다. 그래서 사람의 눈으로는 우주의 숨겨진 영성을 쉽게 발견하지 못한다. 샤르별에서 펼쳐지고 있는 무한이론의 4차원 문명세계는 이처럼 우주의 숨겨진 힘을 이용하여 초월적인 삶을 펼쳐가고 있다. 초자연세계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세상이야말로 사람의 영들이 도전할 가치가 있는 최고의 도전목표일 것이다."
쇼시우시의 설명을 듣고 내가 소감을 말했다.
"샤르별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세상의 힘을 이용해서 무한이론의 초월적문명세계를 구현하고 있지만 지구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초자연세계의 현상들을 아예 무시하기도 하고 부정하기도 합니다. 초자연세계의 현상들을 마치 사람들의 마음을 미혹하는 어리석음이라고 냉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지구의 현대문명을 선봉적으로 이끌어가는 식자층일수록 초자연현상에 대하여 배타적입니다. 엄연하게 존재하는 세상을 지구의 식자들이 부정하는 배타적심리는 무엇일까요?"
쇼시우시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지구의 식자들은 유한이론의 노예들이다. 유한이론의 노예들은 현실의 눈으로 식별이 불가한 현상은 무엇이나 부정한다. 언제나 똑같은 현상으로 보이고 언제나 똑같은 현상으로 느껴지는 것들만 신뢰한다. 그래서 유한이론의 추종자들에겐 미래가 없다. 지구에서 유한이론의 가치는 이미 한계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한이론의 한계에 부딪치면 다시 처음으로 회기하며, 그래서 지구 사람들은 역사를 되풀이하며 원시반본의 원칙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것은 마치 다람쥐가 쳇바퀴를 도는 현상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쇼시우시의 설명을 듣고 내가 반론했다.
"저는 러우님의 말씀에 온전히 동의하지는 못합니다."
"동의하지 못하는 이유를 말해 보아라."
"지구 사람들이 모두 유한이론의 추종자들이라고 결론을 내리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라고 사료됩니다. 지구 사람들은 유신론자와 무신론자로 분류되어 살 듯, 보이는 현상만 전부라고 신뢰하는 부류도 존재하고 보이지 않는 세상을 신뢰하는 부류도 존재합니다. 물론 지구에서 샤르별처럼 보이지 않는 세상의 이치를 규멸하는 무한이론의 학문이 이론화된 세상은 아닐지라도, 지구 전체를 유한이론의 추종권이라고 판단하는 건 섣부른 결론일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샤르앙의 말뜻을 충분히 이해한다. 물론 지구 사람들 전체가 유한이론의 추종자는 아닐 것이다. 다만 지구는 샤르별과 달리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 기득권 세력이 존재한다. 곧 지구는 대중의 의사로 사회구조를 만들지 않고 소수의 설계자들이 지구의 기득권자들로서 기득권들 손에 쥔 소수가 다수의 민초들을 유한이론의 함정 속에 가두고 이익을 챙긴다. 사실 다수의 민초들은 유한이론의 한계성에 강하게 부정하며 무언가의 돌파구를 향해 보이지 않는 세상을 열망한다. 다만 그러한 열망이 소수의 기득권을 능가할 수 없다는 점이 지구 사람들이 겪어야 할 불행인 것이다."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초도로머신은 생소한 풍경의 이차원 공간에 진입하여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보라! 차원이 다른 세상에 펼쳐진 저 아름다운 현상들을…. 차원이 다른 세상에도 또 다른 파장의 자연이 존재하고 문명이 존재하고 영혼을 담은 사람들이 살고 있지 않느냐? 현실의 눈으로 보이지 않을 뿐 엄연히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감상해 보아라."
차원이 다른 공간으로 이동한 후 그 세상의 아름다움에 도취된 쇼시우시가 이렇게 감탄을 쏟았다.
쇼시우시의 감탄이 아니라도 아름다운 세상이었다.
차원이 다른 세상도 현실의 공간과 마찬가지로 하늘과 땅과 산과 바다가 존재했다. 산과 들에는 식물들이 자라고 꽃과 열매도 열리며 이런저런 형태의 동물들도 살고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사는 모습은 달랐다.
그 세상의 사람들은 맨몸으로 공중을 날아다니고 물 위를 걷기도 하며 구름을 타고 이동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공중으로 날아다니며 살고 있는 그 세상의 이름을 바차시낙원이라 불렀다. 바차시란 뜻의 어원은 무중력이었다. 이름 그대로 바차시낙원은 물질의 무게가 사라진 세상이었다.
무게가 없는 세상이지만 식물들은 안전하게 땅속에 뿌리를 내리고 동물들은 지상이나 숲에서 잘 뛰어다니면서 활동하고 있었다. 바위나 돌들도 무게는 없지만 안정된 모습으로 흙속에 박혀 있기도 하고 산 위에 솟아 있기도 하며 돌멩이들은 제자리에서 제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바차시낙원을 살펴보려고 쇼시우시는 나와 샤르비네를 데리고 초도로머신에서 하선했다. 하선하기에 앞서 쇼시우시는 알약 하나씩을 먹게 했다. 몸 속에서 바차시낙원과 일치하는 파장을 만들어내는 성분의 알약이었다. 파장알약을 먹고 초도로머신에서 하선하자 우리들 몸은 구름이 된 것처럼 가벼웠다.
무중력의 세상이지만 공기는 맑고 상큼했다. 여기저기서 아름다운 꽃향기도 날아와 코끝에서 기분을 좋게 만들고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결이 옷깃을 스칠 때 부드러운 촉감이 좋았다.
맑고 깨끗한 공기가 가득 채워진 세상임에도 불구하고 중력이 발생하지 않는 이유가 불가사의하게 느껴졌다. <중력이란 공기가 누른 힘과 땅이 끌어당기는 힘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믿고 있었는데, 내가 알고 있던 상식이 바르지 않는 것인가?> 이런 생각도 가져보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튼 나중에야 바차시낙원에서 중력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우리들은 구름처럼 가벼워진 몸으로 물 위를 걸어 다니기도 하고 높은 산을 오르기도 했다. 물 위를 걸을 때는 허공을 디디고 노는 기분과 다르지 않았고 산을 오를 때는 아무리 가파르고 높은 절벽이라도 힘이 들지 않았다. 쉽게 쉽게 가벼운 몸짓으로 높은 산을 향해 올라가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
구름을 타고 공중을 날아다니는 기분은 더욱 좋았다. 구름을 타면 마음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동쪽으로 가고 싶으면 구름이 동쪽으로 이동하고 서쪽으로 가고 싶으면 구름이 서쪽으로 이동했다.
아무리 먼 거리라도 구름을 타고 이동하면 단숨에 원하는 목적지까지 도착했다.
그 세상에는 사람을 태우고 다니는 어떤 교통수단도 필요하지 않았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비행기도 물 위를 떠가는 배도 땅에서 굴러다니는 차량도 그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 세상의 사람들은 구름을 타고 원하는 목적지를 찾아다니며 자유로운 삶을 누리고 있었다.
바차시낙원에는 땅을 파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고, 공장에서 물건을 만드는 사람들을 찾아볼 수 없고, 시장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 사회 전반적인 시스템은 샤르별과 비슷한 풍광이라고 설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샤르별은 무한이론을 이용한 4차원 문명세계가 펼쳐진 세상이라면 바차시낙원은 그렇게 높은 문명세계와는 다른 현상이 작용하고 있었다.
바차시낙원의 사람들은 물질을 가지고 살지 않고 마음을 가지고 살았다. 바차시 낙원의 사람들은 물질의 재산으로 살지 않고 마음의 재산으로 살고 있었다.
마음에 있으면 다 있고 마음에 없으면 다 없는 세상이었다.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리라!>의 구호가 그 세상 사람들이 사는 모습의 진실이었다.
마음먹은 대로 이뤄지는 세상 바차시낙원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살아보고 싶은 세상의 이름이었을 것이다.
쇼시우시와 샤르비네와 나 셋은 구름을 타고 바차시낙원의 상공을 날아다니며 구경에 몰두하다가 지상에서 아름다운 성을 발견했다. 그림 같은 집들이 기화요초의 향기가 물씬한 녹음방초의 숲속에 몽환풍으로 지어져 있는 커다란 성이었다. 우리는 그 성의 이름을 몽환성이라 불렀다.
구름을 타고 몽환성에 도착하자 근심을 모르고 살아가는 성민들이 여기저기서 눈에 띄었다. 몽환성의 사람들은 아무도 우리 셋에 대해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거나 낯선 표정을 짖지 않았다.
마음의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누구를 만나든지 대화가 가능하고 의사교류를 하는데 지장이 없었다.
"성주를 뵙고 싶습니다."
지나가는 성민을 붙들고 물었더니 잠시의 주저함도 없이 우리를 데리고 성주가 머물고 있는 곳으로 안내해 주었다.
성주는 우리를 좋은 집으로 데리고 가서 좋은 자리에 앉혔다. 겸손하고 정중하게 손님을 맞이하는 성주의 표정이 매우 선량하게 다가왔다.
"아무 기약도 없는 방문 때문에 성주께 폐가 되지 않을지 걱정입니다."
쇼시우시가 성주에게 사과의 말을 전했다.
"조금도 폐 되는 바가 없으니 손님들은 안심하고 머물며 우리의 착한 대접을 받도록 하시오."
성주의 친절한 대답이었다.
"우리는 속세의 공간에서 속세의 이치대로 살아가는 속인들입니다. 속세의 의식들이 남루하나 좋은 의식으로 받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쇼시우시가 간략하게 우리들의 처지를 설명했다.
"속인들이라 하나 아름다운 영혼의 빛은 찬란합니다. 바차시낙원에서는 아름다운 영혼을 꽃처럼 별처럼 사랑합니다. 아름다운 영혼의 속인들을 귀빈으로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우리들 세상에서는 손님맞이를 낙으로 생각합니다. 돌아가실 때까지 불편함이 없도록 편히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성주의 배려로 우리들은 몽환성의 귀빈이 되어 이런저런 좋은 볼거리를 많이 구경할 수 있었다.
몽환성의 집들은 땅바닥에 고정되어 있지 않았고 공중에 떠 있는 상태였으며 기둥이 없는 건물들이었다. 아무리 높거나 넓게 지어도 집이 무너지는 일이 없었고, 바람이 불거나 다른 물체와 충돌해도 부서지는 일이 없었다.
자기부상 현상처럼 땅바닥에서 약간 떠 있는 집들은 마음의 에너지를 이용해서 이동이 가능하고 내부나 외부의 구조를 자유롭게 변경할 수도 있었다.
공중에 떠 있는 집안으로 우리들을 안내한 성주는 아름답고 멋진 물건들로 장식된 귀빈실로 데리고 들어갔다. 귀빈실에는 손님을 맞이하는 테이블이 놓여 있고 아름다운 의상을 입은 남녀의 가족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우리들이 성주의 뒤를 따라 귀빈실로 들어가니 대기하고 있던 가족들이 정중하게 맞이하며 우리 셋에게 각각 꽃다발을 안겨 주었다. 귀빈실 내부에 아름다운 향기가 진동하고 그 향기는 꽃다발의 향기인지 다른 향기인지 알 수 없었다.
우리들이 정해진 자리에 앉자 성주와 20여 명에 이르는 성주의 가족들이 모두 함께 각자의 자리에 앉았다. 테이블 의자들은 보석과 같은 물질로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고 푹신하고 편안한 느낌이 매우 만족했다.
테이블 위에는 진귀한 움식들이 놓여 있는데 음식을 집어 떠먹을 수 있는 도구는 아무것도 없었다. 오로지 음식들만 예쁘게 생긴 그릇에 장식물처럼 담겨 있고 수저나 나이프나 젓가락 같은 도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저 음식들을 손으로 집어먹어야 하나?' 이렇게 속으로 샛각하며 맛있는 음식들을 지켜보고 있을 때 성주가 식사법을 말해 주었다.
"우리들 세상에서는 식사법이 속세와 다르오. 우리들 세상에서는 손으로 음식을 집어먹지 않고 눈으로 집어먹소. 먹고 싶은 음식을 눈으로 바라보기만 하면 그 음식의 기운이 몸 속으로 들어와 몸과 영혼을 살찌우는 양식이 된다오. 그러므로 눈을 통해 맛있는 음식들의 맛을 마음껏 즐기고 몸과 영혼을 살찌우는 기운을 증폭시키도록 하시오."
성주가 시키는 대로 맛있어 보이는 음식을 향해 눈길을 돌리자 그 음식의 맛이 입안에서 저절로 느껴지며 몸 속으로 음식의 기운들이 퍼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음식을 먹고 마시는 기분처럼 좋았다. 눈길을 이쪽 음식으로 돌리면 그 음식의 맛이 입 안에서 느껴지고 저쪽 음식으로 돌리면 그 음식의 맛이 입 안에서 느껴지곤 했다. 입 안에서 느껴지는 음식 맛은 맛을 느낀 만큼의 기운이 몸 속으로 퍼져서 증폭되어 갔다.
지구의 속담에 <보기만 해도 배부르다.>는 말이 있는데 그러한 현상을 두고 하는 말 같았다. <눈요기>란 말도 비슷한 뜻이라고 생각되었다.
맛있어 보이는 음식을 향해 눈길을 줄 때마다 그릇속의 음식도 저절로 줄어들었다. 먹고 싶어 하지 않는 음식은 눈길을 주어도 음식 맛이 느껴지지도 않고 그릇 속의 음식이 줄지도 않았다. 음식의 기운이 몸 속으로 들어간 만큼만 그릇에 담긴 음식이 줄었다.
눈요기만으로 충분히 음식 맛도 즐기고 배도 불렀다.
눈요기로 그릇에 담긴 움식이 사라지면 다시 채워졌다. 음식을 새로 만드는 사람도 없고 날라다 주는 사람도 없는데 음식이 저절로 그릇에 채워지는 현상이 신기했다.
그 현상에 대해 성주가 설명해 주었다.
"우리들 세상에서는 손으로 음식을 만들지 않고 마음으로 만듭니다. 그러므로 그릇에 담겨 있는 음식들은 모두 정성으로 빚은 마음의 선물들입니다. 우리들 세상의 물질들은 무엇이나 손으로 들어서 나르지 않고 마음의 기운으로 움직여서 나릅니다. 그래서 심부름꾼이 없어도 마음의 정성으로 만들어진 음식들이 저절로 그릇에 채워집니다."
또 이런 말도 들려주었다.
"마음의 정성이 깊으면 음식 맛도 좋고 마음의 정성이 줄면 음식 맛도 줄어듭니다. 지금 이 자리의 음식들은 최고의 정성으로 빚은 마음의 선물이니 마음껏 맛있는 음식을 질기고 편히 쉬어가도록 하시오."
성주의 설명을 듣고 쇼시우시가 우리 셋을 대표하여 화답했다.
"예고도 없이 방문한 불청객들을 이렇게 따뜻한 맘으로 환대해 주시니 이 뜻깊은 마음의 선물을 어떤 감사한 맘으로 받아야 할지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속세로 돌아가면 여러분의 환대에 대해 널리 칭찬을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성주님과 성주님의 가족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쇼시우시의 화답이 끝나자 성주와 성주의 가족들은 다시 뜨거운 박수로 우리들의 방문을 환영해 주었다.
그때 샤르비네가 자리에서 일어나 환영에 보답하기 위해 춤을 추었다. 샤르비네가 춤을 추자 만찬상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악대들이 춤에 맞춰 악기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신무라고 소문난 샤르비네가 악대의 연주에 맞춰 신들린 듯 춤을 추가 성주와 성주의 가족들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춤 속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었다. 바람을 휘어 감듯 무아경지에서 고혹적인 모습으로 춤을 추는 샤르비네를 향해 성주와 성주 가족들은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몽환상태에 빠지는 것 같았다. 악대들의 악기소리도 점점 고조되어 갔다. 그때 샤르비네가 나에게 눈길을 보내왔고 내가 일어나 샤르비네가 내미는 손을 잡으며 합환무(合歡舞)를 함께 추기 시작했다.
합환무는 원래 샤르별에서 원앙춤으로도 알려져 있고 신선과 선녀가 신선놀음에서 빼놓지않고 추는 춤이기도 했다. 합환무를 출 때는 적당한 취기와 함께 추는 것이 기분을 더 황홀하게 했다.
악대들은 합환무를 처음 대하면서도 율동에 맞춰 멋진 음률을 즉석에서 만들어 내며 즉석연주로 흥을 돋우었다.
나는 춤 솜씨는 없지만 샤르비네가 이끄는 대로 보조만 맞추었다. 그래도 성주와 성주의 가족들은 우리들의 춤이 끝났을 때 우레와 같은 박수를 쳐 주었다.
이윽고 성주의 가족들도 차례로 일어나서 여러가지 각자의 재주를 선보였다. 춤을 추는 가족도 있고, 노래를 부르는 가족도 있고, 악기를 연주하는 가족도 있었다. 모두들 춤추는 솜씨, 노래하는 솜씨, 연주하는 솜씨들이 최고의 수준급에 달했다.
우리 셋과 성주의 가족들이 함께 춤을 추기도 하고 합창을 하기도 했다. 그럴수록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깊어만 가고 만찬은 오랬동안 지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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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새신 작성시간 15.01.06 갈수록 미궁에 빠져 드는 이차원의 세계가 바차시 낙원인것 같다. 물론 지구에도 우리가 보는 현실세계가 아닌 이차원 공간이 분명 있을 것이다. 단지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알지 못할 뿐, 유한이론의 현실세계가 아닌 무한이론의 공간에서도 분명 사람들은 살고 있었고 우리와 다른 문화를 이루고 있다는 이야기들이다.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다른 파장들 속의 세계들이 우주에는 끝없이 펼쳐져 있으며
유한이론은 늘 끝이 있고 그래서 지구의 역사는 지금껏 반복된 역사를 되풀이하고 있다니 이제 이런 사실들은 우리 지구인들의 힘으로 유한이론의 틀을 벗어나야 할 때를 말하는 듯하다. -
작성자새신 작성시간 15.01.06 그렇게 함으로서 우리도 무한이론의 시대를 맞이하여 새로운 신천지를 살수 있게 될거라 생각합니다.
우리의 연원이신 삼신과 천모께서는 이 땅을 찾아와 뜻을 같이 할 고운 영들을 찾아 이런 일들을 이루려고 하십니다.
있을 수 없는 일들이라 생각지들 마시고 모두 이런 세상에 눈을 한 번 떠 보심은 어떨까요!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신천지를 위하여 상상의 나래를 펴고 우리의 꿈을 현실로 한번 펼쳐 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