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 티 나면 안 된다”
카드사·PG사 심사기준에 업계 불만
최근 PG(Payment Gateway)사를 변경하려던 한 다단계판매업체는 계약 과정에서 황당한 요구를 받았다. 다단계판매업체라는 걸 모르도록 보상플랜, 공제조합 링크, 오토십 등을 뺀 별도의 쇼핑몰 홈페이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PG사 요청을 받았다는 것이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과거에는 카드사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꽃배달 업체처럼 보이는 홈페이지를 만드는 경우도 있었다”며 “지금은 그런 방식이 많이 줄어든 줄 알았는데, 다단계 느낌이 나지 않도록 별도 심사용 쇼핑몰을 만드는 사례가 여전하다”고 토로했다.
깐깐한 법 지켰지만 인식은 그대로
다단계판매업체가 온라인 카드결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PG사와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PG사는 카드결제를 중개하는 역할을 하지만, 실제 승인 체계는 카드사와 연결돼 있다. 이 때문에 PG사 계약 과정에서도 카드사 심사가 뒤따르고, 카드사의 업종별 리스크 판단이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합법적으로 등록된 다단계판매업체를 카드사들이 여전히 ‘위험 업종’으로 취급하는 사례가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카드사가 불법 피라미드 조직과 방문판매법에 따라 등록된 합법 다단계판매업체를 충분히 구분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한 업체 관계자는 “이런 문제는 1차 PG사에서 주로 발생하고, 규모가 작은 업체나 이제 막 시작하는 신규업체 상당수는 2차 PG사를 통해 계약을 진행한다”며 “신규 업체의 경우 매출도 낮고 신용도가 부족해 1차 PG사와 직접 계약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참고로 1차 PG사는 카드사와 직접 계약해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로, 심사가 상대적으로 까다롭지만 수수료가 낮은 편이다. 반면 2차 PG사는 1차 PG사 인프라를 활용하는 결제대행사로, 심사는 비교적 수월하지만 수수료는 더 높은 편이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카드사 심사 과정에서 보상플랜에 따라 수당을 지급한다는 이유로 심사가 어렵다는 회신을 받은 적이 있었다”며 “한 번 심사에서 거절되면 사실상 방법이 없어서 애초에 심사과정이 덜 까다로운 2차 PG사를 통해 계약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부 1차 PG사는 카드번호와 유효기간 정도만으로 결제가 가능하지만, 2차 PG사는 생년월일, 카드 비밀번호 앞 두 자리 등을 추가로 요구해 소비자들이 불편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결국 규모가 큰 다단계판매업체 위주로 계약을 맺는 1차 PG사와 다단계판매업체를 카드 등록 제한 업종으로 분류하는 카드사의 정책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인 셈이다.
방문판매법에 따르면 다단계판매업체는 일정 등록 요건을 갖춰야 하며 직접판매공제조합,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 등 소비자피해보상보험 계약을 체결해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다. 그럼에도 카드결제 심사 과정에서는 여전히 과거 업계의 부정적 이미지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금융위원회, 여신금융협회, 카드사, PG사 등이 현실을 반영한 심사기준을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단계 숨기기, 아직도 현재진행형
업계에서는 이 같은 관행이 과거부터 이어져 온 해묵은 문제라고 보고 있다. 전부터 여러 업체들이 PG사 계약을 위해 꽃배달 업체나 일반 쇼핑몰처럼 보이는 별도 홈페이지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현재는 꽃배달처럼 노골적인 위장 방식은 줄었지만 심사용 온라인 홈페이지를 별도로 구성하는 관행은 일부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체 관계자는 “PG사를 한 번 계약하면 오래 쓰는 경우가 많아 이런 문제를 직접 겪는 담당자가 많지 않다”며 “대부분 재무나 전산 부서 일부만 알고 넘어가는 문제라 업계 전체 이슈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한 업체는 PG사와 계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계약서상 제한 업종 문구를 문제 삼았고, 해당 PG사 측이 기존 ‘다단계’ 표현을 ‘불법 다단계’로 수정했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합법적으로 등록하고 공제조합과 소비자피해보상 계약까지 맺은 업체인데 단순히 다단계라는 이유만으로 등록 불가 업종에 포함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문제를 제기했다”며 “최소한 ‘불법’이라는 단어를 넣어 합법 업체와 구분해 달라고 요청했고, 최종적으로 계약서 문구가 수정됐다”고 설명했다.
“심사기준 개선 필요” 금감원 민원 제기
물론 카드사와 PG사 입장에서는 소비자 피해 가능성, 반품률, 민원 발생 가능성, 정기결제 리스크 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러한 리스크 관리가 업종 전체에 대한 일괄 제한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보고 있다. 합법 업체와 불법 업체를 구분하는 객관적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고, 방문판매법 통제를 받으며 공제조합과 소비자피해보상 계약을 체결한 합법 다단계판매업체가 카드사로부터 카드 등록 제한 업종으로 취급받고 있는 실태를 점검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관계자는 “실태 파악에 시간이 걸린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답변이 미흡할 경우 추가 민원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세청은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하는 사업자는 신고 대상이라고 하지만, 합법 다단계업체가 카드사 심사 과정에서 배제되는 현실은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고 있다”며 “금융당국과 세무당국이 서로 다른 기준으로 따로 움직이고 있는 것 아닌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출처 : https://www.mknews.kr/?mid=view&no=44440&cate=A&page_size=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