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염쟁이 유씨>는 죽음을 통해서 삶을 바라보고자 하는 연극이다 -
산사람도 우습게 여기는 사람들이 차고 넘치는 세상에서 죽은 사람에게도 정성을 다 하는 염쟁이는 얼마나 고귀한가. 그러한 염쟁이의 입을 빌어 피할 수 없는 고민 한가지를 같이 풀어보고자 하는 것이 이 작품의 본질적인 의도이다.
고민의 출발점은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이다. 잘 살고자 함은 누구에게나 삶이 소중하기 때문이며, 삶이 소중한 이유는 그것이 유한성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해진 삶의 길이는 죽음에서 비롯된다.
가난 앞에서 재물이 절박하고, 질병에 직면했을 때 건강에 집착하는 것처럼 사람은 죽음을 떠올릴 때 삶이 절실해진다. 그래서 삶과 죽음은 서로의 뒷면이자 마주 서있는 거울이기도 하다.
<염쟁이 유씨>는 죽음을 통해서 삶을 바라보고자 하는 연극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는 유씨라는 염쟁이의 경험 속에서, 애초에 던졌던 질문인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의 해답을 찾고자 한다.
죽음이 생명을 마감할 수는 있어도, 살면서 만들어 놓은 관계를 소멸시킬 수는 없다는 사실을 되새길 때, 우리는 스스로의 삶에 더 강한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또한, 죽음이 자신에게도 언젠가는 닥칠 것임을 긍정적으로 인정한다면, 우리는 삶을 보다 적극적으로 대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제한된 삶을 함께 살아가는 이웃들에게 훨씬 애정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 작품특징
◇ <염쟁이 유씨>는 연극계가 주목한다.
모아 엔터테인먼트와 국립극장과 공동주최하는 ‘시선집중’ 시리즈는 제1회 연출가전. 제2회 작가전을 통해 연극계의 유망 인재들을 발굴하는데 앞장서왔고 이번 제3회 ‘시선 집중’은 무대예술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배우전”을 개최한다. 제3회 시선 집중’ “배우전”에 <염쟁이 유씨>의 유순웅이 개막작으로 선정 될 만큼 연극계에 배우로서 주목을 받고 있고, 또한 김명곤 전 국립극장장도 후배 연극인을 아끼는 마음으로 <염쟁이 유씨> 연습지도를 흔쾌히 수락하여 작품의 질을 높이는데 앞장서 <염쟁이 유씨>의 후 폭풍이 주목된다.
◇ <염쟁이 유씨>는 15명이 등장하는 1인극이다.
이 연극에는 등장인물이 참으로 많다. 염쟁이 유씨, 조직폭력단의 우두머리와 그의 부하들, 장례 전문 업체의 대표이사인 장사치, 유씨의 아버지와 아들, 기자, 어떤 부자와 그의 큰 아들, 작은 아들, 며느리, 막내딸, 기자 등등 15명을 헤아린다. 이렇게 각각의 독특한 개성과 느낌을 가지고 등장하는 사람들을 배우 한사람이 표현한다.
◇ <염쟁이 유씨>는 유쾌한 삶을 위한 ‘죽음의 난장’이다.
자칫 무겁게 느껴질 죽음이 <염쟁이 유씨>에서는 누구나 맞이하게 되는 삶의 당연한 과정으로 다루어진다. 갖가지 형태의 죽음이 재기발랄한 대사로 파노라마 형식으로 펼쳐짐으로써 한바탕 웃고 나면, 삶이 더욱 즐거워지는 경험을 하게 한다.
◇ <염쟁이 유씨>는 관객과 함께 만들어진다.
연극을 보는 동안 관객들은 구경꾼으로서만이 아니라, 문상객으로 혹은 망자의 친지로 자연스럽게 극에 동참하게 된다. 낯선 이웃의 죽음 앞에서도 고인의 명복을 빌던 우리네 삶의 미덕처럼, 망자를 위해 곡을 하고, 상주를 위해 상가집을 떠들썩하게 하던 모습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 <염쟁이 유씨>는 어느 곳에서도 배울 수 없는 것을 알려준다.
누구나 한번은 가족의 죽음을 치루게 되는데, 학교나 학원에서 이 과정을 교육시키는 곳이 없다. 그로 인해 그 절차의 무지로 인한 당혹스러움이 가족을 잃은 슬픔보다 더 크게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 <염쟁이 유씨>는 전통적인 장례의식의 절차를 연극적으로 보여주면서 각 과정의 의미, 상주와 문상객의 역할을 재미있고 쉽게 보여준다.
■ 작품내용
유씨는 조상대대로 염을 업으로 살아온 집안에서 태어난 염쟁이다.
평생을 염을 하며 여러 양태의 죽음을 접하다 보니, 그로인해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 또한 남다른 유씨.
그러던 그가 어느 날 일생의 마지막 염을 하기로 결심하고, 몇 해 전 자신을 취재하러 왔던 기자에게 연락을 한다.
유씨는 기자에게 수시로부터, 반함, 소렴, 대렴, 입관에 이르는 염의 절차와 의미를 설명하며 염의 전 과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겪어왔던 사연을 이야기 해준다.
조폭 귀신과 놀던 일, 오로지 장삿속으로만 시신을 대하는 장의대행업자와의 관계, 자신이 염쟁이가 되었던 과정, 일가족의 죽음을 접하면서 산모를 염할 때의 곤욕감, 아버지의 유산을 둘러싸고 부친의 시신을 모독하던 자식들의 한심한 작태, 그리고 자신의 아들 이야기.
마지막 염을 마친 유씨는 사람들에게 말한다.“죽는 거 무서워들 말아. 잘 사는 게 더 어렵고 힘들어.” 라고...
■ 배우 프로필
배우 유순웅은 올해로 마흔 넷이다. 스무 살이 되던 해부터 연극을 시작했으니, 그가 살아 온 생의 반을 온전히 연극에 바친 셈이다. 20여 년간 그가 배우로 출연한 작품도 있고, 연출을 한 작품도 있으며, 무대극도 있고, 마당극도 있다. 소극장 공연을 비롯하여 대규모 작품도 있고, 야외굿판도 여러 개다. 한마디로 요약하여, 연극이 가능한 곳이라면 어디서든, 배우와 연출 역시 가리지 않고, 자신의 호흡을 뱉어내는 전천후 연극쟁이인 것이다.
그 과정에서 충북연극제 연기상을 수상하기도 하였으며, 2002년에는 민족광대상을 움켜쥐기도 하였으니, 지역뿐 아니라 전국에서도 그 능력을 충분히 인정받은 것이다.
그런 그가 이제 사람들을 모아 놓고 혼자서 1인극을 하려고 한다. 이제껏 쌓아온 것들을 촘촘히 모아서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 놓고,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하고자하는 중간점검의 자리인 것이다. 그런 자리에 한 시간 동안 오로지 자신에게만 관객의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어려운 1인극을 택한 점에서, 배우 유순웅의 겸허함과 자신감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극단 놀이패 열림터 대표역임 / 전문예술단체 ‘예술공장 두레’ 대표역임 / 충북문화운동연합 사무국장 역임 /
충북민예총 조직국장, 예술사업위원장 역임/ 현 예술공장 두레 상임연출, 전국민족극운동협회 이사, 충북민예총 감사 /
충북연극제 연기상 수상 / 민족광대상 수상(민극협) / 2004 올해의 예술가상 수상
2005년 전통연희개발 대본공모 최우수작 선정 - ‘강’
출연작 <작업장 타령>, <막걸리 총각>, <청남대 공화국>, <사랑으로 매긴 성적표>, <빈 주머니 힘찬 주먹>, <월급도둑>, <대돈무문>, <북실 진달래>, <아리랑>, <장사의 꿈>, <비언소>, <제 3의 미수>, <‘달래강 연가>, <거룩한 직업>, <날 보러 와요>, <아해별곡>, <기동 타격대>, <여자 女子 여자>, <두꺼비집에는 여우가 살고 있었다>, <공해강산 좋을씨고>, <진달래의 노래>, <귀향>, <벽초 그 아름다운 삶>, <녹수청산>, <다시 소년이 되고 싶소>, <노근리의 비가>, <농자천하지대봉>, <청원군 현감행차 재현굿>, <송이놀이>, <망배열차>, <집>, <노근리의 비가2>, <팔도에 고하노라>, <손병희> 등
■ staff 프로필
마당극단 좋다 대표역임 / 마당극단 좋다 단원
1992년 샛별광대상 수상/1999년 진주탈춤한마당 마당극 공모 최우수작품상 수상
출연작
<호미풀이> <아춤마 만세> <인물> <우리동네 갑오년> <딸풀이> <두지리 칠석놀이> <인간 윤봉길>
<인삼연분> <형설지공> <집> <북어가 끓이는 해장국> <누가> <저놀부 두손에 떡들고> <별유천지비인간> <귀신은 뭐하나> 등
극작
<아줌마 만세 97> <인삼연분> <형설지공> <소문야방성대곡> <염쟁이 유씨> <유리상자 탈출기> <집>
<북어가 끓이는 해장국> <환경유람단> <의병장 윤봉길> <별유천지비인간>
■ 공연평
1시간 20분정도의 공연인데도 극의 흐름을 잡아가는 탄탄한 구성과 배우의 관록 있는 연기는 앞으로 이 연극이 회를 거듭할수록 어떤 지점에 접안할 것인지 기대하게한다. 이런 생명력이 긴 연극을 볼 수 있어서 참으로 즐거웠다.
- 정 다미(평론가)
무대에선 유순웅은 대단한 ‘배우’다. 신들린 듯한, 그의 연기는 한마디로 무대를 가지고 논다. 그가 표현하는 대로 난 웃기도하고 뭉클해 하기도 한다. 그가 내뱉는 대사한마디, 숨소리 하나, 그리고 땀방울 하나까지 그가 연기해온 20년 내공이 묻어나온다.
- 이 광희(한우리 신문 기자)
한 마디로 경쾌하고 맛깔스런 연극이다.
연극이 주는 메시지 때문에 그 중량이 무거웠음에도, 관객은 시종일관 웃을 수밖에 없다. 이것이 ‘염쟁이 유씨’의 매력이다. 한참을 정신없이 웃었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서늘한 감동이, 너무나 경쾌하고 뿌듯한 감동이 내 가슴에 있었다. 나는 염쟁이 유씨가 앞으로도 ‘염’을 하길 바란다. 그의 말처럼 온 맘을 다하여 타인의 마지막 저승길을 진정으로 도와주길 바란다.
- 송 복순(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