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의 스테디셀러 연극이라는 <사랑에 관한 다섯개의 소묘>.
..제목이 엄했지만 어쩌나 싶어 찾아간 소극장, '축제'
사랑에 관한 옴니버스식 이야기.
벤치를 둘러싼..일상 생활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영화 <러브 액추얼리>와 닮아있다.
그것과 다른 점이라면 한 벤치에서 모든 이야기가 펼쳐지는 상황설정과
연극의 특성상 바로 코앞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
다섯개의 이야기들 모두 나름대로 좋았지만
그 가운데 두 상황을 넘나들며 유별나게 땀을 흘리던 한 배우의 열연이 특히 짜릿했다.
벤치..라는 공공시설
누구든 쉬어갈수 있는 그 대중적 공간이 배경이다.
쉬어갈 수 있지만 영원히 지속될 순 없다.
잠시 머물다 또 어디론가 자리를 옮기게 되는 곳이다.
그러나 그 '잠시'가 평생 남아 특별함을 부여하곤 한다.
장르의 특성상 하나의 벤치로 이야기를 풀어나갔지만
이 세상의 수많은 벤치와 그 벤치에 담긴 사연들이 있을 터이다.
당신만의 사연이 담긴 벤치는 어디에 있는가?
나의 그것은 혼자일 땐 브라이언 파크의 것이었다가
나중에 한때나마 둘이 되어 다른 곳으로 옮기었다.
워싱턴 스퀘어 파크의 나무 그늘 깊게 지던
..바로 그 벤치.
한국엔 그런 사연을 담기에 적합한 벤치가 많지 않다.
벤치가 많이 설치되는 공간인 공원도 그렇고.
그래서 수다를 떨려고 해도 사연을 담아내려 해도
돈을 내고 어디엔가 들어가 앉아야 한다.
차를 마시고 하는 행위를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아하지만
그건 왠지 그곳에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어떤 사연을
돈주고 사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참 아쉽고
또 그 벤치가 그립다.
[출처] 사랑에 관한 다섯개의 소묘|작성자 musichol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