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늙은 부부 이야기
자리가 너무 비좁아서 옆사람과의 거리가 없는 것이 처음에는 굉장히 싫었다. 하지만 10분, 20분이 지나자 거기에 적응이 되었고 나름 괜찮았던 것 같다. 연극은 내가 예상했던 것과 딱 맞아 떨어지는 연극이었다.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만으로도 충분히 모든 것을 덮을 수 있는 연극이었던 것 같다.
나는 원래 연극 배우 특유의 오버액션 연기를 좋아하지 않는데, 이순재씨가 티비에 주로 출연하시는 배우여서 그런지 다른 연극배우들에 비해 담담하게 연기하시는 것이 좋았다.
사계절에 맞춰서 '봄-만남, 여름-열정적인 사랑, 가을-고통의 시작, 겨울-고통' 으로 연결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개인적인 바람에서는 두 연인이 어떻게 사랑을 느끼고 어떤 식으로 발전했는지가 더 나왔으면 했다.
연극에서도 언급이 되었었는데 '죽어도 좋아'라는 영화를 2~3년전에 본 적이 있었다. 우선 그 영화를 보고 굉장히 충격을 받았었고 정말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그렇게 살아갈까? 하고 의아해했었다. 이 연극을 보자 어느정도 수긍이 갔다. 나는 한 사람은 하나의 소우주라고 생각한다. 그 소우주끼리의 만남은 아무리 그 소우주가 오래된 우주라고 해도 그 부딫힘에는 분명 흔적이 있을 것이다. 그 흔적 중에 하나는 사랑일테니 저런 닭살스러운 행동을 하는 것도 이해가 됐고 너무 아름다워 보였다.
둘이 같이 사랑하며 살아가는 기간이 좀더 길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너무 많았다. 일년도 채우지 못하고 헤어져야 하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 그래도 2~3년 정도 사셨더라면..
암튼, 연극은 거의 보지 않는데 오랜만에 보게 되어서 좋았고 마음도 맑아진 것 같아 좋았다.
2. 사랑에 관한 5가지 소묘
왠지 우루루 몰려가서 연극보고 싶지가 않았다. 그런데 또 혼자서 연극은 보고 싶지 않았다. 또 그런데 돈은 없었다. 마침 화요일에 친구에게서 만나자는 연락이 와서 2만원을 쓰기로 하고 대학로로 향했다. 저번 축제극장보다는 넓었지만 여전히 좁기는 마찬가지.. 하지만 이런 것이 이런 연극의 묘미이겠지? 첫번째 연극은 시작부터가 재미있었다. 하얀 투피스를 입은 배우의 연기가 너무 리얼했다. 실제로 노처녀들이 짓는 표정같아 공감이 많이갔다. 아웅다웅 친구끼리 정말 못 할 소리 할 소리 다 해가면서 도 정감있게 지내는 것이 너무 보기 좋았다. 첫번째 연극을 보면서 나도 내 초등학교 친구들이 떠올랐다. 수능끝나고서는 매일같이 모여서 놀았었는데 지금은 다 다른 곳에서 다른 일을하며 지내다보니 가장 정감가는 친구들하고 연락이 뜸하게 됐다. 친구끼리의 우정, 이것도 사랑의 한 종류라고 할 수 있지... 이것이야말로 영원히 이어가고 싶은 사랑. 갑자기 친구들이 너무 보고싶어진다. 눈도 내리고 날씨도 쌀쌀해지니까.. 두번째 두가지로 공간이 나뉜듯한 결혼원정기 떠나기 전의 시골총각과 실연당한 여인의 연극. 마지막에는 그 두 사람이 잘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사람은 사랑을 기다리며 설레여 하는 모습이 약간 촌스럽기도 했지만 너무 순수해보였고 다른 한 사람은 사랑을 떠나보내고 정리하려고 하는 모습이 딱해보이기도 했지만 우수꽝스럽기도 했다. 사랑에 목숨을 건다... 참 많이 쓰는 말들이지만 그 여자의 경우처럼 쉽지가 않은 일이겠지? 세상에 좋은 사람들은 얼마든지 많으니까.. 그 뒷이야기는 알 수 없지만 겉으로 봐서는 전혀 어울릴것 같지 않은 그 두사람이 잘 됐는지 어땠는지 너무 궁금했다. 세번째 이야기는 부부이야기로 나는 정말 식을대로 식은 두 사람의 사랑을 그릴 줄 알았는데 의외로 너무 금슬이 좋은 부부라서 의외였다. 내가 전남 사람이라 그런지 약간 어색하긴 했지만 사투리를 오랫만에 들어서 그런지 너무 친숙해서 좋았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배기라는 말이 따~악 들어맞는 이야기였다.
네번째 이야기는 아픈 남편과 그 남편을 보살피는 아내의 이야기였다. 사실 좀.. 지루했다..그러나 남편역을 맡은 배우의 눈물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남자가 울기가 쉽지 않을텐데.. 매 연극마다 그렇게 감정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픈 남편 옆에 끝까지 있는 여자의 모습이 오히려 더 힘들어보였다. 실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아픈데 내가 무얼 해 줄수가 없다면 그렇게 맥이 빠지겠지.. 암튼.. 만약에 남편이 죽는다면 그 남은 시간을 그렇게 축 처져 지낼게 아니라 좋고 행복한 추억을 만들면서 살아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섯번째 이야기는 전에 본 늙은 부부이야기가 생각나게 하는 연극이었다. 두 사람이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라는 것이 좀 달랐는데, 어렸을때부터 좋아하던 사이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할머니가 좋아서 안달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젊은 사람들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었다. 할머니는 너무 행복하시겠다. 만약 두분이 잘 되신다면 끝까지, 죽을 때까지 사랑을 가슴에 안고 가게 되는 거니깐.
세상에 존재하는 노래 가사의 90%가 사랑이고 많은 예술 작품의 주제가 사랑인 것은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마다 하고 있는 사랑의 색깔이 어떻게 다른지 살펴 볼 수 있어서 좋았고 배우들의 섬세하고 재미있는 연기도 좋았다. |
나는 여기에 등장하는 어떤 사람이 하고 있는 사랑과 비슷한 사랑을 앞으로 하게될지 너무
궁금하다. 되도록이면 매우 아름다웠으면 좋겠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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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Joobal 작성시간 05.12.11 문민영님^^ 예쁜사랑하세요! 그리고 아름다운 추억이 가득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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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수리미 작성시간 05.12.12 그래 되도록이면 아름다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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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문민영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05.12.13 제목이 늙을부부 사랑이야기로 입력했었더군요.. 정신머리하곤..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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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경미bebe 작성시간 05.12.13 ㅎㅎㅎ좋은 감상평 감사드려요~^^올 겨울 따뜻하게 꼭 이쁜 사랑하시길 바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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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전소바리 작성시간 05.12.14 꼭 이쁜 사랑 하실거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