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외의 비쥬얼적인 공연이란 것이, 물론 배우들의 라이브를 생각한다면 절대 비싼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경제적 부담으로 찾기 힘든 것이 사실이었다.
같은 가격이면 뮤지컬이나 음악회를 가곤해서 연극을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 기회에 본 늙은 부부의 이야기는 "연극이 이런 것이었구나" "별 다른 음악과 무대장치도 없고 화려하고 웅장하진 않지만 딱 두사람만으로도 웃음과 눈물과 감동을 이렇게 찐하게 전해줄 수 있는 것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늙은 부부의 이야기는 배우자를 잃고 자식을 힘들게 기르고 독립시킨 후 혼자 남은 외로운 노인 둘의 가슴 저린 사랑 이야기였다. 노인의 사랑이라니.. 심드렁하게 쳐다봤던 연극은 1시간 20분이 언제 흘러갔는지 모를만큼 해학적이었고 마지막엔 눈물이 쭈르르 흘러버렸다.
사랑이란 건 단지 젊은이들의 파릇한 시절의 전유물도 아니였고 꼭 불타는 무엇이여야 되는 것도 아니였다. 연극을 보고 느낀건데 젊은 사람이나 늙은 사람이나 죽음을 바로 앞에 둔 사람이나 사람은 누구나 사람을 그리워 하고 있었다.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고 챙겨주고 싶고 함께 기뻐하고 싶은 마음이란게 본능적으로 저 아래 잠재되어 있을 뿐이였다.
연극에서 자식까지 출가시킨 후 외로워했을 노인의 마음과 뒤늦게 시작된 또 다른 사랑이 그들에게 얼마나 큰 위안이 됐으며 또 하나의 사랑이 떠남으로서 느껴지는 상실감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특히나 마지막에 이순재씨의 홀로남은 움츠린 어깨에서 그 쓸쓸함이 그대로 전해졌다. 반면에 연극의 대부분의 장면의 욕쟁이 할머니와 제비같은 동두천 신사의 대화는 외워놓고 싶은 대화가 있을만큼 해학적이었다.
배우들의 맛깔스런 대화가 너무 웃겨서 보는 내내 즐거웠지만 나에게 연극의 마지막은 뭉클함 그 자체였다. 집에 가는 내내 남아있던 그 뭉클함은 사랑이란 단어에 가졌던 나의 편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