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극장이 저번에 연극을 본 극장보다 조금 더 커서 맘에 들었다. 한 가운데에 침대가 있고 화장실이 하나 딸린 자그마한 여관방이 이 연극의 무대였다. 연극의 제목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듯이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다섯 커플의 각기 다른 방식의 사랑이야기가 차례로 이어졌다.
첫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오랜 시간을 함께 해온 정말 허물없는 두 친구였다. 친구의 결혼식에 갔다가 우연히 여관방에 함께 묵게 된 두 사람. 정말 사소한 일부터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쉴 새 없이 싸우는 두 사람이었다. 티격태격 귀엽게 싸우다가 금방 풀어졌다가 또 싸우고... 이러는 가운데에 두 사람 사이에는 결국 사랑의 감정이 생기게 된다. 능청스럽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의 두 배우의 자연스러운연기때문에 개인적으로 이 첫번째 에피소드를 가장 많이 웃으면서 보았다. 가장 아기자기하게 표현된 사랑이어서 무엇보다도 가슴에 남았다.
두번째는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두 남녀의 이야기였다. 한 방에는 애인에게 버림받아 자살을 결심하고 방에 들어온 여자, 다른 방에는 베트남 처녀와 결혼을 앞둔 농촌 총각. 한 공간 안에서 사랑의 시작과 끝, 그 설렘과 아픔을 한꺼번에 보여주는 특이한 구조였다. 마지막에 두 사람이 서로를 보고 놀라는 장면으로 끝났는데 그것이 이 커플의 새로운 사랑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지...
세번째 커플은 뱃사람과 그의 아내의 이야기였다. 뱃사람은 동료를 때려서 코 뼈를 부러뜨려 보상을 해줘야 하는 상태였고 그의 아내는 이것 때문에 속상해한다. 자신의 배를 가지는 것이 소원인 늘 사고만 치고 다니는 남편과 그런 남편이 밉기도 하지만 그가 사다 준 삼천원짜리 싸구려 스카프 하나에 금방 감동하는 아내. 물질적으로 넉넉해 보이지는 않지만 꾸밈없고 소박한 모습이 아름다운 부부의 사랑이야기였다.
네번째는 시한부 인생을 사는 남편과 그의 아내의 이야기이다. 남편은 자신이 죽어간다는 사실에 고통스러워하고 자신의 친구와 아내를 의심하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그리고 아내는 이런 남편의 태도를 시종일관 무표정하고 차가운 얼굴로 대한다. 하지만 남편의 진심은 사랑하는 아내를 혼자 두고 떠나는 것이 싫어 현실을 인정하기 싫은 것이었고, 아내 또한 진심으로 남편을 걱정하고 사랑하고 있음이 마지막에 드러난다.
마지막은 노년 커플의 이야기였다. 짝사랑하는 할머니에게 귀여운 방법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며 프로포즈하는 할아버지. 그리고 그런 프로포즈를 겉으로는 남사스럽다고 말하지만 결국 모른 척 받아주는 할머니. 전에 보았던 '늙은 부부 이야기'만큼이나 아름답고 가슴 따뜻해지는 사랑이야기였다.
한 편의 연극을 보고서 마치 다섯 편의 연극을 관람한 것과 같은 느낌이 드는 다채로운 연극이었다. 일인 이역까지 하며 배역에 몰입하는 배우들의 모습, 그것만으로도 정말 감동 그 이상이었다. 사랑은 누가 하든지, 그 방식이 어떤 것이든지 그 마음이 진실되기만 하면 통하기 마련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다시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 단체 관람하는 날 가지 못해서 배우들과 사진 촬영을 하지 못한 게 제일 아쉬웠는데 다른 친구들 사진찍은거 보니까 부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