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들어갔을 때 세트가 특이했어요 가운데 침대를 사이에 두고 양쪽을 똑같이 만들어 놓았더군요..
첫 번째 이야기는 친구결혼식에 함께 간 초등학교 동창인 남자와 여자였습니다.
싸움을 잘하는 다혈질의 여자, 그녀를 말리는 남자. 옛날부터 들어온 얘기 - 싸우면서 정든다. 정말 이 둘은 티격태격 싸우며 서로에게 정이 들고 서로 좋아하게 될 것 같이 보였습니다. 어쩌면 이 둘은 서로의 관심 때문에 더 싸우게 된 게 아니었을까요. 이 연극에서 결론은 나오지 않았지만 어쩌면 그 둘은 결혼까지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서 나오신 남자분 너무 재밌으세요^^* 여관에 자기 혼자 두고 가지 말라는 여자에게 하는 대사. “날 원해? ” - 이 장면. 잊을수가 없어요!! ㅋ 또, 여자분의 여관주인과 싸우는 장면. 이 장면도 정말 .. 대단했습니다 :)
두 번째 이야기는 애인에게 버림받고 자살을 결심한 여자와 베트남 처녀와의 결혼을 꿈꾸며 서울로 올라온 시골 노총각의 이야기였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저는 사랑을 시작하기 전 설렘과 이별 후의 아픔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똑같은 사물인데도 자살을 결심한 여자에게는 죽음의 도구로, 시골 노총각에게는 베트남 처녀를 만나기전 가슴설레는 준비물로 바뀌더군요. 사랑의 시작과 끝은 이렇게 다른가 봅니다...
세 번째 이야기는 싸움을 하고 서울로 도망쳐온 뱃사람과 그의 아내 이야기였습니다.
날 원해? 란 대사를 날리셨던 남자분이 또 나오셔서 참 반가웠습니다:) 배에서 회쳐먹고 술마시고 토하고를 반복하고, 뱃속에서 싸움을 해서 코뼈를 부러뜨리고, 아이들을 위한 적금을 깨서 통통배라도 사서 자기배를 타겠다고 주장하고, 연극배우를 하겠다고 나서는 아직 철없는 남편. 이런 남편이 한심하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남편이 건네준 삼천원짜리 스카프에도 행복해하는 아내. 신혼 초기의 모습에 비하면 빛바래고 낡게 비춰질지도 모를 중년부부의 사랑.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피어나는 가족애가 있어서 더욱 아름답고 성숙한 사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네 번째 이야기는 죽음을 앞에둔 남편과 그의 아내의 이야기였습니다.
죽음을 코앞에 두고 두려움에 떨며 부인이 다른 남자와 자길 버리고 떠날까봐 전전긍긍하는 남편. 그런 남편에게 모든 것을 체념한 척 무뚝뚝한 척 일관했지만 속마음은 그를 보내고 싶어하지 않는 아내. 정말 가슴 짠한 이야기였습니다. 남자분 정말 연기를 잘하셨어요. 눈이 빨개지시면서 금새 눈물이 흐르시는데 저도 모르게 같이 눈물이 흐르더라구요.. 왠지 다른 행복한 이야기들보다 이 네 번째 이야기가 더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그런데 이 남자분 , 쿨의 김성수 닮으셨어요 +_ +
다섯 번째 이야기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이였습니다.
옛날 동네에서 같이 자라 늙어서 다시 만나신 두 분. 할머니께서 캐나다로 자식들과 함께 떠난다고 하니 극구 말리시는 할아버지의 모습. 할아버지의 할머니에 대한 순수한 사랑이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저번 연극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늙어서나 젊어서나 사랑은 언제 어느 때든지 아름다운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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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본 늙은 부부의 사랑이야기가 제게 애잔한 감동을 주었다면
사랑에 관한 다섯가지 소묘는 제게 즐거움과 유쾌함을 준 연극이었습니다.
일찍 가서 앞자리를 맡아서인지 연극에 더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
배우와 함께 호흡하며 생동감을 느낄 수 있는 연극의 참맛.
진심으로 연극이 좋아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