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처음으로 소극장에 가서 연극을 보게 되었다. 지방에 살았던지라 문화생활을 즐길 공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대학로에 가서 소극장 ‘축제’위치를 물어보고 찾아갔다. 극장 안으로 들어갔을 때 영화 보는 극장에 비해 정말 작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인지 배우들의 표정이나 소리를 더 자세히 보고 들을 수 있었다.
무대는 한옥집을 배경으로 수돗가와 마루, 대문이 아담하게 꾸며져 있었다. 그리고 극중 인물인 ‘동두천의 바람둥이’로 통하는 박동만이 대문을 열고 등장한다.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건들거리면서 할머니 이점순을 찾는다. 이 집 주인인 이점순은 30년 전에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 국밥집을 하며 딸 둘을 키웠다. 박동만 역시 20년 전에 아내와 사별하고 바람둥이로 지내다가 셋방 주인인 욕쟁이 할머니를 만난다. 박동만이 자식들에게 독립선언을 하고 이점순의 집으로 이사 오게 된다. 이사 오게 된 날부터 이점순은 박동만에게 쌀쌀하게 대하지만 살게 되면서 서로 의지하게 되면서 결혼을 하게 된다. 늙은 부부는 서로 아껴주며 제2의 삶을 사는 듯 보였다. 누구보다도 아름답고 행복한 생활을 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점순 할머니가 갑자기 불치병에 걸리게 된다. 그래서 서로 마음 아프기에 할아버지는 내색을 안하려 한다. 할머니는 생애 마지막 날에 박동만에게 엎어달라고도 하고 평소에 안하던 일들을 했다. 그리고 박동만을 위해 짜던 스웨터와 사진을 남겨둔 채 이 세상을 떠났다. 할아버지는 할머니 사진을 보고 말도 걸어보고 안아보기도 한다. 어느 날 점순의 딸인 인순이로부터 소포를 받게 된다. 이점순이 짜던 스웨터를 완성해서 편지와 함께 할아버지에게 보낸 것이었다.
이 늙은 부부이야기는 일상적이고 소소한 에피소드로 만든 연극이라서 그런지 부담 없이 볼 수 있었다. 또한 외롭게 살던 두 사람이 서로 의지하고 또는 사소한 일로 다투기도 하면서 아름다운 노년의 사랑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보기 좋았다. 그리고 할머니가 불치병에 걸려서 안타까운 이별을 하게 되어 아쉬웠지만 생애 마지막 날까지 서로 걱정을 해주면서 챙기는 것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이번에 처음으로 연극을 보러 갔는데 생각보다 훨씬 더 재밌었고 관객과 무대가 가까워서 배우의 숨소리까지도 들을 수 있는 그런 연극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이번기회를 통해서 앞으로 자주 극장을 찾아가도록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