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전 연극배우는 약간 오바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과거에 연극배우 출신 탤런트를 봤을 때도 그런 느낌을 가졌고, 나름 생각하기로는 연극은
시간적 공간적 제약이 있기 때문에, 그럴수도 있겠거니 생각했었습니다.
그래서 탤런트 이순재씨가 나오는 걸 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연극은 처음인지라, 처음에는 다분히 비평가적인 시각으로 봤습니다.
"어떤가 한 번 보자" 마치 우리 나라 사람들이 마술을 볼 때,
어디서 속임수를 쓰나 집중하는 것처럼.
음... 이순재씨의 연기는 자연스러워. 아직도 목소리에 대발이 아버지 때의 힘이 남아있구나.
역시나 연극배우 아줌마 오바하네.
하지만, 시간이 흘러갈수록 조금씩 연극 자체에 몰입하게 됐습니다.
할머니가 가슴이 아프다고 했을 때, 슬픈 마무리를 예감했습니다. 에이 이거 뻔한 스토리네.
하면서도, 눈에 눈물이 조금 고였습니다. 고개를 뒤로 젖히면, 눈물이 다시 들어갈 만큼...
드라마를 보면서도, 영화를 보면서도 조금만 슬픈 장면이 나와도 눈물을 흘리시는 어머니의
감성을 물려받아서인지 몰라도, 저도 꽤나 감성이 풍부하긴 풍부한 편입니다.
하지만, 그건 어릴적 일이고, 머리가 크고 나서는 제 자신의 감성을 그다지 느껴 본 적은
없었습니다. 극이 후반부로 진행될수록 뺨을 타고 흐르는 조명이 꺼졌을 때, 남모르게 눈물을
훔치며, 봤습니다.
할아버지가 세타를 입고 할머니 사진을 보고 이야기 하는 장면에서는 더 이상 손만으로는 눈물을
처리할 수 없었습니다. 쪽팔리게시리...
눈물을 흘려본 건 참 오랜만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 감정이 아직까지 그리 메마르지 않았다는 걸 확인해서였는지,
연극이 재미있어서였는지 기분이 꽤 괜찮았습니다.
남들 다 쌍쌍이 보는데, 혼자 앉아서 봤지만서도...
연극이라는 거 참 좋더군요. 배우와 관객의 가까운 거리도, 소극장의 오붓한 분위도...
P. S. 가까스로 눈물을 처리하고 극장안을 나오는데... 구단관계자인지 나오는 관객들의 표정을
유심히 살피는 분들이 있더군요. 무리지어서... 눈물 자국 숨기느라 많이 당황스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