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관한 다섯가지 소묘
내게는 너무나 와 닿지 않는 연극이었다. 연극이라는 것에 익숙하지 못해서일까…? 배우들의 연기가 연기로만 보였다. 너무 몰입을 하지 못해서 아쉬움이 남는다. 연극의 무대는 여관방이었다. 제목에 나타나 있듯이 연극은 서로 조금씩 다른 5가지의 사랑이야기로 채워져 나갔다.
첫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아주 오래된 이성친구의 이야기였다. 둘은 친구의 경혼식장에 갔다 친구들과의 뒷풀이를 위해 여관방에 들어갔는데 친구들이 각기 사정에 의해 오지 못하게 되면서 둘만의 이야기로 점차 옮아가게 된다. 둘은 아주 사소한 것에도 티격태격 싸움을 하다가도 금새 풀리기를 반복한다. 이러는 사이에 두 사람에게는 조금씩 사랑이 싹 터간다.
두 번째 이야기는 서로 다른 사연을 가진 두 남녀의 이야기였다. 왼쪽 무대에는 사랑의 아픔으로 자살을 하려하는 여인. 그리고 오른쪽 무대에는 만나게 될 사랑에 대한 기대로 한 껏 부풀어 있는 남자. 한 공간에서 사랑의 2가지 면을 한번에 보여주는 것이었다. 마지막에 서로를 보고 놀라는 것으로 끝나는데 이것은 여자에게는 사랑이 아름답고 셀레였음을 다시 깨닫게 하고 남자에게는 사랑이 아픈 것일 수 있음을 깨닫게 되는 것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세 번째는 어부와 그이 아내의 이야기였다. 이들 부부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남편은 사고를 치기 일수인 그런 사람으로 보였다. 아내는 남편에게 이래저래 바가지를 긁지만 부부이기에 가능한 것이었기에 그런 것도 모두 사랑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었을까 한다.
또 싸구려 스카프에도 금새 화를 풀어버리는 아내의 모습에서도 소박한 사랑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었다.
네 번째는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남편과 그의 아내의 이야기였다. 남편은 미친듯이 행동하지만 둘은 너무나 사랑하고 있는 관계임을 아내의 태도와 대사에서 알 수 있었다. 남편은 사랑하는 아내를 두고 떠나보내기가 힘들어서, 아내는 사랑하는 남편을 떠나보내기 두려워서 서로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해가며 싸우는 모습이 가슴아팠다. 5개의 이야기 중에 가장 강한 인상을 받았다.
다섯 번째 이야기는 늙은 부부의 이야기였다. 지금 연극 후기를 쓰는 시점이 ‘늙은 부부 이야기’를 보고 나서 인지 ‘늙은 부부 이야기’와 매우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할아버지의 적극적인 애정공세에 못 이기는 척 받아드리는 할머니의 모습이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할머니 할아버지도 저런 사랑을 할 수 있구나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