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부부 이야기
수업시간에 보지 못한 관계로 혼자 덩그러니 가서 본 연극. 처음으로 연극을 혼자 보았다. 그래서 인지 남들이 울어도 난 참을 수 밖에… 관객은 나이 드신 분들이 많이 계셨다. 부부들도 많이 온 것 같았다. 나도 결혼하면 자주 이런 기회를 가져야 겠구나라고 생각할 때쯤 연극이 시작되었다.
배경은 조그마한 마당이 있는 민박집 같이 보였다. 이야기는 할아버지가 할머니의 집에 하숙(?)을 하러 찾아가면서부터 시작된다. 할아버지의 의도는 할머니와의 맺어짐이었다. 할머니도 짐짓 눈치를 채신 듯 터무니 없이 집세를 높게 불렀다. 거래가 성사되고 나서 할아버지가 관객을 향해 ‘메롱’을 했는데 그 때 관객과 함께 숨쉬는 연극이라는 말이 실감났다. 잔잔하게 소박하게 사랑을 키워나가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먼저 본 ‘사랑에 관한 다섯개의 소묘’ 보다도 더 가슴에 와 닿았다. 할아버지의 익살스러운 행동과 대사, 그리고 할머니의 처음과는 달리 변화된 태도가 정말 가슴에 천천히 감동을 가져다 주었다. 특히 할아버지는 할머니에게 잘 보이려 운동을 하다 허리를 다치는데, 할머니가 허리 다쳤다고 병원에 빨리가자고 하자 할머니의 말을 할아버지가 부부만의 비밀스런 것으로 해석하려는 것에 많은 관객이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극이 후반부로 감에 따라 할머니의 병세는 악화되어갔다. 할아버지는 그것이 어쩔 수 없는 것임을 알면서도 부정하려 했고 할머니는 받아들이고 할아버지를 다독여 주는 모습이었다. 이 부분이 가장 슬픈 부분이었다. 할머니는 원망하지도 외로워하지도 말라고 했는데 이 말이 결코 현실은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사무치게 깨닫게 해주었으며 그래서 더욱 슬픔이 밀려왔다. 결국 할머니는 하늘나라로 가고 할아버지는 운전면허를 따와 할머니께 자랑을 하는데 그것도 혼자 남은 할아버지를 너무 안타깝게 보이게 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 후 홀로 남은 이의 모습이 얼마나 쓸쓸해 보이고 허전해 보이던지…
연극이 끝난 후 나오면서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었는데 어떤 남편이 아내에게 “그러니까 있을 때 잘해!!!”이런 말을 하는데 웃기면서도 왜 그렇게 마음이 푸근하던지..
정말 추운 겨울에 가슴이 따뜻해지는 연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