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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관극평

어느 늙은 부부의 이야기..

작성자Judy_K|작성시간05.12.21|조회수36 목록 댓글 1
어렸을 때는 엄마를 따라서 연극을 잘 보러다녔지만 나이가 들고서는 별로 연극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그래서 이렇게 보게 되었을 때 뭐랄까,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습니다. 그래서 내심 기대를 하며 연극 시작 전 몇 시간 전 부터 대학로에 체류를 했답니다. 일찍 도착하려고 그랬던건데 길을 잃어버려서 예상보다 조금 늦게 도착해버렸던 일이 있긴 했어도요.

 

연극을 보기 전에는 어느 늙은...이라는 수식어에 별로 재미가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오히려 같은 극장에서 하는 다른 연극을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답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다루는 사랑모습은 거의 우리 또래의 사람들의 사랑이었기 때문에 그런 거에 익숙했던 터라 더욱 그런 느낌을 받았던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저리 치우고 연극이 시작되자 바로 그 연극에 집중을 했답니다.

 

약간은 얼굴이 뜨거워질 유머들과 능청스러운 연기는 보는 사람들이 모두 와하하 하고 웃음을 터뜨릴 정도로 사람들을 몰고 갔답니다. 저도 물론 그 웃음을 터뜨리던 사람들 중에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의상의 전환과 함께(처음의 촌스러운 복장이 후에 가디건등으로 바뀐것은 자신에게 신경쓰지 않고 자식들 뒷바라지에 바빴던 어머니가 여자로서 스스로를 꾸민 것이라는 생각을 받겠했어요.)
어느 순간 조명이 조금 아련해진다 했더니 '나 얼마나 남았대요..'라는 대사가 나왔습니다. 그 때 갑자기 눈물이 투두둑 떨어졌답니다. 왠지 앞 부분에서 자꾸 가슴이 아프다는 대사가 걸렸었는데 진짜 죽는거야?! 하고 생각하면서 정말 배신감까지 들었습니다. 이렇게 통속적으로 가면 안되는데! 뭔가 다른 스토리를 바랬는데! 라고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말하면서요. 그러나 역시나 통속적인 것에서 가장 사람들을 울리는 것 처럼 역시나 저도 계속해서 눈물을 죽죽 흘리면서 연극을 보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에 할머니가 다 완성 못하고 간 스웨터를 딸이 완성해서 보내주고, 그 것을 입으며 할아버지가 즐거워하며 끝나는데, 그 부분에는 약간 호소력이 약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역시 연극이 시간이 너무 짧다 보니 압축을 해서 그렇다고 생각이 듭니다.

 

연극이 끝나고 나서는 무언가 후련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원래 영화관에도 잘 가지 않는 성격인데(DVD빌려서 집에서 혼자 보면서 혼잣말과 함께 즐기는 타입입니다) 연극은 무언가 달랐습니다. 어렸을 때는 화려한 어린이 극에 홀려서 몰랐던 느낌을 지금은 느끼게 되었습니다. 배우와 관객이 소통하고 그 소통이 맞아들어갈 때의 느낌이 너무 좋았고 가까운데서 영상이 아닌 사람이 연기하는 것을 보니 더욱 감동적이었습니다. 영화같은 화려한 세트 변화는 없지만 조명과 음향이 똑같은 세트라도 다르게 보이는 것을 보면서 무대예술이란 거에 새삼 감동했습니다. 솔직히 연극 내용보다 조명의 변화나 음향 같은 게 좀더 눈에 들어왔던 것 같습니다. 워낙 그런 쪽을 좋아하다 보니까요.

 

눈에 렌즈가 안 맞는지 인공눈물을 계속해서 눈에 들이부어 나중에는 눈물 맛이 입에서 느낄 정도였습니다. 정말, 난관이라면 난관이지요. 눈으로 즐겨야하는 데 눈이 안보인다니! 그치만 참고 본 가치가 있었습니다. 나중에는 실컷 울어서 인공눈물을 안 넣어도 되었구요.

 

관객들 중에 연세드신 분들이 꽤 있으셔서 뭐랄까 묘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내가 저분들의 나이때가 되었을때 이 극을 다시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구요. 저야 아직 연애도 한번 못한 숙맥이기에 저런 연극을 보면서 제 3자 되어서 이것 저것 평가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만약 제가 저 나이또래에 같은 경험의 소유자라면 정말 연기를 완벽히 해내는 이순재씨나 그 상대 연기자분들에게 나 자신을 몰입해버렸을 거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 아마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울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어느 늙은 부부 이야기, 정말 가슴으로 울리는 연극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희대 국어국문학과의 권수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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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경미bebe | 작성시간 05.12.22 가슴을 울리는..ㅠ.ㅜ 고마워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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