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부부 이야기
사실 저는 이 연극을 보기 전까지 과연 제가 이 연극을 보고 영화보다 비싼 이 연극의 가격에 대해 혹은 대학로라는 곳까지 가야하는 시간에 만족할수 있는가에 대해 판단할수 없었습니다. 또한 당일날 새벽에 암으로 투병하던 친구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뜨는 바람과 굉장히 슬픔에 잠겨 있었고, 또한 수면 부족으로 피곤해서 교수님께 연락을 하고 연극관람이 가능한 다른날 보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행이 연극을 볼수 있는 시간이 됬고, 친구가 제가 아니면 혼자가야 하는 입장이라서 당일날 관람을 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연극이 시작되기전에 극장에 들어가기 전에도 저는 이 연극의 효용에 대해 의심하는 마음이 남아있었습니다. 그렇게 연극이 시작되어었습니다. 유명배우 이순재 씨가 유쾌하게 등장하면서 연극에 대한 저의 얼음같은 고정관념은 조금씩 녹아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연극의 내용은 굉장히 평범합니다. 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있고, 이들이 처음엔 티격태격거리다가 결국 사랑하게 되서 같이 살게 되고, 그 와중에 할머니는 병에 걸려 죽음을 맞이하고, 남은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그리워하며 남은 여생을 살아간다는 내용입니다.
이 연극은 훌륭한 배우 두명이 만들어 내는 하나의 감동적인 드라마 였습니다. 사실 이 연극이 영화로 만들어 졌더라면 우리는 이정도의 감동을 느낄수 없었을것 같습니다. 그만큼 연극에서 나오는 그 소구력이 굉장히 강하다는 것이죠. 연극 중간중간 나오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사랑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또한 그 사랑은 굉장히 현실적입니다. 우리에게 깊숙히 다가오는 것들이죠. 이들은 고스톱을 치고, 같이 술을 마시고, 서로 밥을 지어주고, 옷을 떠주고, 같이 여행을 가기로 합니다. 사실 세계의 어느곳에서나 나올수 있는 로맨스 입니다. 하지만 이 연극은 그것을 조금더 따뜻하게 표현해 줍니다. 또한 젊은이들이 아닌 할아버지 할머니가 나온다는 점도 우리에게 조금더 다른 감동을 선사하는것 같습니다.
연극에서 할머니의 죽음은 내 친구의 죽음과 관련되어서 굉장히 슬프게 다가옵니다. 그 덕분에 연극이 중후반에 달하면서 저는 계속적으로 눈물을 흘렸죠. 그래서 저는 저만 울고 있는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들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그만큼 그들의 사랑이 모두를 감동시킬정도로 아름답고, 또한 안타까웠다는 것입니다. 할머니는 '나없이도 잘 살아야 해요'라고 말합니다. 할아버지는 삶이 얼마남지 않은 할머니에게 모든 사랑을 다 합니다. 그들의 사랑에는 절망도 슬픔도 없습니다. 오직 '사랑' 그 자체 만이 있을뿐이죠.
연극의 후반부에는 할머니가 세상을 뜨고, 할아버지가 혼자 남게되는 어찌보면 비극적인 상황이 생깁니다. 하지만 결코 절망만은 남은 것은 아닙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에게 자신의 딸 곧 가족이라는 선물을 해주었고, 할아버지는 그리워하겠지만 외롭지는 않을테니까요. 할아버지는 관객에게서 눈을 돌린채 사진을 보며 ' 정말 보고싶구려'라고 말합니다. 정말 울컥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엉엉 울었습니다.
연극은 끝났고, 제 친구는 세상을 떴고, 할머니도 세상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결코 절망만이 남은 것은 아닙니다. 누구나 그러하듯 같이 한 추억들이 있을테니까요.
사랑에 관한 다섯가지 소묘
연극을 보러 가지 전에도 기대감이 부풀어 있었다. 그리고 이번 연극도 나의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 연극은 같은 공간(양쪽이 똑같은 여관방)에서 벌어지는 다섯가지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이 다섯가지 이야기들은 서로 다르면서도 은근히 같은 것을 말해주고 있는 듯했다. 첫번째 이야기에 나오는 노처녀, 총각 초등학교 동창 친구들은 서로 굉장히 티격태격하는것 같으면서도 서로를 굉장히 신뢰하고 배려한다. 이들은 솔직하고, 거짓이 없다. 이것은 진정한 우정일수도 혹은 진정한 사랑이라고도 느낄수 있는 관계였다.
두번째 이야기는 사랑에 버림받은 여자와 사랑을 시작하려 하는 남자가 동시에 등장해서 서로를 인식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한다. 사실 이들은 서로의 물건들을 사용하고, 그것들을 느끼지만 막상 서로만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이 것은 사랑의 시작과 끝이 결코 동떨어진것이 아님을 보여주는듯했다. 그래서 어느것 하나 결코 시작만은 아님을 끝만은 아님을 보여주는 듯했다.
세번째 이야기는 한 중년 부부의 이야기였다. 이들은 겉으로는 정말 갱년기에 접어든 재미없는 관계의 부부들인 것 같았다. 하지만 이것도 첫번째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오랜 부부의 하나의 신뢰와 정을 자연스럽게 그려낸것 같았다. 서로에게 많은 문제가 있더라도 그런 문제까지 감싸가면서 사랑할수있는 것이 진정한 가족 진정한 부부가 아닐까 생각해봤다.
네번째는 정말 암울한 이야기 였다. 암에 걸려 시한부 판정을 받은 한 남자와 그의 아내를 그리고 있다. 여기서 남자는 아내에게 욕을 하고 구타를 가하며 돈을 구해오라고 하고, 자신의 친구와 놀아 났다며 모욕을 준다. 하지만 여자는 덤덤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아마도 죽어가는 남편에 대한 연민의 감정일 것이며, 자신을 위해서 자신의 존재를 희생하려는 남편의 마음을 알기 때문이었을것이다. 하지만 마지막에 결국 아내는 울음을 터트린다. 죽음이라는 것은 어찌되었건, 어떤 식으로든 사는 것보다는 남겨진 이들에게 슬픔이기 때문일것이다. 남겨진 자들에게는 특히 사랑했던 사람에게는 자신의 죽음보다도 더한 고통일테니깐 말이다.
다섯번째는 저번에 본 연극과 비슷한 내용의 이야기였다. 바로 할아버지와 할머니 각각 한명의 만남을 주제로 하고있다. 이 할아버지, 할머니는 오랫동안 같은 동네에서 살아오면 정을 주고받은 사이다. 사실 이 연극에서 보여지는 이들은 정말로 순수한 세상을 오래 살았다고 느껴지지 않는 그런 모습이었다. 사람은 세상을 살아갈수록 때가 묻기 마련이지만, 이제는 이미 때를 다 씻어내고도 남은 시간이 흐른 그들에게는 순수만 남았을 뿐이고, 이제는 정말 사랑하는 법을 알았다고 말할수 있을 것이다.
이 다섯개의 이야기들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지만, 같은 말을 하고 있다. 바로 가장 중요한것은 사랑이라는 것이다. 우정, 만남, 부부, 죽음, 노인을 소재로 하지만 이들은 모두 서로 사랑하고, 살아가는 동안에 겪는 수많은 에피소드들 중에 하나인 것이다. 우리 생활속에 있는 사소한 어디에도 '사랑'이라는 것은 존재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