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관한 다양한 빛깔의 감정을 맛볼수 있던 소중한 경험!
1996년에 초연을 시작해서 현재 10년째 다양한 에피소드로
관객들의 지지를 받으면서 사랑을 받았다는 <사랑소묘>의
역사가 이루어진 무대공간은 여관방이었습니다. 처음에 올해에서야
<사랑소묘>의 첫 관람의 기회를 가질수 있었던 저에게 선입견
을 가지게 할수있는 그런 공간이 주무대라고 하니 처음엔
당황도 했지만 그 공간안에서 그려지는 다섯 가지의 색깔
,다른 사랑의 빛깔에 관한 에피소드가 공연을 보고 돌아서는
저의 마음을 훈훈하게 채워주었습니다. 첫번째 사랑이야기는
초등학교 동창인 상아(이정인) 와 희준(민충석) 의 싱글이야기를
다루고 있죠. 여관방에 도착한 상아와 희준의 행동은 서로에게
꺼리낌없는 죽마고우의 느낌을 잘 보여줍니다. 서로에 대한 컴플렉스와
장, 단점을 실과 바늘처럼 꿰고 있는 두 남, 여의 모습은 조금만
시각을 달리해서 보면 서로에게 가장 필요한 요소를 갖추고 있는
모습으로 비춰지게 됩니다. 상아의 컴플렉스와 같은 싸움증후군(??)과
희준이 얼마전 헤어진 여자친구에 관한 이야기를 서슴없이 얘기하며
분위기 깨는 상아의 모습등 다양하고 유쾌한 이야기로 따뜻함과 동시에
가장 따뜻하고 정겨운 노란빛의 사랑이 생각나게 하는 그런 이야기
였습니다. 친구같으면서도 연인보다 정겨운 그런 사랑의 빛깔이 느껴
졌다고 하는 편이 좋겠군요. 두번째 에피소드는 동헌(염동헌)이 부인의
생일날, 아내와의 추억이 깃든 여관방을 찾아와 딸 소원이 얘기를 비롯한
아내의 자취와 흔적을 그리워하는 애절함과 애틋함, 그리고 후회와 상심으로
얼룩진 사랑의 빛깔을 느낄수 있게 해주는 그런 에피소드로 슬픔이 묻어나는
회색 빛깔의 사랑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검은색으로 얼룩진 아내의 죽음속에서
그래도 사랑의 추억을 간직하고 기억하며 딸과 함께 살아가는 동헌의 희망적인
빛깔인 하얀색이 절묘하게 조합된 회색빛깔의 사랑이야기...가장 진지하면서도
애절하고, 애달픈 그런 사랑이야기를 그려주었습니다. 세번째 이야기는 가장
현대적이고 원색적이면서 열정적인 레드의 빛깔을 연상시키는 연상연하 직장
선후배의 사랑이야기를 다루는 내용이었습니다. 대학교와 직장에서 선배의
위치에 있는 태희(김은경)과 후배 주봉(방성창)이 직장을 그만두고 내려가려는
주봉을 잡기위해 술에 취한척하며 자신의 맘을 알리는 태희와의 가장 현대적인
빛깔의 사랑이야기를 그리고 있었죠. 가장 공감이 되면서도 주위에서 볼수있는
그런 에피소드인 동시에 가장 젊음과 패기가 넘치는 그런 유쾌함이 돋보였습니다.
네번째 에피소드에서는 목포 뱃사람인 남편(민충석)과 정말 허벌라게 거시기한 철석간담
의 아내(김선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었습니다. 시종일관 유쾌함과 동시에 상황에 대처하는
남편과 아내의 이야기가 싱그러운 녹색의 빛깔을 연상하게 만들더군요. 특히
남자는 가호라는 남편의 분위기와 정말 찰떡궁합처럼 보이는 아내의 탁탁 맞아
떨어지는 연기가 보기 좋았던 것 같아요. 가장 순박해 보이면서도 유쾌했던 가장
기분좋은 에피소드였습니다. 마지막 에피소드는 인생의 황혼을 맞이한 김선생(염동헌)
과 그의 첫사랑인 이복순(이정인)의 연기가 돋보이는 에피소드였죠. 노년에 다시
피어오르는 블루빛의 색깔을 연상시키는 사랑의 빛깔은 신선했습니다. 김선생이
이복순 할머니를 붙잡으려는 갖은 노력의 과정을 재미있게 구성한 알찬 에피소드
였죠. 다섯 빛깔의 다른 색깔의 사랑을 보여주는 한 여관방의 추억...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저 여관방을 거쳐간 수많은 사랑의 기억이 모두 저기 남아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죠. 사람은 잊혀지지만 그 공간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들더군요. 그 기억을 간직하고 있을 세상의 부분, 부분이 그 뒤로
얼마나 색다르게 보이는지 모릅니다. 간접경험이라는 틀속에서 느낄수 있었던 다양한
사랑빛깔의 원료가 어찌나 곱고 아름답던지 연극을 보고 나오는 그 순간에 제 마음에
사랑이 충만해 있음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다음에는 또 다른 에피소드의 그런 빛깔의
사랑을 담으러 올 마음의 준비를 하고 다음을 기다리려 합니다. 그때에 충만하게
채워줄 사랑의 행복함을 기대하면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