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집에 갔었다] 재미가 많은 연극일 줄 알았다. 물론 재미적 요소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삶의 애환이 담겨 눈물이 흐르더라. 시장 사람들의 삶이 묻어 있기에...사실 엄마의 일터가 시장이다. 시장통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엄마의 생활이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흐르면서 눈물이 나더라. 물론 엄마는 양품점을 하시기 때문에 육체 노동에 시달리지는 않지만, 시장이라는 곳이 입이 많은 곳이라 여간 힘든 곳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그 시장통 이야기가 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어릴 적 엄마의 가게로 가기 위해 지나던 곳같은 그 곳에 그들이 서 있었고 활기가 넘쳤다.
연극의 제목은 닭집에 갔었다이지만 닭집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물론 이조닭집 제천댁의 남편이 지하철 사고로 죽고 그에 얽힌 일들이 중심 축을 이룬다. 길다방 주마담, 전주국밥집, 대성야채 순미, 성길이, 경비 반장 이들의 일상적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실주의적 연극이다. 배우들의 연기는 그야말로 더 사실적이라 보여진다. 시장통을 배경으로 하여 다소 산만한 감이 있다. 1인 다역하는 분들이 7분 정도 있으니 그들 역시 얼마나 정신 없으랴. 어찌나 많은 인물들이 나오는지 짐작이 갈 것이다. 대체로 한 사람이 5명 정도의 배역을 하니 그들이 무심히 왔다 갔다 하는 통에 정신이 좀 없다. 그 정신 없는 곳이 그들의 삶의 터전이다.
아룽구지 소극장은 지난번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를 봤던 친숙한 곳이다. 이곳을 찾기 위해 가던 중 배우세상 소극장 앞에서 김갑수님을 뵜다. TV에서 날카로운 이미지로 보이지만 실제 그의 모습은 부드럽고 평범해 보이기까지 했다. 아룽구지 소극장은 좌석제이다. 전엔 등받이 없어 뮤지컬 볼 때 너무 힘들었는데...이번엔 등받이를 둔 약간 폭신한 의자로 바뀌었더군. 둥근 형태의 좌석이라 어느 곳에 앉아도 잘 보이고 앞 사람과의 간격과 높이가 있어 더 맘에 들었다.
이 연극의 특징은 시작과 끝이 알 수 없다. 관객이 입장하기 전부터 시장은 열려 있었고, 물건을 파는 옷장수의 떠들석함이 우리를 끌어들이고 있었다. 옷장수의 옷 속에 다른 연극의 티켓이 들어 있다는 정보를 미리 입수했지만 연극의 티켓에 욕심이 없었으므로 옷장수의 옷 파는 실력과 말솜씨를 감상했다. 안감은 프라다이지만, 겉감이 한국산이다. 체크무늬를 잘 당겨보면, 간격이 넓으면 빈폴이요, 간격이 좁으면 닥스라나? ㅎㅎㅎ 일리있다. 3000원의 저렴한 가격에 옷을 팔긴 했으나 옷이 옷다워야지...뒷짐 서고 구경하는 신세. 아직 시작 전이라 한 컷 찍었다. 주마담과 고시생의 모습. 주마담의 입담이 우릴 즐겁게 해줬지. 길건너 다방의 미스최와의 신경전은 최고의 웃음 선사. 하나하나의 대사가 코믹이다. 주마담이 있었기에 웃었다.
연극이 끝이 나도 배우들의 연기는 끝이 없었다. 시장이 파해야 그들도 돌아가니까...배우들이 관객을 돌아가도 괜찮다고 격려까지 해준다. 닭집에 갔었다가 아니라 시장에 다녀왔다가 더 옳은 표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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