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스러웠다.
무대에는 빛이 쏟아지고 있었고,
극장 안에는 작은 시장이 열리고 있었다.
자리를 찾아 앉자마자 넉살좋은 옷장수에게
끌려나갈 뻔 했다. 관객의 입장과 동시에
연극은 시작되고 있었다.
관객들은 자유로웠다. 배우들과 이야기를
주고받기도 했고, 김밥을 사먹기도,
옷을 뒤적이기도 했다.
시어머니의 등장이 본 연극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가 되었다. 연극을 보는 내내
닭집 아주머니가 남편을 죽였는지, 죽이지
않았는지는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연출가가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사람들이 사는 모습과 사람의 진한 냄새'가 아닌가.
복작거리는 시장 그 속에서 배우들은 참 많이도 부딪힌다.
그러면서 욕설을 내뱉기도 하고 가끔은 내쫓기기도 하고
챙김을 받기도 한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살을 부대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한 치의 과장도
없이 무대위로 옮겨 놓았다.
어찌된건지 이 놈의 시장에는 진심으로 미워할 수 있는 이가 없다.
계획적으로 닭집 아주머니를 등쳐먹은 상길이를 미워할래도
그 뻔뻔함과 철없음에 웃음부터 새어나오는 것이다.
순한데다 철없는 남편을 둬서 허리 필 날 없는 순둥이 순미,
박사아들에 코쟁이 며느리를 봤다는 국밥집 할머니,
이리저리 문제 일으키고 다녀서 얄밉지만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그녀
주마담, 주마담의 앙숙 미스 최, 시장은 내가 지킨다 이대구,
닭먹기 진짜 힘들었던 그래서 안쓰럽던 경상도 커플,
얼굴은 보이지 않았던 파지 할머니, 1차 통과한 고시생,
옷장사 하다가 형사로 전업한 아저씨,
무엇보다 행복을 찾아간 이조 닭집 아줌마
모두모두 사람 냄새가 폴폴 풍기는 정겨운 인물들이다.
연극을 보는 내내 우리가 잊어버린 후 잃어버린 시장의 풍경들이
떠올랐다. 어릴 때 엄마 손 꼭 붙잡고 가던 먹거리도 많고 볼거리도
많던 시장, 그 곳에서는 물건 값 깎으려는 손님과 밑지는 장사라던
상인들이 정겨운 다툼이 계속되고 있었다. 간혹 아이를 잃어버려서
새하얗게 얼굴이 질린 부모님의 모습도 떠올랐다. 연극은 그런 세밀한
부분까지 주무르고 있었다. 우리는 그런 정겨운 공간을 대형마트들이
들어서면서부터 마치 당연하다는듯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연극 '닭집에 갔었다'는 우리가 잃어버린 시장의 풍경을 재현하고,
그리움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이미 성공했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시장을 스쳐지나갈 때면 꼭 한 번씩은 둘러보고 싶어질테고
그 시장에는 미워할 수 없던 그 인물들이 살아있을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