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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관극평

더 벤치 - 아츠 박진님

작성자경미bebe|작성시간06.08.09|조회수12 목록 댓글 0
슬프게도 포근하게도 깊게 가라앉게도 붕~뜨게도 만들어 준 연극.

그 모든 것이 언어가 있기에 이런 작업도 작품도 행위도 존재하는 것이겠지만.
언어라는 것보다 훨씬 많은 느낌과 생각을 공유하려 만들어진 것이
음악이고, 춤이고, 글이고, 그림이라는 생각.

언어보다 더 많은 모먕의 언어로 들려주는 이야기들 잘 듣고 왔다.

첫장면 숨죽이며 가슴 텁텁해지는 무거운 검은 상복과 우산들.
어떤 말도 없이 순간의 조각난 동작들과 마지막 반전. 한 마디없이
먹먹한 아픔을 충분히 전달한 장례식.

짜증과 피곤에 뒤범벅된 얼굴을 가진 사람들.
무엇때문에 무엇을 위해 그 날실과 씨실같이 잘 얽혀져있는 내게
허락되지 않은 공간으로 들어가려 애를 쓰는지. 무엇을 깨려하는지.

내 이름조차 존재조차 모르는 이를 마음에 담고 많은 상상을 하는
철없음이 내게도 있기에 엘리스의 귀엽고 솔직한 마음에 킥킥거리며 웃어도 보고.

가장 기분좋게 본 것은.
엄마와 딸의 대화. 너무 편하고 너무 사실같은 순간들.
편안하기만 한 대화거리는 아님에도 그 공간에 존재하는
깊지만 잔잔한 수면같은 사랑. 어머니의 "나도 외롭다"라는 가슴아픈 말.
결국은 산다는 것이 별것도 아닌데.
계가 깨진 것도. 사랑하는 이에게 차인 것도, 승진한 것도,
그저 가끔 노래방에 가서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묽어지는 아픔의 연속인 것을.

Take out 커피 컵에 나란히 꽂힌 빨대 두개.
거기에 담아마시는 소주는 어떤 맛일까? 소주맛?ㅎㅎㅎㅎ
인연이란 것은 하느님이 만드시는 오묘한 작품이란 생각.

노부부 한쌍.
"자실래?" 한마디로 압축해본다.
존경을 하면서도 많은 세월 같이 산 정이 묻어나는 대사라 느끼며.
따가운 봄볕 탓을 하며 눈물을 훔치는 우리 시대에선 찾기 힘든 순박한 부부의 정.

모든 이가 다 겪어가는 것이 아닌 것처럼
모든 의자가 다 이런 인간군상의 희로애락을 곁에서 묵묵히 지켜볼 수도 없는 것.
그리고 의자도 의자 나름대로 마음이 있다면 바라보는 시각이 다를 지도 모른다는
우스운 생각.
그래서 영문법상의 문제 말고 제목에 The가 붙은 것은 아닐까..하는
더 우스운 생각.

누구 하나의 삶도 같은 것이 없지만. 또 누구 하나쯤 이 중 하나의
아픔이나 기쁨을 경험해보지 않은 이도 없으리라.
주위에 있는 아픔. 기쁨. 설레임. 호기심. 사랑. 감정을 언어라는 유희보다는
군무와 이유있는 소품들을 사용해 증폭시켜 준 작품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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