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축제
이정자
우연한 기회에 텔레비전에 물 축제하는 것을 보고 십여 년 전 지인들과 태국 갔던 때가 생각났다. 여섯 시간 비행 끝에 공항에 내리는 순간 후끈한 열기는 우리나라 한여름 날씨다. 예약해둔 숙소로 들어가 가벼운 옷으로 갈아입고, 거리로 나오자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여행객도 가리지 않고 물을 뿌려댄다. 물 몇 방울만 튀어도 오만상을 찡그리게 되는데 여기는 물 뿌리는 사람도 맞는 사람도 모두 즐거운 표정이다.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태국에 일 년에 한 번뿐인 물 축제 기간이라고 한다. 만나는 사람 모두에게 물을 뿌리며 행운을 빌어주는 행사고 남녀노소 모두가 참가하며 3일 동안 이루어진다.
이 행사는 13세기 란나 왕국에서 시작되었는데 서로에게 물을 뿌리며 행복하기를 빌어주고 즐겁게 보낸다. 조용히 이루어지던 축제가 요즘은 장난이 심해져 양동이와 호수로 물을 뿌려 불상사가 일어날까 모두 조심한다.
외국인이라도 물을 맞으면 고맙다는 답을 하고 함께 즐긴다. 우리가 축제 기간에 여행을 간 것은 행운이며 일 년에 한 번뿐인 행사에 초대된 기분이다.
전설에 의하면 옛날 태국에 사람이 알아들을 수 없는 동물의 소리를 듣고 이해하는 일곱 살 소년이 있었다. 카발라 불소 신은 소년의 슬기로움과 지혜를 시기하여 멀리 보내려는 계획을 세웠다. 소년을 시험하고자 사람들이 전혀 알 수 없는 문제를 풀어오라고 했다.
주제는 사람의 영기는 아침, 점심, 저녁, 각각 어디에 존재하느냐는 것이다. 일주일의 여유를 주고 답을 알아 오지 못하면 소년의 목을 자르고 답을 찾을 시에는 자신의 목을 자르겠다고 했다. 소년은 6일이 지나도록 답을 알지 못해 근심하며 나무 그늘에 앉아 있을 때 독수리 한 쌍의 대화가 들렸다.
사람의 정기는 아침에는 얼굴에 나타나기 때문에 얼굴을 씻고, 점심때는 가슴에 나타나 가슴에 향수를 뿌리며, 저녁에는 발에 나타나 발을 씻는 것이라고 한다.
독수리의 이야기를 들은 소년은 이제 살았다고 생각하며 기뻐했다. 한편 독수리 한 쌍은 그들만의 소리로 소년이 문제를 풀지 못하고 죽으면 만찬을 즐기자고 하며 즐거워한다.
다음날 약속한 장소에 도착하여 소년이 답을 알려주자 카발라 신은 패배했음을 인정하고 약속대로 자신의 목을 잘랐다. 그런데 진귀한 일이 벌어졌다. 카발라 신의 머리를 바다에 던지면 바닷물이 마르고, 산에 놓으면 산이 불바다가 된다.
생각 끝에 타지 않는 접시에 담아 깊은 굴속에 두었다가 일 년에 한 번 제일 높은 산 위에 올려놓고 제사를 지낸다. 그때가 가장 더워 물 축제를 하게 되었다는 전설이다.
그날을 설날로 정하여 그들만의 설 축제를 즐긴다. 축제 기간 박물관에 소장되어있는 불상을 광장으로 옮겨 여러 사람이 물을 뿌리며 개인의 소망과 나라의 평화를 기원한다.
불상에 물을 뿌리는 정화의식은 태국의 설날 축제고 가족이 한자리에 모인다. 젊은이들은 연장자를 찾아가 향기 나는 물과 기름을 뿌려 존경의 뜻을 전하며 어른들은 젊은이들에게 덕담을 해준다.
태국 물 축제 기간에는 여러 나라에서 관광객이 몰려온다. 사람과 자동차가 물보라 속을 지나가고 화려하게 장식한 코끼리가 코로 물을 뿌리며 흥겨워하는 모습은 큰 볼거리다.
중심가는 며칠 동안 들끓는 인파와 도로는 물바다가 된다. 물 뿌리기는 흥겨운 놀이로 외국인들도 참가하여 함께 즐긴다.
많은 외국인이 몰려오는 바람에 이제는 물 축제가 아닌 돈 축제가 되었다. 규제 없는 무방비 상태에서 불상사가 일어날 만하지만 순수한 국민성이 무난히 축제를 즐긴다.
우리나라도 매년 장흥에서 물 축제를 한다. 정남진 탐진강 편백 숲 일원에서 7, 8월에 하는데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정남진은 전남 장흥군에 있지만, 위치로 보아 서울 광화문 정남 쪽 방향에 있어서 정남진이라 부르며 관광지로 아름다운 곳이다.
40년 된 편백나무가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상쾌한 바람과 향기를 전해준다. 거리 행진과 물싸움, 맨손 물고기 잡기는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즐거운 놀이다.
요즘은 희망의 줄배도 있고 제트스키도 있다. 여러 가지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많으며 물 과학체험관도 있어 놀이도 즐기고 물의 소중함도 알리는 기회가 된다.
차가운 물에 넣어 두었던 수박을 주먹으로 깨트려 여럿이 나누어 먹는 일도 재미있는 놀이다.
정남진에서 하는 물 축제와 충남 보령의 진흙 축제는 외국인들도 많이 참가한다. 더욱 활성화되어 국가에 도움도 되고 우리 국민도 색다른 놀이로 즐거움을 나누는 계기가 되었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는 여러 가지 축제가 있다. 봄이면 추위를 이겨내고 꽁꽁 얼었던 땅속에서 아지랑이와 함께 피어나는 꽃들의 축제는 온갖 향기를 피워낸다.
여름에는 물 축제, 가을이면 산과 들을 오색으로 물들이는 단풍축제, 겨울엔 강원도 태백에 눈꽃축제가 있다. 태국처럼 요란하진 않지만, 계절마다 찾아오는 축제의 향기는 설렘과 기대감을 갖게 한다. 여름 물 축제는 하얀 물보라가 계절의 꽃이 되어 송이송이 여름을 수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