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파도를 일으킨다
김경희 26.6.12
몇 줄의 글귀가 선율 되어 쏟아지고
세월을 깎아내라 명하니 불멸의 미인이 빚어진다
바랜 사진은 화려한 생화로 피어나고
바스러져 가던 기억들이 압도적인 영화로 되살아난다
상상이 곧 현실이 되는
결핍도 기다림도 없는 완벽한 세계
속도 너머에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풀 한 포기조차 스스로 자라게 두고
가만히 걸음을 멈춘 시인이 있다
불혹 가슴에 먼저 떠난 남편을 묻고
낯선 땅 거친 흙 속에 뿌리내려
마당 가득 피어난 데이지와 눈 맞추고
돌담 아래 스치는 뱀과도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한쪽은 무(無)에서 유(有)를 끊임없이 창조하고
한쪽은 있는 그대로의 유(有)를 온전히 지켜낸다
기계가 지치지 않고 가상의 파도를 만들어낼 때
시인은 눈부신 파도 소리를 지워내고
묵묵히 제 일을 몰두하는 위대한 침묵을 듣는다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