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치와 부채질
권명희 6/18
그날오후 햇빛이 그대로 머리 위에 내려앉았다. 버스정류장에 내리자 넓은 가로수 잎들이 작은 바람에 살랑살랑한다. 6월 중순 건조한 공기 속으로 떨어지는 햇볕이 어깨와 등이 뜨끈하다. 그러나 그늘로 들어가면 상쾌한 공기가 숨어 있다.
성포도서관에서 수업 중인 글타래 문우들과 만나는 날이다. 이 번개모임은 만안문학회 임미자시인 출판기념회 가는 길 승용차 안에서 즉석으로 이루어졌다. 우리도 파자마 파티해 보자는 말에 모두 으쓱으쓱하며 들썩였다. 밤새 이야기꽃을 피워보자고 했다. 그 기운이 바삭거리는 낙엽 불붙듯 후루룩 거린다, 명숙 문우님이 발 빠르게 신청했고 안산 화랑유원지에있는캠핑장 예약은 성공이다.
글램핑장에 걸맞게 우리 6명은 고기를 구워 먹기로 했다. 6월 저녁은 온몸으로 양팔 벌려 껴안아도 좋을 만큼 시원해지고 있다. 저녁에 이렇게 나오는 것이 까마득한 옛날이라 젊은 시절을 떠올려 기분이 한껏 부풀려졌나 보다. 주변에는 젊은 부부와 아이들 소리가 들린다. 주중이라 직장인보다는 가족끼리 온사람이 많다.
각자 가져온 부식 재료를 꺼낸다. 나를 포함한 모두가 글램핑 캠핑장은 처음이라며 내부를 살펴본다. 천막을 씌운 듯한 집에 지퍼를 열고 들어가 보니 침대 하나에 공간이 넓었다. 안쪽에 또 하나 지퍼로 된 문이 있어 열어보니 사워실과 화장실이 있다. 이웃 집들이 온 것 마냥 내부를 둘러보며 넓고 좋다며 만족해 한다.
상차림 하는 문우들 등뒤로 저녁노을이 지고 있다. 노을의 안락함에 기대어 한 끼 음식을 준비한다. 60대 70대의 문우들이 오늘 이 시간은 활기차다. 하지만 그날 저녁 우리는 숯 검댕이가 묻은 것처럼 거무튀튀한 고기를 먹어야 했다. 숯과 토치를 가져온 나는 불 피운 경험이 없다. 경험 없기는 모두 마찬가지다.
배고플 텐데 모두 말이 없다. 말을 할 수가 없다. 야외에서 항상 불 피우는 것 담당이던 남자들의 빈자리가 이제야 느껴진다. 그 수고에 무딘 나였다. 토치로 휙 쏘면 붙을 줄 알았다. 숯은 단단함으로 맞서고 있었다. 토치불은 강했다. 말도 직설적으로 하면 때로는 아프다. 부드럽게 말하면 온기가 스며들 듯 편해진다.
숯불 붙이는 설명을 듣고 왔건만 경험이 없으니 답답하다. 모두가 초보라서 의견만 분분하다. 그래도 어떡하든 붙겠지 굶기야 하겠어라며 애를 쓴다. 약간의 불이 붙은 후 숯을 소복이 쌓고 기다리면 밑에서 불이 올라온다는 것은 기억한다.
기다림이다. 그렇다. 이럴 땐 부채질이 필요하다. 경험이 없다면서 불 좀 피워보겠다고 막내 미영문우가 언니들 대신 애를 쓴다. 바람 방향에 따라 연기와 열이 얼굴에 훅 달아온다. 토치를 써가며 숯을 아래 위로 들썩인다. 기어코 누군가가 말을 보탠다. 불과 여자는 들썩거리는 게 아니라 해서 모두가 한바탕 웃는다.
검둥이 숯이 벌겋게 불을 품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여름날 멍석에서 할머니가 손주 잠재우듯 살랑살랑 부채질처럼 그런 여유가 필요하다.
나는 부채를 좋아한다. 가방 속에 넣고 필요할 때 꺼내 쓰고 강약 조절과 좌우방향이 자유롭다. 옆사람도 더워 보이면 살랑살랑 부채질해주면 바람보다 마음이 먼저 닿아 시원해지겠지.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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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상상플러스 작성시간 26.06.18 불은 아무나 피나요. 그날, 그녀들의 서툼이 웃음이 되었을 시간이 훤히 보이네요. 어려서는 아궁이에 불 많이 땠는데, 아차, 제가 없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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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바라미 작성시간 26.06.18 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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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아정 (김 경 희) 작성시간 26.06.19 서툰 솜씨도 함께라서 추억의 한 페이지를 남겨 즐거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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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루까 작성시간 26.06.18 누군가 생애 처음 불을 지피고
내심 뿌듯해 했다는~~^^ -
작성자풍경소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19 역시 고생 한것만 기억에 남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