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는 남편들의 고백성사
필자 注 :
「비금도』와 『교룡산성』의 중견시인 김동수 지도교수의 《온글 문학》 열정적인 창작 강의 지도가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 오세영 시인의 견해대로, 왜 예술종사자들 중에서 시인에게만 "家"가 아닌 사람 "人"자를 붙여 "詩家"라 하지 않고 "詩人"이라 호칭하는 지에 대한 근원적인 해답을 찾게 해 준다. 진정한 詩人의 지향인 道로써 '문(文)과 사(史)와 철(哲)이 교호하는 공자의 '思無邪'를 고갱이로 강독하시지만 하이데거의 실존을 인간적 철학으로 쉽게 풀어내어 시론에 담아 내신다. 상상과 image론의 대가인 바슐라르가 호명했던 수평적 사고를 아우르는 무욕(無慾)의 우주적인 수직적 상상력을 詩로 풀어 염(鹽)하고 인(人)으로 맛을 내어 장(醬)해 주신다. 개인적으로 그런 文.史.哲 지도교수 시인과의 만남은 온글문학인이 공감하는 바 처럼 행복하다 할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어제( 21.7.27) 강의 주제인 " 화엄의 세계'와 대표적인 진보 중견시인으로 존경을 받는 저 지리산 붉은 피의 시인이이며 고독한 리얼리즘의 수도승인 오봉옥님의 선시(選詩) 다섯편에 대한 독해 학습은 다른 강의 못지 않게 기억에 남기에 충분하다. 감사드린다. 略하고, 금차 필자의 습작평론 연재물인 <詩닮短評37>은 그러한 오봉옥 시인의 2019년 영랑문학상 수상작인 다섯번쩨 시집 《"섯"》에 실린 『아내」라는 작품을 선택했다. 1년전 작업했던 졸평원고를 손질하여 서고에서 꺼내 왔다. 노인연령으로 진입하는 필자의 노래인듯 하기에 얼굴이 붉어진다. 고백하건데 제5연과 6연에 이르러 나는 그만 "그렁그렁" 한 눈물을 아내 몰래 훔쳐내야 했다. 어쩌면 인생 후반기의 내리막 길에서 늙어가며 아내에게 죄(?) 많을 이 세상 철없는 남편들로 하여금 눈물겨운 감정의 끈을 흔들어 대기에 충분한, 보기드문 격서정의 노래일 것이다. 이러한 아내에와 관련한 격한 서정의 감정을 더몰입 해보고 싶은 회원께서는 본 시집 속에서 그 '양철 물고기' 일 수도 있는 『사소하거나 거룩한」,「내 사랑이 그렇다」,「나를 거두는 동안』,「그 꽃」,『우는 여자」같은 시를 강추하고 싶다. 끝으로 금번 강의 테마였던 였던 오봉옥 시인의 '위스키' 같은 시 5편은 붙임으로 유인물을 예쁘게 필사하여 덧댄다. <悳泉>
아 내
오 봉 옥
우리 집 처마 끝에 매달려
집을 지키는 물고기
바다를 품어본 적이 없고
바다로 나아갈 생각도 없는
가엾은 저 양철 물고기
문지기 수행자로 살기 위해
얼마나 虛空을 쳐댔던 것일까
가만히 다가가 보니
비늘이 없다
고개를 돌려보니
아이의 어깨에 달라붙은
그렁그렁한 비늘
나 죽은 뒤에도
관 속까지 따라와
가슴에 곱다시 쌓일 것 같다
< 시인소개>
출생 1961. 8. 8. 광주광역시
소속 서울디지털대학교(전임교수), 문학의 오늘(편집인)
데뷔 1985년 도서 '16인 신작시집'
수상 2019년 제16회 영랑시문학상
경력 서울디지털대학교 대외부총장문학의 오늘 편집인서울디지털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전임교수
시집 <섯! >, < 나를 만지다>, <나를 던지는 동안>, <달팽이가 사는법>, <노랑> 등
< 사진 캡쳐: 남해안신문 >
오봉옥 시인은 문단의 대표적인 진보 작가겸 중견시인이다. 이는 그가 해방전후의 이른바 '좌익'의 현대사 공간을 최초로 연작시 ( 창비시선「지리산 갈대꽃』,1988)와 서사시 ( 『붉은산 검은피』,실천문학,1989) 형태로 시작 전면에 드러낸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그의 시혼은 민족문화연구소장이자 문학평론가인 임헌영의 시집 표사를 차용하면, 더욱 명징해진다.즉, “광주항쟁을 겪은 오봉옥 시인은 서사시집 ‘붉은산 검은피’(1989)로 엄혹한 고초를 다시 겪었다. 그 시절 그는 브레히트와 네루다의 후계였다. 그로부터 30년. 오 시인은 사랑, 죽음, 민주주의, 꽃, 나비 그리고 인간, 이 모든 존재들이 서로에게 등대임을 깨닫게 해주는 시인이 됐다 "고 평하고 있다. 오 시인이 추구하는 세계는 자재연원의 활달한 자유의 시학을 통해 리얼리즘을 바탕으로 일체 만물의 형상적인 존재론과 세계관의 심화되고 내밀한 농축의 감성과 사랑을 쉬운 시의 언어로 그려주고 있다. < 출처 : naver 및 남해신문2018.8.6자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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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평>
1.
딱 일년전이다. 늦가을이 성급한 마지막 잎새 편지 한 장 툭! 내 서재 창문가로 떨궈지던 그날 오후 서점을 찾았다. 매번 헛걸음이었지만 그 잎새 소식이 하도 꿈결인 듯 기이하여 혹여 내 뒤통수를 탁! 치는 詩 한편 만날 수 있으리라는 영감과 기대감에 이끌렸음이다. 행운이 따라주었다. 筆禍사건으로 우리에게 낯익은 진보시인 오봉옥 님의 “섯!”이란 시집을 수백 권의 진열 시집 속에서 발견한 것도 그렇지만 콕! 찍어 선택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 표지 한 귀퉁이에 자리 잡고 있던 “그 꽃”이란 한 줄짜리 시가 먹먹하게 발길을 붙들어 맺기 때문이다.
詩人은 죽어서 나비가 된다하니 난 죽어서도 그 꽃을 찾아 가련다
- 오봉옥, 「그 꽃』>전문
2.
아내를 향한 지극한 사랑으로 점철되어 죽어서도 다시 찾고 싶은 그 꽃인 아내를 초자연적인 直觀으로 관조한 이 반쯤 열린 단 한 줄의 美學 이라니......나머지 여백과 침묵은 그저 마음으로 읽을 수밖에 없던 아내라는 존재에 대한 깊은 通察의 기회를 주는 이 멋진 시 한편을 만날 수 있음은 행운이었다. 마지막 가을엽서 한 장에 감사한다. 실린 66편의 금쪽같은 詩들 중 이 表題詩는 중간쯤에 “아내”라는 시의 품에 안겨 그 침묵과 여백을 오롯이 쏟아 내주고 있었으니......
3.
詩와 詩人에 대한 정보를 모르는 생소한 시인의 시를 우연히 만나 아! 바로 이 시야! 하고 탄성을 지를 수 있는 것은 적어도 읽고 감상하며 평까지 정리해야 하는 평론의 입장에서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그러한 맥락에서 여기 심금을 울려 준 오봉옥 시인의 좋은 시 한편을 모시어 詩題인 우리의 “아내”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吐露하고자 한다. 처마 지붕 끝에 매달려 허공을 쳐대며 우는 비늘 없는 양철 물고기의 숙명은 아내의 자화상이요 죽어서도 나비가 되어 “그 꽃”을 찾아 나서겠다는 시인의 절절한 吐露의 응답임도 상기하면서....또한 평생 한 사람만을 사랑할 수 있는 우리들 자신감의 속내를 진중하게 들춰보면서 시를 읽어내야 할 것 같다.
4.
행간을 살핀다. 時相의 발견은 자연스럽고 우연할수록 좋다. 詩人은 어느 절이나 있을 법한 처마 끝 하늘풍경으로 매달려 우는 편종에 대롱대롱 매달린 양철물고기에 着目했을 것이다. 처마 끝에 매달린 양철 물고기가 바람과 바다와 나누는 密語를 엿들을 수 있었고 이를 집을 지키는 물고기로서의 “아내”라는 서정적 형상화로 換喩시켜 소위 몸성을 꺼냄으로써 자기 안에서 성찰의 깨달음으로 삼고자 했음은 애처가로 알려 진 자연스러운 오봉옥 시인의 본능이었으리라. (1연) 남편으로서의 화자는 그러한 양철물고기는 숙명적이게도 나래를 펼 수 있는 바다세상으로 나갈 수 없음을, 아니 나아갈 생각조차도 하지 않는 아내에 대한 깊은 연민의 정을 쏟아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아내를 惻隱之心으로 바라보는 시의 觀點을 구체화 시키고 있다.(2연)
5.
하늘풍경 虛空 바람에 흔들어 대는 양철 물고기의 처량한 울부짖음은 오로지 남편과 가정을 지키는 문지기로서의 수행자를 자처하는 아내의 의연한 고독에 그저 화자는 먹먹한 가슴을 쓸어내릴 뿐이다. 아내는 오직 가족을 위해 살아온 존재이기도 하겠지만 특히 오봉옥 시인에게 있어서의 “아내”는 그저 / 구멍 난 팬티를 아무렇지도 않게 입고 다니는 여자/ 늘어진 뱃살을 애써 감추며 배시시 웃는 여자 <내 사랑이 그렇다 >중 /인 것이다.(3연)
6.
起承轉結식 시의 생명은 바로 전(轉)연에 있다. 극단까지 상상의 체험을 끌어 올려 아! 하고 정점을 찍어주기 때문이다. 물고기로 은유 된 아내의 몸을 가만히 다가가 보니 아뿔사! 비늘이 없으니... 비늘은 물고기의 生命이요 希望이며 살아가는 존재 이유인 것을... 화자의 눈에 비친 /아이의 어께에 달라붙은 /그렁그렁한 비늘/에 이르러 결국 오열을 하고 말았으리라. 이 詩의 절창이요 화자가 지금까지 쏟아내던 아내에 대한 惻隱之心의 심경적 고백이요 절절한 吐露다. 왜 / 詩人은죽어서 나비가 된다하니/ 난 죽어서도 그 꽃을 찾아 가련다< 그 꽃 전문>/라고 오열했던 이유를 짐작케 한다. 왜 우리는 “아내”라는 존재를 평생 사랑해야 되는 지에 대한 통쾌한 돌려차기요 완판승인 셈이다.(4연∼5연)
7.
結付에 이르러 時空間은 현재에서 미래로 확장된다. 시의 品格을 한 계단 높이고 있다. 아내가 남편과 가정을 위해 희생하는 가치의 존재인 그 비늘은 '죽은 뒤에도 /관 속까지 따라와 /가슴에 곱다시 쌓일 것" 같단다. 詩는 경험의 發見이고 擴張임을 時論的으로 보여준 시임에는 틀림없다. 평생 지아비와 자식만을 위해 양철물고기를 자임해야 했던 아내에 대한 측은지심(惻隱之心)에 우러나오는 본연의 초월적이며 초자연적인 통찰과 직관이 유장한 강물처럼 흐르고 있는 이시는 .이 세상 철없는 남편들이 고객숙여 할 통절한 고백성사이다. 지금도 비늘 없는 양철 물고기고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 “아내”들에게 敬畏의 박수를 보낸다.
< 2020.10. 27. 悳泉>
붙임 : 오봉옥 시인의 기억하고 싶은 시
< 2021.10.27. 온글문학 강의자료 필사 / 김동수 지도교수님 추천 시 >
1. 사과의 얼굴
사과 수십만 개를 그린 화가 이광복에게 물었다 지겹지 않으세요?
어린아이 같이 웃음 그가 대답한다 날이면 날마다 반복되는 지겨운
삶을 어떻게 사세요? 그 순간 난 세상을 깨달았다 사과 하나하나가
다르다 사과가 사과가 아니다
2. 등불
이렇게 환한 등불 본 적 있나요
개미 두어 마리가 죽은 나방을 움켜쥐고
영차 영차 손잔등만한 언덕을 기어오를 때
공놀이 하던 한 아이가 잠시 가던 길을 비켜줍니다
순간 개미의 앞길이 환해집니다
이렇게 및나는 등불 본 적 있나요
일곱 살짜리 계집아이가 허리 꺽인 꽃을 보고는
냉큼 돌아서 집으로 달려가더니
밴드 하나를 치켜들고 와 허리를 감습니다
순간 눈부신 꽃밭이 펼쳐집니다
오늘 나는 두 아이에게서 배웁니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등불이 될 수 있다는 걸
3. 낙엽 한 장
배낭에 따라붙은 낙엽 한 장
그냥 떼어버릴 일이 아니다
그 나무의 전생과 어떤 인연이 있었는지를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
죽어가면서도 마지막으로 한 번
손을 내밀어보는 이유가
필시 또 있었을 것이니
4. 강물이 바다로 흘러가는 이유
강물은 고래에게 전해 줄 이야기가 많아서
쉬지 않고 바다로 흘러가는 거래
오 씨가 죽어 한 줌 백골로 돌아와
나룻배를 띄워 간네주었다는 이야기.
열아홉 살 진이가
수심이 낀 얼굴로 다가와 제 얼굴을 비추기에
출렁거리는 물결로 오래오래 쓰다듬어 주었다는 이야기.
종자산 다람쥐의 미빌 창고가 어떻게 해서 털렸는지
패랭이꽃을 두고 남방부전나비 두 마리가
어떻게 결투를 벌였는지.
강물은 산모퉁이 따라 구불구불 돌다가 들었던
그런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고 싶어
오늘도 부지런히 바다로 달려간대.
5. 아 내...............본문 단평 참조
우리 집 처마 끝에 매달려
집을 지키는 물고기
바다를 품어본 적이 없고
바다로 나아갈 생각도 없는
가엾은 저 양철 물고기
문지기 수행자로 살기 위해
얼마나 虛空을 쳐댔던 것일까
가만히 다가가 보니
비늘이 없다
고개를 돌려보니
아이의 어깨에 달라붙은
그렁그렁한 비늘
나 죽은 뒤에도
관 속까지 따라와
가슴에 곱다시 쌓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