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환생(還生)
암흑 틈새, 겹겹 밀어 올린
시공 층층(層層)
소멸과 탄생이 받아 적은
푸른 기하학
다시, 뜨거운 호흡
— 悳泉
<시작노트>
26.6.19. 출장길, 완주 구이농협 뒷편. 렌즈 끝에 걸린 풍경은 참혹하리만치 고요한 종말의 현장이었다. 한때 푸른 하늘을 향해 거침없이 가지를 뻗었을 둥구(洞口)고목
이제는 밑동만 남아 서서히 흙으로 돌아가는 그 소멸의 한복판, 갈라진 '죽음의 틈새'마다 기척도 없이 무언가 돋아나고 있었다. 오호라 !!! 구름 버섯의 단층들이었다.
그 겹겹의 형상을 가만히 응시한다. 그것은 단순한 버섯의 살점이 아니라, 고목이 지워져 간 시간과 버섯이 새로이 밀어 올린 시간이 맷돌처럼 맞물려 돌아가며 만들어낸 시간의 켜[層] 바로 그것이었다.
죽음이 자양분이 되어주지 않았다면 결코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을 역설의 적층(積層). 그 켜의 언저리를 따라 돋아난 푸른 이끼와 양치식물들은 소멸의 폐허 위에 정교하게 설계된 '푸른 기하학의 제국'을 선포하고 있었다.
가장 미시적인 우주에서 벌어지는 탄생과 소멸의 대위법.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을 품어내는 가장 뜨거운 호흡이었다. 비록 말라붙은 나무틀 위이지만,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그 연한 숨결 속에서 나는 나도 모르게 아득한 우주의 윤회와 만남을 찬양하고 있었다. 그것은 神의 게시였으므로.
神이 넌지시 들려 준것은 차가운 기하학의 선을 뚫고 마침내 번져 나오는 당돌한 存在의 신음. 그것은 영락없는, '다시 시작되는 뜨거운 열정의 호흡'이자 눈부신 '어떤 환생'이었다.
그 神의 게시를 5행 위에 그대로 받아 적으며 두 손을 모은다. "당신의 뜻대로 남은 여생 살게 하옵소서 아멘...." <悳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