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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詩

悳泉 디카시(13) 어떤 환생

작성자덕천(悳泉)|작성시간26.06.20|조회수11 목록 댓글 0


어떤 환생(還生)


암흑 틈새, 겹겹 밀어 올린

시공 층층(層層)


소멸과 탄생이 받아 적은

푸른 기하학


​다시, 뜨거운 호흡


​— 悳泉



​<시작노트>

26.6.19. 출장길, 완주 구이농협 뒷편. ​렌즈 끝에 걸린 풍경은 참혹하리만치 고요한 종말의 현장이었다. 한때 푸른 하늘을 향해 거침없이 가지를 뻗었을 둥구(洞口)고목

이제는 밑동만 남아 서서히 흙으로 돌아가는 그 소멸의 한복판, 갈라진 '죽음의 틈새'마다 기척도 없이 무언가 돋아나고 있었다. 오호라 !!! 구름 버섯의 단층들이었다.

​그 겹겹의 형상을 가만히 응시한다. 그것은 단순한 버섯의 살점이 아니라, 고목이 지워져 간 시간과 버섯이 새로이 밀어 올린 시간이 맷돌처럼 맞물려 돌아가며 만들어낸 시간의 켜[層] 바로 그것이었다.

죽음이 자양분이 되어주지 않았다면 결코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을 역설의 적층(積層). 그 켜의 언저리를 따라 돋아난 푸른 이끼와 양치식물들은 소멸의 폐허 위에 정교하게 설계된 '푸른 기하학의 제국'을 선포하고 있었다.

​가장 미시적인 우주에서 벌어지는 탄생과 소멸의 대위법.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을 품어내는 가장 뜨거운 호흡이었다. 비록 말라붙은 나무틀 위이지만,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그 연한 숨결 속에서 나는 나도 모르게 아득한 우주의 윤회와 만남을 찬양하고 있었다. 그것은 神의 게시였으므로.

神이 넌지시 들려 준것은 ​차가운 기하학의 선을 뚫고 마침내 번져 나오는 당돌한 存在의 신음. 그것은 영락없는, '다시 시작되는 뜨거운 열정의 호흡'이자 눈부신 '어떤 환생'이었다.

그 神의 게시를 5행 위에 그대로 받아 적으며 두 손을 모은다. "당신의 뜻대로 남은 여생 살게 하옵소서 아멘...." <悳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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