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유적 지킴이 자처한 단체, 실제론 유적지 불법 점유
불법 농막 설치…유적내 화재 위험
춘천에서 10여 년간 가장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곳이 있다. 의암호 한가운데 자리한 ‘중도’다. 선사 시대 집터와 고인돌, 고대 매장유적이 대규모로 확인된 공간이자, 한편으로는 수천억 원이 투입된 관광·레저 개발 사업의 현장이다. 한강 상류의 섬이라는 지리적 상징성과 더불어, 문화유산 보존과 지역 개발 논리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현대판 실험장’이 된 셈이다.
이에 대해 심재연 한림고고학연구소 연구교수는 “오늘날 사람들의 쾌락과 유흥을 위해 어마어마한 중도 유적이 덮이고 있는데, 춘천시가 약속한 중도유적 전시관과 교육관은 예산이 없다며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이 살아가기 위해 개발을 완전히 외면할 수는 없는 만큼, 개발과 보존이 공존할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세한 유적 현황을 살펴보기 위해 춘천중도유적지를 찾았다. 평일임을 감안하더라도 주차장은 텅 비어 있었고, 레고랜드를 찾는 방문객의 모습도 쉽게 찾아보기 어려웠다. 중도 유적지 출입을 막는 경계줄 너머에는 ‘중도유적은 춘천의 보물 나라의 보물’이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건 농막이 설치돼 있었다.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기자는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가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중도유적 보존 범국민연대회의(대표 오정규) 소속이었다. 본보는 이들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물었다. 오정규씨는 “우리는 기자회견을 비롯해 큰 단체에 가서 학술회의를 진행해 레고랜드의 불법성을 호소하고, 중도유적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주장하는 레고랜드의 불법성이란, 레고랜드는 정식 준공 허가를 받지 못한 채 임시 사용 승인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임시 사용 승인은 현행 「건축법」과 같은 법 시행령에 근거한 제도로, 일정한 안전 요건과 기간을 전제로 사용검사 전에 건축물을 한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예외적 사용 승인이다. 이에 대해 춘천시 건축인허가 업무를 담당하는 민원담당관실 관계자는 “건축법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절차이기 때문에 임시 사용 승인으로 건물을 사용하고 있다고 해서 불법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법이 허용한 절차 안에서 이뤄지는 만큼, 현행 레고랜드 운영을 곧바로 ‘불법’으로 단정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들의 문제점은 보존유적 내에 불법 농막을 설치해 논란의 여지가 있다. 범국민연대회의 정철씨는 “레고랜드도 불법 건축물인데 우리도 불법으로 대응하겠다. 레고랜드가 나가면 우리 스스로 철거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중도유적 보존을 주장하는 단체가 보존구역 안에 농막을 설치하고 장기 농성을 이어가면서, 역설적으로 유적 훼손 논란을 자초하고 있는 셈이다.
농막 설치 문제는 안전과도 연결된다. 단체는 추위를 막기 위해 난로를 사용하고 있었고, 이를 위한 땔감이 출입 금지 구역 내에 어지럽게 쌓여 있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화재 위험과 유적 훼손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는 지점이다. 이에 대해 춘천시 건축인허가 민원담당관은 “인허가 절차를 거치지 않고 구조물을 설치·건축한다면 충분히 불법의 여지가 있다. 담당 부서에서 조치를 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중도유적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영국 스톤헨지 거짓설’, 주류 역사학계에서 비판 받아 온 ‘환단고기’ 등을 주장하며 유적의 위상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과장되거나 검증되지 않은 담론으로 유적의 가치를 설명하는 방식은, 오히려 중도 보존 논의의 설득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중도는 거대한 선사 유적이자, 이미 개발이 상당 부분 진행된 공간이다. 개발 사업의 절차와 책임을 따지는 일만큼이나, 보존을 내세운 행위가 실제로 유적을 해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금 중도는 유적과 지역 공동체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존의 해법을 우리 세대에게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