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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2526 맹민주, 20212578 최민수 3호 기사

작성자맹민주|작성시간25.12.08|조회수65 목록 댓글 0

[르포] 경포 산불 2년여, 그들의 재난은 끝나지 않았다

 

2023년 강릉 경포 산불 이재민들의 삶

 

<편집자주> 2023년 4월 11일, 강릉 경포호 일대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지역 주민들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한림랩 뉴스룸은 이재민들의 삶이 회복됐는지 확인하고자 지난 10월 20일, 산불이 발생했던 현장을 직접 찾았다.

 

이슬비가 내리던 날, 강릉 경포호 일대에는 조립식 주택이 여전히 늘어서 있었다. 산불 이재민들의 임시 거주지로 마련된 컨테이너 개조 주택이지만, 2년이 지난 지금도 이곳을 떠나지 못한 이들이 적지 않다. 서울에서 강릉으로 내려와 살던 A씨(여성) 가족 역시 산불로 집을 모두 잃었다. 당시 남편은 큰 정신적 충격으로 우울증을 겪었고, 그 사이 피해보상 기간을 놓쳤다. 결국 지금까지도 이들은 조립식 주택에서 생활하고 있다. “여기 3층 건물이랑 펜션을 사서 살고 있었는데 다 탄 거야. 그걸 다시 지으려면 10억 이상이 드는데 어떻게 지어. 우리 나이가 팔십은 먹은 사람들인데...”

경포 산불 피해로 임시 거처가 된 A씨의 조립식 주택 외부.

A씨의 동의를 얻어 조립식 주택 내부로 들어갔다. 내부는 대학가 원룸만 한 크기였다. “겨울에는 추워서 집 안에서도 실내용 난방 텐트를 치고 살아야 한다”고 터놓는 A씨. 조립식 ‘주택’이라고 불리지만, 본래 컨테이너 구조이기 때문에 방음과 단열은 취약할 수밖에 없다.

A씨가 생활 중인 조립식 주택 내부. 성인 한 명이 움직일 만큼의 공간만 확보돼 있다.

이재민 A씨의 조립식 주택에서 도보로 10분 남짓한 거리에서는 집과 일터를 모두 잃은 최양훈씨(남성)를 만났다. 그는 생계의 터전이던 펜션 3채를 그날 한순간에 잃었다. 화재가 난 자리에 다시 펜션을 세운 최씨와 건물 내부에서 마주 앉았다. “겉으로 보면 멀쩡해 보이겠지만, 다 빚이다”라며 말문을 연 그는 당시 불탄 건물들의 사진을 꺼내 보였다. 사진 속에는 검게 그을린 펜션들이 남아 있었다. 그는 “펜션은 거주지이기도 하지만 일터이기도 하다”며 “빚에 빚을 내서라도 일단 복구를 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털어놨다.

산불 흔적 위에 다시 삶을 이어가는 최씨의 새 펜션.

최양훈씨가 밝힌 복구 기간은 1년 8개월, 소요된 비용은 약 30억 원이다. 새 건물을 세우고 일상으로 돌아온 듯 보였지만, 빚은 계속 쌓이고 있었다. 화재에 대한 보상도 충분히 받지 못한 채 법정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강릉산불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는 경포 산불의 원인을 두고 한국전력과 시비를 다투고 있다. 법정 공방과 위태로운 펜션 영업 속에서 두 아이를 둔 아빠의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화재가 났던 때 작은 애가 고등학생이었는데 친구들이랑 같이 앉아서 바로 앞 버스정류장에서 울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말없이 안아줬죠. 괜찮다고 그러면서. 사실 저도 울고 싶은 심정이었는데 아이들 앞에서 울지를 못해서...”

 

최씨의 펜션으로부터 차를 타고 5분 정도 달리자, 불길이 직격했던 저동골길 마을에 도착했다. 곳곳에는 불에 탄 집들이 여전히 화재 당시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었다. 전원주택이 있던 자리에 펜션을 지어 다시 삶을 시작하려던 조정희씨(여성)는 지자체로부터 충분한 피해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집이 ‘전소’로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씨에 따르면, 당시 피해보상은 소파, 중파, 완파로 구분해 지급됐다. 조씨의 집은 내부가 대부분 불탔지만 뼈대가 남아있었다는 이유에서 완파로 인정되지 않았다. “저희가 외부기업 기부금 500만 원 받은 게 전부고, 교육청에서 아이에게 노트북이랑 문구 세트 준 정도예요. 지붕이 무너져서 집 형체가 아예 없어져야지만 보상해주는 현행 제도는 분명히 바뀌어야 해요.”

2023년 산불 당시 피해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는 저동골길의 한 펜션.

조정희씨를 따라 펜션 옥상에 오르자, 시선 너머에는 회복 중인 자연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산불로 타버렸던 산등성이에는 돌배나무와 밤나무가 조금씩 자라며 생기를 되찾고 있었다. 이곳은 ‘2025년 우리가 키운 우수조림지 평가’에서 최우수상에 선정될 만큼, 자연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었다. 그러나 그날 취재진이 만난 이들의 삶은 여전히 그날에 멈춰있었다. 경포 산불 2년, 그들의 재난은 끝나지 않았다.

산림청이 주관한 '2025년 우리가 키운 우수조림지 평가'에서 최우수상에 선정된 저동 산23번지 일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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