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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2591 함의찬 5호 기사 초안

작성자함의찬|작성시간25.12.10|조회수58 목록 댓글 0

"제발 혼자 하게 해주세요"... 대학생들은 왜 '팀플 지옥'에 빠졌나

- 미디어 속 '낭만적 협업'과 현실의 괴리

팀플로 고통받는 대학생들 (Google Gemini 생성 AI 이미지)

넷플릭스 시리즈 '피지컬: 아시아'·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

 

최근 한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이 두 콘텐츠는 낭만적인 '협업'의 가치를 담고 있다. '피지컬: 아시아'는 국가 대항 팀 서바이벌 게임으로, 마치 올림픽이나 월드컵을 보는 듯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환상적인 팀워크로 난관을 뛰어 넘는 모습은 감탄을 자아낸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아이돌 그룹 '헌트릭스'의 리더인 주인공 '루미'가 동료들의 믿음과 헌신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밖에도 과거 강철부대나,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엠복서' 프로그램도 이른바 '팀전'을 필수로 넣는 추세다.

 

이처럼 미디어 속 아름다운 '협업' 사례는 쉽사리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현실, 특히 대학생들의 팀플(팀플레이)은 어떨까? 안타깝지만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조별 과제라면 치를 떤다.

 

2019년 통계청(현 국가데이터처) 사회조사에 따르면, 당시 대학생 54%가 대학 생활로 인해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답했다. 또한 2018년 대학내일20대연구소 대학 내 모임 참여 행태 및 인식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 62.1%가 조별 모임 경험이 있으며 한 학기 평균 3.34개의 조별 과제를 수행한다고 답했다. 더욱이 43.8%의 대학생은 조별 과제가 필요하지 않다고 대답해 5명 중 2명 이상 부정적인 의견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도 대두됐던 대학생들의 이러한 개인화 성향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을 겪으며 '협업'이 낯선 세대가 대학에 진학하며 더욱 심화하고 있다. 그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대학생들에게 직접 듣고, 인식을 확인하기로 했다.

 

연락 두절, 무임승차... 대학생들의 팀플 생존기

 

"지역 신문사 기자와 팀이 협업해 기사를 작성하는 일이었는데, 다들 일정이 바쁘다며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고 대학생 조모(23)씨가 말했다. 그는 "담당 기자도 개인 일정을 앞세워서, 혼자 기사를 정리하고 난생 처음으로 기사 시각화 작업도 혼자 처리했다"며 "당시 거의 혼자서 일을 처리하다 보니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고, 잠도 못 잤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갈수록 기사의 퀄리티가 떨어지면서 교수에게도 많이 혼났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조씨는 "조별과제는 개인주의가 고착화된 사회 진출 전, 대학생들이 협업을 통해 자신의 역할과 행동 방식을 결정하며 갈등 극복 과정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대학에 팀플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신입생 김모(19)씨는 "팀장이 연락 두절됐다"며 "아무도 책임지고 나서지 않아서, 남의 일까지 처리하느라 잠도 못 자고 짜증이 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여러 가지를 경험했고, 혼자서는 못하는 걸 함께 해결하는 과정에서 성장하는 걸 느껴서 앞으로도 팀플에 참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졸업을 앞둔 고모(25)씨는 "팀장을 맡았는데 시작부터 팀원들에게 참여 의지가 없었다"며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아 다른 사람의 몫까지 처리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에는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도 사실이지만, 사회로 나가기 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버텼다"고 회상했다. 그는 "사회 대부분의 직업은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에, 이를 미리 경험한 사람과 아닌 사람 간의 협업 능력 차이가 클 것"이라며 대학에 팀플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세 학생 모두 팀플의 고통을 겪었지만, 협업 경험의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그렇다면, 먼저 사회에 진출한 '선배'들은 이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

 

전문가 조언 ① "협업 '방법'을 가르치지 않은 교육의 문제"

 

36년간 군 조직을 이끌었던 예비역 장성 출신이자 한림대학교에서 '리더십개론'을 강의하고 있는 하영재 교수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학생 탓이 아니라, 협업의 '방법'을 제대로 안 가르친 '교육'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치열한 경쟁 환경에 노출되며 개인의 성취를 중요시하는 교육을 받아왔다"며 "혼자 공부하고 평가받는 것에 익숙하다 보니, 타인과 협력하고 조율하는 과정 자체가 낯설고 불편하게 느껴진다"고 그는 분석했다. 효율적인 역할 분담이나 의견 조율 방법을 배우지 못한 채 팀플에 투입되다 보니 팀원 간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무임승차 문제에 대해서는 "감정적으로 접근하기보다 객관적인 데이터와 사실을 기반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누가 어떤 부분에서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는지, 팀 진행에 어떤 방해를 초래했는지 등을 기록해두는 것이 향후 대화나 문제 해결 과정에서 중요한 근거가 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문제의 팀원에게 직접적이고 존중하는 태도로 접근해 우려를 표명하고, 구체적인 문제 행동에 대해 해결 지향적인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문제가 지속될 경우 "자체적인 해결을 고집하기보다 교수에게 상황을 솔직하게 보고하고 개입을 요청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군에서도 아무리 작은 임무라도 어려움이 있다면 상부에 보고하여 지원을 요청하는 것이 전체 작전 성공을 위한 중요한 리더십 발휘"라는 비유를 들었다.

 

끝으로 하 교수는 "AI 정보화 시대를 맞이하며, 복잡한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하는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며 "대학생들은 팀 프로젝트를 통해 리더와 팔로워를 모두 경험하며, 미래 사회에서 어떤 위치에 있든 성공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데 필수적인 자산을 쌓을 수 있다"고 팀플의 중요성을 정리했다.

 

전문가 조언 ② "팀플 경험이 취업의 무기가 된다"

 

대학생들이 가장 관심 있는 취업 시장의 이야기도 들어봤다.

 

지난 15년간 대학생 취업 컨설팅과 기업 채용 설계를 병행하며 구직자와 인사권자의 시각을 두루 갖춘 김광호(45) 컨설턴트는 "기업은 함께 일하며 시너지를 만들고 생산성을 높이는 조직"이라며 "기본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역량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개인 역량이 비슷하다면 최종 선발에서는 조직의 생산성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을 뽑는다는 뜻이다.

 

그는 "신입 지원자의 경우 경력자에 비해 '개인 역량' 위주의 어필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며 "팀에 기여할 수 있는 역량 어필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팀플에서 겪는 어려움을 단순히 불운으로 여기기보다, 능동적·주도적으로 마주하며 문제의 핵심을 찾고 해결해 가려고 했던 과정이 담긴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는 자기소개서와 면접에서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강력한 강점 요인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팀플을 기피하는 학생들에게는 "팀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발생하는 여러 이슈를 피하지 않고 제대로 마주하는 과정에서 개인 역량과 팀에 기여하는 법을 익힐 수 있다"며 "실제 채용 과정에서 자기소개서와 면접은 정량적 평가가 아닌 '정성적 평가'를 반영하고, 그 핵심은 양적 스펙이 아닌 '스토리'를 통한 역량 확인"이라고 강조했다.

 

김 컨설턴트는 "컨설팅에서 가장 어려운 케이스는 어필할 만한 자신만의 스토리가 없는 경우"라며 "갈등이나 난관을 적극적으로 해결해본 경험은, 자신의 역량을 어필할 수 있는 최고의 도구가 될 것"이라고 학생들을 격려했다.

 

원하든 원치 않든, 결국 사회는 '팀플'의 연속이다. 대학에서 협업을 피할 수 없다면, 이를 사회에서 마주할 다양한 사람들을 미리 겪어보며 대처 능력을 키우는 기회로 바라보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에 앞서, 교육 차원에서는 협업의 '결과'만을 바라기보다는 그 '방법'에 대해 먼저 가르쳐야 한다. 학교 차원에서는 무임승차자에 대한 선제적 조치와 고군분투하는 개인에 대한 합리적 보상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협업에 대한 학생들의 '낭만'을 지켜주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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