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셔츠 15만원, 코트 40만원... 패션 플랫폼 속 '가격 거품'의 민낯
전례 없는 고물가 시대, 의류 가격 상승은 전 세대가 체감하는 대표적인 소비 부담이 되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한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2024년 10월 기준 20조 2,845억 원을 기록하며 유통 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았다. 이 거대한 시장의 중심에 있는 온라인 패션 플랫폼 A사의 랭킹 페이지를 보면, '쿠어(Coor)'의 발마칸 코트가 41만 1천 원, '디스이즈네버댓(thisisneverthat)'의 다운 자켓이 59만 9천 원에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이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옷을 받은 소비자들은 고개를 젓는다. 실제 시장의 가치, 즉 리셀 플랫폼에서 형성되는 거래 가격은 정가 대비 수십 % 낮은 수준이다. 예를 들어, 마뗑킴(Matin Kim)의 점퍼는 발매가 15만 8천 원이지만, 리셀 플랫폼 크림(KREAM)에서 8만 7천 원에 실거래되고 있다. 또한 디스이즈네버댓의 다운 재킷 역시 발매가 23만 9천 원 대비 크림에서 18만 2천 원에 거래되는 등, 소비자가 지불한 가격의 상당 부분이 실제 가치로 인정받지 못하고 곧바로 증발하는 '가격 거품' 현상이 만연하다.
경제학적으로 '가격 거품'이란 '어떤 자산의 내제 가치(intrinsic value)보다 시장 가격이 과도하게 높게 형성된 상태'를 의미한다.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만든 이 '가격 거품'의 민낯을 추적했다.
고가에도 품질은 '저가', 실망감 안긴 고물가 쇼크
고물가 시대에도 불구하고 수십만 원을 지불한 소비자들은 가격 대비 낮은 품질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근 약 17만원의 M브랜드의 레이어드 스커트를 구매했다는 대학생 이모(20)씨는 “아르바이트해서 겨우 돈 모아서 샀는데, 자꾸 후회가 돼요. 솔직히 수십만 원짜리 옷이면 몇 년은 입을 기대하고 사는데, 금방 보풀이 일어나더라고요. 물가는 올랐는데 옷의 품질은 그대로거나 오히려 더 떨어진 느낌이에요. 비싼 돈 주고 산 게 너무 아까워요.”라고 토로했다.
실제 통계청 자료는 이러한 소비자들의 체감이 객관적인 현실임을 뒷받침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10월 소비자물가 동향 발표에 따르면, 의류 및 신발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1% 상승하여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1.7%)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의류 물가 상승세는 이미 2023년 당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으며, 31년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8.0%)을 기록하는 등, 특정 기간에 유독 가파른 가격 인상이 이뤄지는 경향을 보여주었다. 이는 단순한 물가 안정 수준을 넘어 의류 분야에서만 소비자가 체감하는 부담이 지속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온라인 패션 커뮤니티 역시 '품질 논란'으로 뜨겁다. 'H브랜드 티셔츠 품질 원래 이런가요?‘라는 제목의 게시글에는 ’수십만 원짜리 반팔티의 목덜미 박음질 상태가 9천 원짜리 마트 티셔츠보다도 못했다.‘는 내용에 수십 개의 공감 댓글이 달렸다. 이들 댓글의 공통된 불만은 “브랜드 가치에 비해 의류의 품질이 낮다는 평가가 만연하며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된다.”는 것이다. 이는 기업이 품질 향상 없이 비용만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을 뒷받침한다.
이러한 가격 거품에 대응하기 위해 소비자들은 '중고 거래'를 전략적으로 활용한다. 중고 거래를 통해 가격 거품에 대처하는 본인만의 전략을 가진 대학생 유모(25)씨는 “요즘 고가 도메스틱 옷들은 가격이 너무 오르니까, 나중에 되팔 때 감가상각이 덜할 만한 브랜드만 골라요. 이게 일종의 '리셀 방어' 전략인데, 실패했을 때의 손해를 최소화하는 안전장치인 셈이에요.”라고 밝혔다.
25% 수수료와 과잉 마케팅, 가격 상승의 숨겨진 주범
의류 가격이 원자재 상승률을 뛰어넘어 치솟는 근본적인 이유는 '불투명한 유통 마진'에 있다. 그 중심에는 막대한 수수료를 부과하는 대형 온라인 패션 플랫폼이 자리한다.
서울시 상봉동에서 15년째 의류 상점을 운영 중인 Y씨는 “온라인 고가 정책을 보면 답답합니다. 저희는 임대료와 인건비 부담에도 가격을 함부로 못 올리는데 온라인 브랜드들은 마케팅과 수수료에만 수억 원을 쓰고 그 비용을 그대로 옷값에 얹고 있어요.”라며, "결국 가격이 오른 근본 원인은 품질 향상이 아니라, 플랫폼이 강요하는 과도한 ‘노출 경쟁’ 때문입니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업계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 플랫폼의 수수료율은 최대 25%에 달하며, 이는 제품 원가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여기에 '과잉 마케팅 비용'이 거품을 키우는 또 다른 주범이다. 브랜드들은 플랫폼 내 노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타 마케팅, 인플루언서 협찬 등에 경쟁적으로 자금을 투입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경쟁적 비용 투입이 옷의 생산 원가가 아닌 '노출 원가'를 높여, 최종적으로 소비자가 불필요한 마케팅 비용까지 지불하게 만드는 악순환을 형성한다고 지적했다.
불신을 키우는 '상시 세일'의 함정
가격 거품은 불투명한 '정가(定價) 책정 관행'으로 인해 더욱 심화된다. 일부 브랜드는 높은 수수료와 마케팅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아예 처음부터 터무니없는 가격을 정가로 책정한 뒤, 상시적으로 대폭 할인하는 방식을 취한다.
김모(52)씨는 "솔직히 1년 내내 세일하는 옷을 보면, 처음 정가는 의미가 없다고 봐요. 아예 높게 정가를 찍어놓고 50% 할인해서 파는 걸 진짜 가격으로 만들려는 상술이죠. 소비자들을 바보로 아는 건지, 이제는 50% 할인해도 '이것도 비싸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 처음부터 합리적인 가격을 책정했으면 좋겠어요."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세일 가격이 진짜 가격'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지금 사지 않으면 손해'라는 충동구매 심리를 유발한다. 단순한 가격 상승을 넘어, 소비자의 합리적인 판단을 방해하는 구조적 불투명성이 만연해 있다는 증거다.
전문가들은 플랫폼의 수수료 구조 개혁과 불투명한 마케팅 비용 전가 방지 노력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는 플랫폼의 독과점적 지위를 감시하고, 브랜드들의 원가 및 마진 구조 투명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때이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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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영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5.12.13 교수님, 주신 피드백을 반영하여 기사 수정 완료했습니다.
먼저, 가격 거품의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 기사 도입부에 온라인 패션 플랫폼의 발매가와 중고 거래 플랫폼(크림)의 실거래가를 비교하는 내용을 추가하고 관련 사진을 배치했습니다.
다음으로, 통계 수치(2.1% 대 8.0%)와 관련하여 설명드립니다. 2.1% 상승률은 가장 최신 시점인 2025년 10월의 의류 및 신발 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상승한 수치인 반면, 8.0% 상승률은 의류 물가가 31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던 2023년 당시의 급격한 인상 폭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된 수치입니다. 따라서 두 수치는 서로 다른 통계 자료임을 참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또한 복사 및 스크립 가능하도록 수정하였으니 확인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