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과 다투면 사과할 표현까지 알려주는 AI
지난해 "AI에 고민 상담 경험" 11%…MIT 학자 "인간관계 대체 불가"
대학생 김모(21) 씨는 요즘 고민이 생길 때마다 생성형 AI를 찾는다. 새벽에도 즉시 답변을 받을 수 있고 자신의 이야기를 반복해서 들어준다는 점이 편한 것이다. 김 씨는 "친구에게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을 털어놓거나 같은 고민을 반복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때 AI에게 고민 상담을 한다"고 말했다.
최근 김 씨처럼 생성형 AI를 고민 상담 창구로 활용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생성형 AI가 정보 검색과 과제 작성 보조를 넘어 인간관계와 진로, 연애 등 개인적인 고민을 털어놓는 대화 상대의 역할까지 맡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청년들이 AI를 찾는 이유는 단순히 털어놓기 편한 것에만 있는 것이 아니기에 우려를 낳기도 한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부담감이 AI를 선택하게 만든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일은 상대방의 반응을 살피고 감정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체력적 소모가 크다. 자신의 고민이 민폐가 되지는 않을지, 부정적인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을지 걱정하다 보면 차라리 혼자 해결하거나 AI에게 이야기하는 편이 더 편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학생 박모(23) 씨는 "새벽에 고민이 생기면 친구에게 연락하기 어렵다"며 "답장이 늦어지면 괜히 미안하고 부담스러운데 AI는 언제든 대화할 수 있어 편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생 이모(21) 씨는 "누군가에게 말하기 민망한 고민이었던 남자 친구와의 고민거리를 AI에게는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며 “얘기를 털어놓으면 내 시점에서 위로를 해 주고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주고 결과적으로는 사과 같은 것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문장을 추천해 준다”고 전했다. 이성 관계의 문제에 대해 단순히 위로를 받는 것을 넘어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하는 데까지 AI가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한국리서치가 지난해 3월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AI를 통해 개인 고민이나 심리적 어려움을 상담해 본 적 있는가?”라는 질문에 11%가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또, 이용 경험이 있는 사람들 중 “앞으로 계속 이용할 의향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40%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아직 10%대의 AI 상담 경험 비율을 보이는 것이긴 하지만 청년층을 중심으로 점차적으로 이용률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도 가능하게 하는 조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처럼 접근성이 높고 즉각적인 답변을 주며, 사용자를 평가하지 않고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도 지치지 않는 AI가 젊은층을 중심으로 고민을 들어주는 주체가 되는 현상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MIT 사회학자 셰리 터클(Sherry Turkle)은 기술이 사람들에게 연결된 느낌을 줄 수는 있지만 실제 인간관계를 대신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면 대화 속에서 친밀감과 공감 능력이 형성되기 때문에 AI가 인간관계의 역할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청년들이 사람보다 AI에게 먼저 말을 거는 현상은 단순히 기술 발전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경쟁과 관계 피로감이 누적된 사회에서 청년들은 점점 더 안전하고 부담 없는 대화 상대를 찾고 있다. AI는 이러한 수요를 충족시키며 새로운 소통 창구로 떠오르고 있지만 동시에 사회의 인간관계에 기반한 결속과 유대감의 약화라는 부작용을 낳지 않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새봄 대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