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릴 곳이 없어요”… 사라진 거리 쓰레기통, 늘어나는 무단투기
쓰레기 악취 문제와 분리수거 처리 문제를 줄이기 위해 길거리 내 쓰레기통을 없앴지만 무단투기가 여전하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춘천에 한 주택가 골목. 쓰레기 투기장소에는 종랑제 봉투로 묶어둔 쓰레기더미와 갖가지 쓰레기들이 함께 나뒹굴고 있다. 가로 내 공공 쓰레기통이 부재로 쓰레기를 버릴 곳을 찾지 못한 시민들이 마구잡이로 던져둔 것이다.
실제로 대학가 근처에서 자취중인 이모(21)씨는 “학교만 나서도 쓰레기 버릴 곳이 없다“고 호소 했다. 또 이씨는 ”계속 들고 다니기도 어려워 쓰레기 투기 장소에 던져두거나 묶어둔 종량제 봉투에 꽂아놓고 가는 장면도 목격했다“고 답하며 “미관상 좋아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자가 한림대학교를 기준으로 춘천 명동과 후평동으로 가는 길목을 걸어본 결과 공공 쓰레기통을 찾을 수 없었다. 거리 곳곳에는 투기 장소에 음료가 든 테이크아웃 컵이 방치되어 있었고, 특정 장소를 중심으로 쓰레기가 쌓여있었다.
춘천 명동에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일하는 정모(21)씨는 “명동 거리에 쓰레기를 버릴 곳이 없어 카페까지 외부 쓰레기를 가지고 들어온다”며 "손님들이 손에 외부 쓰레기를 쥐어주며 버려달라고 하거나 반납하는 트레이에 숨겨두고 나간다"고 전했다. 이에 정씨는 "바쁘지 않을 때는 버려주는 편"이나 "프랜차이즈 카페가 그렇듯이 손님이 많아 정신이 없는 와중에 쓰레기를 버려달라는 요구 자체가 스트레스"라 답했다. 이내 “하루에도 몇번씩이나 같은 일이 반복되니 주의를 주는 것도 지친다”며 고충을 표했다. 이처럼 매장 쓰레기통이 사실상 공공 쓰레기통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공 쓰레기통 철거가 오히려 거리 환경 개선에 역효과를 낳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춘천시에서는 쓰레기통이 설치가 되면 위생이 저해될 우려와 분리배출이 올바른 제대로 되지 않는 문제가 있어 쓰레기통을 설치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기자가 “실제로 시민들이 쓰레기를 들고 다니다가 무단투기 장소에 버리거나 묶여 있는 종량제 봉투에 꽂아두고 가는 모습을 목격했는데, 이러한 문제를 고려하면 공공 쓰레기통 재설치가 투기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물어봤으나 관계자는 “쓰레기통을 설치할 경우 오히려 해당 장소가 또 다른 투기 지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한편, 퇴계동과 온의동 일대에서는 거리 곳곳에 파란색 봉투가 놓여 있는 모습도 확인됐다. 일부 시민들은 이를 공공 쓰레기 수거용 봉투로 오인해 쓰레기를 버리고 있었다.
지자체는 “해당 파란 봉투는 소각용이나 매립용 종량제 봉투가 아니”라며 “환경미화원들이 가져다 둔 것은 맞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이를 일일이 확인하거나 관리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경기도 성남시의 행보는 대조적이다. 성남시는 거리 환경을 깨끗하게 관리하는데 공공 쓰레기통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과거 철거했던 쓰레기통을 다시 도입하고 설치 수를 확대했다.
성남시는 "현재 테이크 아웃 컵 사용이 많아졌지만 조례상 버스를 탈 때 테이크 아웃 컵을 버리고 타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이유로 거리에서 쓰레기를 버릴 공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다시 설치했으며, 시민 의식 역시 역시 예전보다 높아져 오히려 현장에서 봤을 때 쓰레기 무단투기가 줄었다고 답했다. 생활 쓰레기 무단 배출 우려를 줄이기 위해 주택가보다는 유동인구가 많은 대로변과 버스정류장 주변을 중심으로 배치하는 등 기존 쓰레기통을 설치해 생길 수 있는 문제에 대한 방안을 제시했다.
환경미화원의 업무 과중 우려에 대해서 지자체는 "가로 쓰레기통을 전담하여 유지하고 관리하는 대행 체제를 구축했다"고 전했다. 기존 환경미화원에게 부담을 지우는 대신, 가로 쓰레기통 유지 관리를 전담하는 별도의 대행 업무를 신설해 상시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한 것이다.
'쓰레기통이 없으면 무단투기가 늘어난다'는 오랜 행정적 통념은 유연한 정책 전환을 시도한 지자체들에 의해 깨어지고 있다. 무작정 쓰레기통을 치우기보다 유동인구가 많은 대로변을 중심으로 배치하고 전담 관리 체계를 도입해 정면 돌파를 시도한 사례가 있는가 하면, 또 다른 투기 지점이 될 가능성을 우려해 신중을 기하는 지자체도 있다. 환경 관리의 효율성과 부작용 차단이라는 각자의 현실적인 고민이 반영된 결과다. 쓰레기통을 없앤다고 쓰레기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곳곳의 무단투기 현장은 시민들이 여전히 쓰레기를 처리할 공간을 필요로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도시 미관과 폐기물 관리, 시민 편의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을 것인지, 이제는 단순한 철거와 단속을 넘어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