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용” 붙자 가격은 8배… 커지는 펫택스 논란
반려동물 시장이 성장하면서 같은 제품임에도 '반려동물용'이라는 이유로 더 비싸게 판매되는 현상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이른바 '펫택스(Pet Tax)'로 불린다. 펫택스는 반려동물(Pet)과 세금(Tax)의 합성어다. 동일하거나 유사한 제품임에도 ‘반려동물 전용’이라는 이름이 붙는 순간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보호자들의 심리를 이용해 높은 가격을 책정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등장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반려동물 유골함 사례가 화제가 됐다.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뒤 화장한 유골을 보관하기 위해 사용하는 유골함은 최근 반려동물 장례 문화가 확산되면서 수요가 늘고 있는 제품이다.
문제가 된 것은 가격 차이였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판매 중인 ‘미니 크리스탈 유리 빈티지 보석함’이 2,300원이었지만, 같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의 다른 판매자는 동일한 디자인의 제품을 '반려동물 유골 보관함'이라는 이름으로 1만 9,0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확인 결과 외형과 라벨이 동일했지만, 용도와 상품명만 달라지면서 가격은 약 8배 차이가 났다.
이 같은 현상은 생활용품에서도 발견된다. 반려견을 키우는 박씨(27)는 최근 춘천의 한 반려동물용품점에서 강아지용 칫솔 4개를 1만 2,000원에 구매했다. 그러나 이후 해당 제품이 사람용으로 판매되는 ‘닥터스 어금니 칫솔’과 동일한 제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제조사 공식 홈페이지 기준 같은 제품 4개의 가격은 5,600원 수준이었다. 박씨는 “반려동물용이라고 해서 특별한 제품인 줄 알았는데 사실상 같은 제품이었다”며 “같은 물건을 더 비싸게 샀다”고 말했다.
비슷한 사례는 이뿐만 아니다. 반려견 발 모양을 남길 수 있는 발도장 키트는 9,500원에 판매되고 있었지만, 구성품이 동일한 신생아 발도장 키트는 4,800원 수준이었다. 박씨는 이에 대해 “구성은 비슷한데 가격은 두 배 가까이 차이 났다”며 “반려동물용이라는 이유만으로 가격이 올라가는 건 말도 안 된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반려동물 가구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반려묘를 키우는 김씨(27)는 고양이 전용 방석으로 판매되는 제품을 10만 9,000원에 구입해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온라인에서 신생아용 역류방지쿠션이 고양이 방석으로도 적합하다는 글을 보고 키즈웨어 브랜드 ‘로토토베베’의 4만 9,000원짜리 제품을 구매했다. 김씨는 “받아보니 크기와 형태가 거의 같았다”며 “반려동물용이라는 이유만으로 두 배 넘는 가격 차이가 나는 것 같아 허탈했다”고 말했다.
생활용품 분야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을 수 있었다. 한 방역 소독제 제조 브랜드는 사람용 살균소독제를 7900원에, 반려동물용 제품은 1만 2,5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제품 문의 게시판을 통해 두 제품의 차이점을 묻자, 업체 측은 "성분 자체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반려동물의 피부 자극을 줄이기 위해 농도를 낮춰 제작했다"고 답변했다. 소비자들은 오히려 농도가 낮아졌음에도 가격은 더 높게 책정된 점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식품 분야에서도 가격 차이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반려동물용 우유(펫밀크)는 100ml당 약 1,400원 수준인 반면, 사람용 락토프리 우유는 100ml당 약 350원 수준이다. 소비자들은 모두 유당이 제거된 제품임에도 가격 차이가 지나치게 크다고 지적한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이러한 가격 차이가 단순히 기업의 과도한 이윤 때문만은 아니라며 "펫밀크는 일반 우유보다 생산량이 적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어렵고, 일부 제품에는 타우린, 글루코사민, 오메가-3 등 기능성 원료가 추가돼 제조 비용이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펫밀크는 사료관리법의 적용을 받는 제품으로 일반 우유와 다른 생산·관리 기준이 적용된다. 사람이 마시는 우유는 대규모 생산 시설에서 대량 생산되는 반면, 펫밀크는 생산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 고정 비용 부담이 크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이러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가격 차이가 지나치게 크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건강한 성견의 경우 사람이 마시는 락토프리 우유로도 대체가 가능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일부 소비자들은 반려동물에게 더 좋은 제품을 먹이고 싶은 보호자들의 심리를 이용해 가격을 높게 책정한 것 아니냐며 불만을 나타냈다.
소비자들의 불신은 가격 문제에서만 비롯된 것은 아니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반려동물 영양제 20종을 조사한 결과, 일부 제품은 기능성 원료 함량이 표시량에 크게 미치지 못하거나 아예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관절 건강에 도움을 준다고 표시된 한 제품에서는 글루코사민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고, 스트레스 완화나 면역력 증진 등을 내세운 일부 제품도 기능성 원료 함량이 표시량의 1~38% 수준에 불과했다. 또한 온라인 판매페이지 광고 100건 가운데 67건은 과학적 근거 없이 질병 예방이나 치료 효과를 광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사례가 알려지면서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반려동물 산업 전반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다. 단순한 가격 문제를 넘어 제품의 품질과 광고 신뢰성에 대한 의문까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춘천시 후평동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수의사 김모 씨는 “영양제를 먹었다고 해서 눈이 뿌옇던 반려동물의 눈이 한 달 만에 맑아진다는 식의 광고는 과장된 표현인 경우가 많다”며 “광고만 믿고 고가의 제품을 구매하기보다 실제 성분과 필요성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이어 ‘펫택스’ 현상에 대해서 “반려동물 제품이 지금처럼 세분화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라며 “건강 상태가 매우 좋지 않은 경우가 아니라면 일부 제품은 사람용 제품으로 대체해도 큰 문제가 없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일회용 인공눈물처럼 성분이 단순한 제품은 사람용 제품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며 “반려동물용이라는 이유만으로 가격이 과도하게 높아지는 현상은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권지윤대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