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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보도실습

20233846 정승예 5호 기사 수정

작성자정승예|작성시간26.06.20|조회수49 목록 댓글 0

광고보다 ‘내돈내산’을 믿는다 ..소비자가 정보를 선택하는 새로운 방식

 

대학생 박모 씨는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한 모공 앰플 광고 영상을 보다가 손가락을 멈췄다. 유명 인플루언서가 사용 전후 사진을 비교하며 "모공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강조하는 영상이었다. 그러나 화면 아래 '유료 광고 포함'이라는 문구가 보이는 순간 박 씨는 곧바로 앱을 닫았다. 대신 네이버에 '모공 앰플 내돈내산'이라고 입력해 커뮤니티 후기부터 찾아보기 시작했다. "광고는 다 좋다는 말만 하잖아요. 저는 진짜 산 사람이 뭐라고 했는지가 더 믿음이가요." 박 씨는 제품 상세페이지보다 "각질 뜸 있음", "유분 많음", "재구매는 고민" 같은 실사용 후기의 단점 정보를 더 오래 들여다봤다.

 

최근 소비자들은 기업의 광고나 인플루언서의 협찬 리뷰보다, '직접 산 사람이 남긴 후기'를 더 신뢰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뒷광고 논란' 이후 사람들은 광고성 콘텐츠에 대한 피로감이 높아지며, 광고·협찬 여부 자체가 제품 평가 기준이 되고 있다. 소비자 신뢰의 무게 중심이 기업에서 소비자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소비자 신뢰가 급격히 이동한 계기는 2020년 8월, 유튜버 참PD가 생방송에서 여러 유명 유튜버들이 유료 광고임을 밝히지 않은 채 제품을 소개해 왔다고 폭로하면서 '뒷광고 논란'이 본격적으로 확산됐다. 구독자 수가 수십만에서 백만 명에 이르는 여러 인기 크리에이터가 광고 표기를 하지 않고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 것)’인 것처럼 꾸민 사례가 알려지면서 시청자 기만 논란이 커졌고, 영상 삭제와 활동 중단이 이어졌다. 이후 공정거래위원회는 같은 해 추천·보증광고 심사지침을 개정해 영상 제목·본문·마무리 등에서 광고 고지를 명확히 하도록 규제를 강화했다. 이 사건 이후 소비자들은 콘텐츠를 볼 때 광고 여부부터 확인하는 습관을 갖게 됐고, 제품을 구매할 때 영상·후기·커뮤니티를 교차 검토하는 '복합 검색' 방식으로 구매 결정을 내리고 있다.

 

실제로 이러한 소비자들의 교차 검증 행태는 수치로도 명확히 입증된다.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픽플리(Pickply)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숏폼 콘텐츠를 접하고 제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 중 무려 97%가 최종 구매 결정을 내리기 전 다른 플랫폼에서 추가로 정보를 검증하는 단계를 거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가 최종 구매를 결심하게 만든 핵심 요인 역시 기업의 마케팅이 아닌 '진정성'이었다. 구매 유발 요인 1위는 '실사용 후기처럼 느껴져서'(36.7%)가 차지한 반면, 기업이 제안하는 할인이나 혜택(8.2%)의 영향력은 매우 낮았다.

 

대학생 김모 씨 역시 화장품을 살 때 인스타그램 영상은 참고만 할 뿐, 실제 구매 여부는 리뷰를 보고 결정한다. 김 씨는 "영상이 아무리 예뻐도 '제품 제공'이라는 표시가 뜨면 일단 의심부터 든다"며 "무조건 '내돈내산' 후기를 찾아보고 리뷰어의 피부 타입, 사용 기간 등을 비교해 본 뒤 장바구니에 담는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SNS에서 광고템으로 떠오른 화장품과 생활용품을 직접 구매해 테스트하는 검증형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한 뷰티 리뷰 채널은 광고 없이 직접 산 쿠션 파운데이션 10종의 발색과 지속력을 비교 실험했고, 또 다른 채널은 화제의 광고 제품을 검증해 추천 여부를 명쾌하게 정해주는 콘텐츠를 선보였다. 영상 댓글에는 “솔직 리뷰 최고다’’ “지갑 닫았다” 등 솔직 검증 콘텐츠에 열광하는 소비자들의 반응이 이어진다. 실제로 협찬 배제 원칙을 내세우는 ‘오라잇 스튜디오’(구독자 33만명)나 실사용 기반의 IT 제품을 검증하는 ‘IT’s Okay’(구독자 13만명)같은 채널은 소비자들이 광고 대신 참고하는 대안적 정보원으로 자리 잡았다.

화제의 광고템을 구매해 리뷰한 숏츠 댓글 반응

 

그러나 이러한 비교·검증형 콘텐츠를 제작하는 크리에이터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법적 리스크가 따라붙는다. 특히 경쟁사 제품을 한 화면에 놓고 단점을 지적하거나 순위를 매기는 방식은 해당 기업으로부터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이나 '업무방해' 등을 이유로 법적 대응이 제기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소송 가능성을 감수하고 검증에 뛰어드는 이유는 '신뢰 장막'을 기반으로 한 독자적인 플랫폼 파워 때문이다. 단기 협찬 수익을 포기하는 대신 얻는 충성 구독자의 신뢰는 조회수와 플랫폼 수익으로 이어지고, 이는 향후 자체 브랜드 론칭이나 독자적 유통망 구축으로까지 확장될 수 있는 강력한 자산이 된다. 법적 위험에 대한 방어 전략도 존재한다. 현행법상 사실을 적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더라도 그 내용이 진실이고,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권 보호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처벌하지 않는다는 형법 제310조와 대법원 판례가 있다. 검증형 크리에이터들은 이 원칙을 근거로 주관적 비방 대신 측정값·조건·절차가 모두 공개된 기계적 실험 결과를 제시하며 공익성을 입증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내돈내산’의 영향력은 플랫폼 기능에도 반영되고 있다. 네이버 쇼핑은 2023년부터 실제 결제 내역이 확인된 리뷰에 한해 ‘내돈내산’ 인증표시를 자동 부여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플랫폼이 후기 신뢰도를 직접 보증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을 정보 불균형을 소비자가 주도적으로 해소하려는 움직임으로 본다. 정선희 수원여자대학교 교수가 발표한 2025년 논문에 따르면,  Z세대(1990대 중반~ 2010년대 초반 출생)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인플루언서가 제공하는 정보가 소비자의 구매 행동에 영향을 미치지만, 광고가 진정성을 잃는 순간 그 효과는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신뢰성’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모든 '내돈내산' 리뷰를 무조건 맹신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기업들이 마케팅 대행업체를 통해 일반 소비자 계정을 대여하거나 아르바이트생을 동원해 교묘하게 진짜 구매 후기인 것처럼 꾸미는 '가짜 내돈내산' 기만행위가 온라인 시장에서 끊이지 않고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2년 소형 가전 브랜드 '오아(OA)'의 후기 조작 사건이다. 당시 오아는 광고대행사와 공모해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제품이 없는 빈 상자만 발송한 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에 약 3,700여 개의 허위 '내돈내산' 구매후기를 작성하게 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되어 1억 4,000만 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이러한 조직적인 가짜 후기 마케팅은 브랜드명과 교묘한 수법만 바꾸어가며 온라인 시장 전반에서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평판 조작이 점점 정교해지자 정부 역시 규제 강화에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소비자를 오도하는 표시·광고 행위를 반복하는 기업을 보다 강하게 제재하기 위해 표시광고법 시행령을 개정했고, 이 개정안은 2026년 7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안은 최근 몇 년 안에 비슷한 위반 전력이 한 번이라도 있으면 과징금을 크게 늘릴 수 있도록 했고, 반복 정도에 따라 부과 금액이 기존보다 최대 두 배 가까이 커질 수 있는 구조로 바뀌었다. 매출액을 기준으로 한 부과율과 정액 과징금 구간도 전반적으로 상향되었으며, 그동안 소비자 보상 노력 등을 이유로 과징금을 크게 줄여주던 감경 기준도 크게 축소돼, 기만적 광고에 대한 사후 대응이 한층 엄격해졌다. 정부는 "허위 후기와 광고로 소비자가 오인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억지력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법적 제재와 제도적 단속만으로는 날로 교묘해지는 정보 조작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결국 수 많은 정보 속에서 합리적인 선택을 내리는 최종 주체는 소비자 개개인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 가지 흐름만큼은 분명하다. 정보 선택 과정에서 소비자의 역할이 점점 더 커지고 있고, 기업의 일방적인 메시지보다 평범한 소비자가 남긴 날것의 경험이 사실 판단의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제 ‘내돈내산’이라는 네 글자는 단순한 구매 인증을 넘어, 소비자가 주도적으로 정보를 필터링하고 새로운 신뢰 체계를 만들어가는 시대의 언어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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