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飛飛亭雙怪石記(비비정쌍괴석기) / 李起浡(이기발) <西歸遺藁(서귀유고)>권6 |
| 津山舅氏. 要余坐堂. 開南窓. 見庭畔頹牆下. 有前所無丈可數尺許者相對立焉. 余不知爲何物. 疑禽而視之. 似是白鶴, 靑鶻. 爭上九萬之蒼蒼. 中塗而誤落人間. 於是竦兩肩仰眷. 而更欲飛騰於此時者也. |
| 진산(津山) 외삼촌(舅氏)께서 나에게 당(堂)에 앉아서 남쪽 창문을 열고 뜰을 보라 하셨다. 무너진 담장 아래에는 전에 없던 키가 몇 자쯤 되는 것이 서로 마주 서 있었다. 나는 그것이 무슨 물건인지 알 수 없었다. 날 짐승인가 하고 보면, 새하얀 학이나 푸른 송골매가 구만 리 푸른 하늘을 다투어 올라갔다가 중도(中塗)에 잘못하여 인간 세상에 떨어지자 양 어깨를 움츠리고 우러러보면서 다시 날아오르려 하는 모습 같았다. |
| 疑獸而視之. 似是驚豹怒虎. 夜投人居. 日出不敢交乎人. 戢其勇斂其猛. 就僻處同蹲. 而恐爲人知者也. |
| 들짐승인가 하고 보면 놀란 표범이나 성난 호랑이가 밤이면 인가로 내려왔다가 해가 뜨면 감히 사람들을 접하지 못하고 용맹함을 감추고 구석진 곳으로 가서 웅크리고 앉아 사람들이 알까 두려워하는 모습 같았다. |
| 疑木之楂者. 有摧之痕. 有蠱之跡. 得非崐山老松. 自閱千霜之久. 枝榦落乎風. 根本揭乎水. 有餘體不盡朽. 介而爲二. 重苔疊紋. 纏深淺而有天然狀度者乎. |
| 나무의 그루터기인가 의심해 보면, 꺾인 흔적이 있고, 벌레 먹은 흔적이 있었으니 곤륜산(崑崙山)의 오래된 소나무가 천 년의 오랜 풍상을 겪어 가지와 즐기는 바람에 떨어지고, 뿌리와 밑둥은 물에 잠겼으나 남아 있는 몸통은 다 썩지 않고 두 겹의 이끼가 끼어 무늬가 겹겹으로 깊고 얕게 얽혀 자연스러운 모습이 있는 것 같았다. |
| 疑人之老者. 有頭頂也. 有腹背也. 曲腰而垢浮其面. 得非武陵仙翁. 聞津山山水之勝. 共其友來訪. 旣來仙凡殊風. 不得與世人容接. 嘿嘿然相對而無所歸者乎. |
| 늙은 사람인가 하고 보면, 머리와 정수리가 있고 배와 등이 있으며, 허리는 구부러지고 얼굴에는 때가 끼어 무릉도원(武陵桃源)의 신선이 진산(津山)의 산수 경치가 좋다는 말을 듣고 그 친구와 함께 찾아왔다가, 이윽고 신선과 보통 사람들의 풍도가 달라 속세 사람들과는 만날 수 없는지라 갈 곳 없는 사람처럼 묵묵히 마주 앉은 듯 하였다. |
| 忘其小以爲山焉. 而視之層峯宛焉. 斷壁依焉. 巖巒列如. 洞壑幽如. 佳草森翠烟生. |
| 그것이 작은 줄도 잊은채 산이라 여겨 바라보면, 층층의 봉우리가 구부정하고 깎아지른 절벽이 서 있으며, 바위와 산등성이가 줄지어 서 있고, 골짜기가 깊고 그윽하여 마치 아름다운 풀이 무성하고 푸른 안개가 생겨나는 듯하였다 |
| 余不知爲何物. 遂手摩. 然後知不飛不走不根不靈不爲山. 而兩箇頑然也. 然後知其形甚怪也. 然後知舅氏之所以置諸堂之前也. |
| 나는 무슨 물건인지 알지 못하여 마침내 손으로 어루만져 본 뒤에야 날 짐승도, 길 짐승도, 뿌리가 있는 것도 신령한 것도 산도 아니고 그저 두 개의 딱딱한 바위라는 것을 알았다. 그런 뒤에야 그 모양이 매우 괴이하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런 뒤에야 외삼촌께서 당(堂) 앞에다 갖다 놓은 까닭을 알게 되었다. |
| •이기발(李起浡, 1602~?): 본관 韓山. 자 패연(沛然). 호 서귀(西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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